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공동 사회연대 못마땅한 금융산업 사용자?!
노사 공동 사회연대 못마땅한 금융산업 사용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9.22 18:37
  • 수정 2023.09.2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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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무기한 철야농성하며 임금인상 및 사회공헌 기금 공동 출연 요구
무기한 철야농성 중인 금융노조 ⓒ 금융노조

지난 7월 17일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2023년 산별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지만 최종적으론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조정 중지 이후에도 노사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교섭을 이어갔다. 실무교섭뿐 아니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이 1대1로 만나 진행하는 대대표교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 노사는 접점을 만들려는 노력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9월 15일 마지막 대대표교섭을 끝으로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총액임금의 3.5%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용자협의회는 1.7% 인상을 제시하며 입장 차가 발생했다. 금융노조의 요구안 3.5%는 올해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다. 물가상승률만큼은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협의회는 경제 불확실성, 금융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고려해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 임금교섭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은 노사 공동 사회공헌 기금 조성이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의 노사 공동 사회공헌 기금 조성은 이미 해본 경험인데,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약 1,200억 원 규모 노사 공동 사회공헌 사업 재원 조성을 요구했다. 물가상승률만큼만 임금을 올리고, 더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사회연대 활동을 위해 노동자들이 반납하고 사용자들이 적정 수준을 매칭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고임금노동자,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사용자협의회는 개별 사용자(개별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미 충분하고, 노사 공동사업은 비효율적이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과거부터 산별교섭에서 지속적으로 연대임금 전략을 구사하며 사회연대, 사회공헌 활동을 사용자협의회에 요구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금융 노사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을 2018년 10월 정식 출범시켰다. 2012년과 2015년에 금융산업 노사 합의를 통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했고, 거기에 2018년 노사가 함께 마련한 재원을 더해 총 2,000억 원 규모로 출발했다. 소방관 방화복 전용 특수세탁기 기증으로 시작해 점점 영역을 넓혀 일자리 창출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청년 부채 문제 해결, 플랫폼노동자 직업훈련 및 자산형성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경험이 있는데도 노사 공동 사회공헌 사업을 위한 재원 조성을 사용자협의회가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금융노조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자기 은행의 이미지 제고나 고객 서비스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못마땅해 거부하는 것 같다”며 “김광수 회장 임기 시작하고 한 번도 사회공헌 재원 출연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소년 금융교육 등 간접 지원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그런 활동에 너무 초점이 맞춰졌다”며 “더 중요하고 본 취지에 맞게 사회취약계층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금융노조는 사회연대임금 활동을 사용자측의 출연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는 임금 인상분 1.8%의 절반인 0.9%를 용역·파견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취약 노동자 및 코로나19로 실업을 맞은 노동자들의 대책 마련을 위해 근로복지진흥기금에 출연했다. 나머지 0.9%는 당시 침체된 내수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온누리상품권 및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혼자 할 수도 있지만 금융 노사가 같이 하게 되면 마련되는 재원 규모도 커지고, 산업 속 주요 이해관계자인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을 하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산업에도 시도해볼 수 있는 모범을 남길 수도 있다. 아울러 마련 된 재원은 노사가 조율해 어느 한쪽에 치우진 것보다는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는 연대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2023년 금융 노사의 산별교섭이 난항에 빠진 가운데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볼 기회의 순간도 멀어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무기한 철야농성을 진행하며 오는 10월 6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10월 11일에는 전조합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