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지키려면, 안전기관 노동자 안전도 보장해야”
“안전 지키려면, 안전기관 노동자 안전도 보장해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10.04 02:07
  • 수정 2023.10.04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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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비용 더 필요한 우리나라···안전기관 푸대접 안 돼”
[인터뷰] 송명섭 전국안전기관노조협의회 의장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노동자들은 안전한 바닷길을 지킨다. 공단의 검사를 받은 증서가 없는 배는 출항할 수 없다. 다른 안전기관도 마찬가지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노동자들이 검사하지 않은 승강기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안전기관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하고 있을까? 여기 안전기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노조들이 뭉친 전국안전기관노조협의회(안노협)가 있다. 안노협은 2003년 출범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다. 송명섭 안노협 의장을 지난달 5일 만나 안노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명섭 의장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노조 창립 이래 최초 5선 위원장이기도 하다. 5번째 임기를 맞은 소감도 함께 물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송명섭 전국안전기관노조협의회 의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로 일으켜주는 든든한 노조’ 위해
16대 노조 집행부 항해 시작

- 지난 8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노조 16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①새 시대에 걸맞은 신개념 복지 ②노동조건 향상 및 소통강화 ③조합원에게 도움되는 인사 및 교육 세 가지 주제로 30개 공약을 제시했는데, 현장 조합원 반응이 가장 좋았던 공약은?

노조 위원장이 조합원과 1:1로 소통하겠단 공약이다. 1:1 소통을 통해 조합원들의 아픔과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거다. 지난 7월 공단 교통연구본부 조합원 49명과 대면상담을 했다. 하루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씩 조합원들과 만났다. 특히 신규 직원이나 2~3년 차 하위 직급은 공개적으로 건의하거나 목소리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와 만나서는 속마음을 잘 얘기하더라.

선거 이후 9월 말부터 본부별 면담 계획을 잡았다. 면담 결과를 노조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지사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유선상담을 할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낀다.

- 해양교통안전공단노조의 현안은 뭔가?

최근 승진적체가 심각해 많은 직원이 힘들어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가 선박 검사 점검 대상을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 선박 검사원 하위 직급이 한꺼번에 많이 늘어났다. 물론 선박 검사 인력 증원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조직 내부엔 승진 병목현상이 생겼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사명감을 높이려면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보상인 승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승진적체 문제를 풀기 위해 신성장 사업 발굴을 통해 상위직급 정원을 확보하고, 명예퇴직·희망퇴직을 활성화해 후배들이 선배들의 뒤를 이을 수 있게 하는 등 사측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아울러 임금피크제 제도를 보완·개선하고 별도직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선배들에게는 제2의 삶에 대한 대비를, 후배들에게는 좀 더 빠른 보직 부여, 승진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앞으로 해양교통안전공단노조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계획인가?  

이번 선거에 나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장형 수석부위원장, 최태일 부위원장과 힘을 합쳐 모든 직렬이 서로 돕고, 상대를 이해하는 노조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 제시한 16대 노조 슬로건이 ‘함께 가는 길에 서로 일으켜주는 든든한 노조’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강조했지만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또 지난해 12월 부임한 김준석 공단 이사장과 힘을 합쳐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비롯해 폭넓은 대외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5선 위원장인 만큼 그간 쌓아온 대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노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노협’, 직원 안전도 함께 지킨다

- 안노협 의장직도 맡고 있다. 참여와혁신 독자들에게 안노협을 소개해달라.

안노협은 분야별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노조들이 연대해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안노협은 어떤 활동을 해왔나?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안전을 지키는 노동자들의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 안전 검사원들이 현장에서 검사하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때 막대한 돈과 시간이 수반되는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소위 안전비용이다. 이 과정에서 수검업체 또는 수검자와 마찰이 빚어진다. 우리 공단의 경우 검사원이 맞은 적도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검사 규정으로 인해서 검사원이 현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다 간혹 규정에 맞지 않게 검사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책임은 현장 검사원에게 전가된다.

이런 가운데 안노협은 법무법인 등과 용역계약을 체결해 현장 직원들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따지는 ‘검사원 책임 범위에 관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입법 활동을 안노협 차원에서 전개할 것이다.

- 안노협 소속 노조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공공기관에 대한 정책 기조다. 안노협도 공공기관 정원 감축,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 어려운 파도를 맞고 있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이행 압박은 물론 단체협약도 공격받는다. 이를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안노협 소속 노조들의 당장 과제다. 공공기관이 마냥 방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현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뒷수습하기 바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안전비용을 확실하게 지불해야 한다. 예방활동을 생활화하고, 안전의식 수준도 올려야 한다. 안전비용을 점차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안전기관들을 푸대접해선 안 된다.

- 안노협의 장기적 계획은 뭔가?

안노협 소속 9개* 노조는 상급단체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협의체 활동에 집중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론 9개 안전기관을 하나로 묶는 산별노조 출범도 계획하고 있다. 다른 안전기관 노조들도 함께할 수 있다. 모든 안전기관 노조가 하나의 산별노조 아래 모여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무상급) △한국가스안전공사(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승강기안전공단(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노총 자동차노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에너지공단(민주노총 정보경제서비스연맹) △국토안전관리원(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연구노조) △도로교통공단(한국노총 공공연맹)

- 덧붙일 말이 있다면?

현 정권하에서 노동계도 더 똑똑해져야 한다. 집회와 투쟁도 열심히 하되,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활동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논리와 데이터로 승부해야 한다. 언론에도 많이 등장해 우리 이야기를 알려야 한다. 이는 조합원들을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