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자”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9.04 18:46
  • 수정 2023.09.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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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 기후위기 아카데미’ 열어
4일 한국노총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 기후위기 아카데미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기후위기 문제 해결과 일자리 문제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거기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다.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연결돼 노동조합에게는 곤란한 과제다.

그럼에도 노동조합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노총이 4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 기후위기 아카데미를 열었다.

이날 강의는 총 3강으로 진행됐다. 1강은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산업전환에 대해 애써 외면한 것들’을 주제로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이 강의했다. 2강은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사는 곳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를 주제로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이 교육했다. 3강은 ‘노동조합,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를 주제로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이 강의했다.

현재 기후변화는 재난 상황으로 인류에게 위기이며 기후위기 극복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게 이날 교육 진행자들의 전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경제체제로 전환은 개인이나 기업의 결정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탈탄소 경제체제로 이동은 산업전환을 야기하고 있다는 게 교육의 공통적 내용이었다. 없어지는 산업이 생기고, 변화해야 할 산업이 있으며, 새롭게 나타나는 산업이 있어 산업 속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탈탄소가 하나의 무역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산업전환은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덧붙여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도 불평등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경제체제 변화에 따른 각 국가의 책임도 불평등하고, 산업전환에 의한 노동전환도 불평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의 고탄소 배출로 인한 피해가 탄소 배출이 적었던 파키스탄의 전역에 피해를 준 홍수 재해로 나타났다. 탈탄소 경제체제는 개발도상국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성장 경로일 수 있다. 취약계층 노동자일수록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를 받을 확률이 높다.

김병권 자문위원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천문학적 비용이 투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그린뉴딜로 불릴 수 있는 녹색산업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설명했다.

이문호 소장은 독일의 사례를 들며 노동조합의 적극적 참여와 대안 만들기를 강조했다. 총연맹 차원, 산업-지역 차원, 사업장 차원의 구분을 통해 각 층위에서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들을 제언했다.

총연맹 차원에서는 기후재난에 대한 공정한 분담과 저소득층의 위기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일수록 친환경 제품과 에너지는 비싸고,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주택 수리 및 구입은 가까운 미래가 아니다.

이문호 소장은 “독일노조총연맹(DGB)은 최저임금 인상을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또한 사회적 연대를 넓혀가며 기후위기 주범으로서 노동조합의 오명을 벗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산업-지역 차원에서는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의 전환에 대응을 할 필요가 있으며, 산업 차원에서 산별노조의 대안 제시 등 연구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 생겨나는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산별노조의 조직이 해당 분야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사업장 차원에서는 노사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공유하고 협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이 존중받고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봤다.

이날 각 강의마다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교육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대응 중 나타나는 산업전환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생겨나는 일자리가 많다는 연구 자료도 많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정확한 현장 조사와 현장의 요구 파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에는 교육 참가자들이 종이 박스로 손피켓을 만들었다. 손피켓에는 이날 교육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구호로 만들어 적었다. ‘탄소중립은 미래의 경쟁력,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자’,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 정의로운 노동전환’, ‘지구 살리는 약,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한 구호들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