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에 날개 달아주는 일터혁신
기술혁신에 날개 달아주는 일터혁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9.08 14:21
  • 수정 2023.09.08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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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흥테크’, ‘세명하이트’ 사례로 본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안착과 일터혁신
노사발전재단-HPC컨설팅, 제8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 개최
7일 노사발전재단과 HPC컨설팅이 ‘2023년 제8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혁신의 시대다.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지만,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전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시기라서 사회 곳곳에 혁신이 더 강조되고 있다.

기업은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업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이 기업이라는 공간에서 잘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의 상호보완적 결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사발전재단과 HPC컨설팅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L7강남에서 ‘2023년 제8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포럼 주제는 스마트공장과 일터혁신으로, ‘태흥테크’와 ‘세명하이트’ 사례가 공유됐다.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은
왜 만나야 하나?

이날 사례 발표에 앞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일터혁신과 스마트공장 구축’을 키워드로 기조 강연을 했다. 핵심은 스마트공장 구축이라는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용진 교수는 “기술혁신의 최대 피해자는 그 흐름을 거부한 기업의 노동자들”이라며 “기술혁신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일터혁신이 충분하다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능력, 고숙련이 필요하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므로 팀단위 작업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발생하는 문제가 고도화된 대처 능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팀 작업과 함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 노동자들의 재량권 확대 및 직무의 확대·통합적 운영, 노동자가 참여하는 혁신, 적절한 성과공유 등 일터혁신(사회체계혁신)이 동시에 전개될 때 스마트공장 안착화·고도화(기술체계혁신)이 효과를 낸다는 게 노용진 교수의 설명이다.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은
어떻게 만나나?

태흥테크와 세명하이트는 모두 제조업체다. 태흥테크는 자동차 차체 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세명하이트는 공기청정기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두 곳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서 수기 작성해오던 데이터들을 전산화한 것이 큰 특징이다. 스마트공장 구축에서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두 곳은 전산화된 정보를 기반으로 업무표준화, 관리방안 합리화 등을 진행했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불량률 감축 조치 등 품질 개선 작업도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공장 안착화를 위해서 두 곳은 평가보상 체계, 일터 문화 등에 변화를 주는 일터혁신을 추진했다. 노동자들의 적극적 참여을 위해서 제안 제도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제도와 연동했다. 임금체계에 변화도 꾀했고,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이나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도 힘썼다.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의 시너지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나?

사례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스마트공장 안착과 일터혁신을 통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의 이윤 확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우영 교수의 제안이다. 노동의 인간화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진 것이다.

이러한 기술혁신과 일터혁신의 상호작용을 위해서 현재 전 산업에서 디지털 교육훈련이 제대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스마트공장 고도화 단계에 따라 필요 역량이 달라지며, 스마트공장을 안착화한다고 했을 때 기존 직무의 변화가 진행되므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쌓아가게 하는 것은 기업들의 과제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태흥테크, 세명하이트 두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스마트공장(정보화와 자동화)라는 기술체계를 들여오면서 이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해 작업조직을 변화한 사례고, 그 효과를 보고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두 사례는 노동자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낼까를 인사관리 측면에서 잘 해낸 사례”라며 “적극적인 참여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에서 나오는데, 자신감은 노동자가 역량을 갖추고 역량을 가진 노동자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나온다. 이것에 맞춘 인사관리를 두 곳에서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와 연동한 노동자 제안 제도 등이다.

아울러 “스마트공장 수준과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대안적 작업조직이 필요하다”며 “대안적 작업조직의 모습은 생산과정을 노동자들이 통제하고, 문제를 토론해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직무재량권을 가진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 직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숙련도가 높아야 하며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한 팀작업 형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요구되는 대안적 작업조직은 팀작업 방식인데, 인사관리 측면에서 노동자 개인을 기반으로 한 성과연봉제 체계가 일터혁신의 지향점일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게 노세리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최근 개인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발달했던 미국에서도 팀 단위 성과평가로 전환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간 경쟁의 효과성보다 팀 협업도를 올리는 방식이 기업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