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책임을 공유하는 노사 문화를 만들어보겠다”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는 노사 문화를 만들어보겠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9.15 14:25
  • 수정 2023.09.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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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 영향 큰 금융공공기관, 견제와 감시 역할 노동이사 중요”
박현인 노동이사, “경영의 투명성, 책임성, 민주성 확보해야”

올해 5월 신용보증기금에 기관 첫 노동이사가 선임됐다. 박현인 노동이사인데, 만 41세로 젊은 축이다. 민간 기업 기준이지만 100대 상장사에서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60.1세다. 평균보다 나이가 적다는 것에 혹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사진의 다양성은 회사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다. 무엇보다도 노동의 경영참여 측면에서 이미 신용보증기금 이사진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는 박현인 노동이사를 지난 8월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현인 신용보증기금 노동이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2011년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해 현재는 신용보증기금 광주재기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다. 과거 노동조합에서 영업점 분회장을 하기도 했고, 광주전남 지역분회 지역부위원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올해 5월 19일부터는 신용보증기금 노동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노동이사를 하고자 마음먹은 배경이 궁금하다.

올해 3~4월 노동이사 사내 공모를 보고 지원했다. 처음 공모를 봤을 때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마음에 용기를 냈다.

- 노동이사 임명까지 어떤 단계를 거쳤나?

노동이사는 ‘공모 - 노동조합 추천 - 임추위 심사 - 금융위 최종 심사’ 등의 단계를 거쳐 임명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 대표가 추천한 2인 이내의 후보자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되는데,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가 과반수 노동조합이라 지부 대표자 추천 방식이 가능했다. 이후 임추위와 금융위 심사를 거쳐 노동이사로 임명됐다.

- 노동이사로 추천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당시 제가 추천된 이유는 신입 직원들부터 퇴직을 앞둔 직원들까지 소통할 수 있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나이, 연차, 직급’에 해당돼서라고 본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직원들의 고충사항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노동이사로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최근 3개월 동안에 총 3회의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주요 현안을 파악하고 이사회 안건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신용보증기금 내에 노동이사제도의 안착을 위해 노동조합과 정보 공유를 통한 협업도 진행 중이고, 국가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에도 가입해 활동 중이다.

- 노동이사는 비상임이사로 법과 상법에 따라 권한을 가지는데, 노동이사 권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노동이사는 노동조합이 추천했지만,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는 순간 회사 발전에 앞장서는 임원인 동시에 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이사회 의사결정이 노동자, 고객,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의견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공부하고 회의 준비도 열심히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와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노동이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주요 업무 추진 현황 및 계획, 각 부서별 주요 업무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지금은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동시에 각 부서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 개발도 고민 중이다. 노동법, 관련 법규 및 규정 등의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를?’이라는 시선으로 노동이사제를 바라보기도 한다.

노동이사제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기 때문에 생긴 시선이라고 본다. 노동이사와 노동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현재 여러 기관에서 노동이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준다면 노동이사들이 각 기관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특히나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금융공공기관은 국가 경영과 경제 전반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사회 정책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 때문에 이사회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고, 특히나 금융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는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 그릇된 행동을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비상임이사로 현업을 함께 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광주광역시 소재 영업점에서 구상권 회수 업무를 맡고 있다. 노동이사 업무도 같이 해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부실기업 증가 때문에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업무 시간에는 이사회 관련 사안에는 손도 대지 못해 퇴근 후 따로 시간을 내 이사회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노동이사로의 업무 및 활동 영역이 확대될 경우 업무량 조절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 앞으로 신용보증기금에서 노동이사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3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노사협력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직원들과 소통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노사가 회사의 성과와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둘째는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에 맞게 노동이사 직무 개발 등으로 노동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셋째는 경영의 투명성, 책임성, 민주성 확보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영업점, 본점 부서, 노동조합, 이사회 등으로부터 신용보증기금의 주요 현안 등을 파악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직원들과 공유하고 의견도 들을 것이다. 노동자의 알 권리도 높이고 경영 참여의 제도화로 고객서비스 품질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