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억 체불” 건설기계노동자들 상습 체불 당해
“66억 체불” 건설기계노동자들 상습 체불 당해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9.20 15:39
  • 수정 2023.09.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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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자체 취합 결과, 112개 현장 66억 원 체불
“계약서조차 안 쓰고 일하는 경우 많아···정부가 감독해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0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추석 명절, 체불 건설노동자는 웁니다! 건설기계노동자 체불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건설사들이 건설기계노동자의 건설기계 대여대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고 있었다. 건설노조의 자체 취합 결과에 따르면 현재 112개 건설 현장에서 총 66억 원의 대여대금이 체불됐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이하 건설노조)이 20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다.

건설기계는 불도저, 굴착기 등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27종의 기계를 말한다. 건설기계노동자는 개인이 건설기계를 소유하고 건설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법적으론 건설사와 계약하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상은 건설사의 지휘하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다.

법상 개인사업자인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노동의 대가로 임금 대신 건설기계 대여대금(임대료)을 받는다. 따라서 건설기계 노동자는 법에 따라 건설사와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건설사가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을 시키고, 이후 임대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끝내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지부장은 “임대차 계약서만 잘 써도 현재 임대료 체불의 50%는 없어진다. 그런데 LH, 국방부, 한전 등 공공이 발주한 공공공사 현장에서도 임대차 계약서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며 “법 시행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영호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건설기계는 기계의 종류 등에 따라 계약 상대가 원도급사(종합건설사)일 때도 있고, 하도급사(전문건설사)일 때도 있다. 현장 특성에 따라 계약 상대가 달라지지도 한다”며 “하지만 원도급사와 하도급사가 대금 지급 여부를 두고 다투다 체불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임대차 계약서를 쓰는 경우에도 임대료 체불이 생겼다. 건설노조는 “요즘 건설 경기가 안 좋아 많은 건설사가 폐업한다. 이때 임금은 우선 변제 채권이라 다른 채권보다 먼저 지급받는다. 하지만 건설기계 임대료는 우선 변제 채권이 아니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여러모로 체불에 취약한 건설기계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건설기계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20년 넘게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우리를 사업자로 규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중”이라며 “이런 정부의 탄압 기조에 힘입어 건설사들의 임대료 체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탄압 대신 건설사의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