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돌입 예병기 서브원지회장, ‘노조 탄압 중단’ 요구
단식 돌입 예병기 서브원지회장, ‘노조 탄압 중단’ 요구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0.05 17:38
  • 수정 2023.10.0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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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노조 탄압 주장하며 본사 앞에서 단식 돌입
조합원·비조합원 임금 차등 지급 등을 근거로 탄압 주장
예병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브원지회 지회장이 지난 9월 27일 서브원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지난 8월 16일부터 서울 서브원 본사 앞에서 서브원에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이어가던 예병기 화섬식품노조 서브원지회 지회장이 4일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서브원은 기업의 운영 자재 구매·관리를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기업이다. 사무실 책상, 의자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재를 대신 조달해 기업의 행정 비용과 구매 비용을 줄여주는 일을 한다.

서브원지회는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병기 지회장은 “올해 1, 2월 노사 간담회에서 회사와 복리후생 포인트, 식사 수당 인상 등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사측에서 합의사항들을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처럼 홍보하며 직원들에게 발표했다”며 “그러자 블라인드(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노동조합은 뭐 하고 있냐?’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노동조합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만들어 노동조합의 힘을 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노사가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을 했다. 비조합원들만 임금이 인상됐다”며 “임금 인상분을 받지 못 한 탓인지 200여 명 되던 조합원들이 4월 이후 지회를 많이 탈퇴했다. 현재 93명의 조합원만 남았다”고 했다.

서브원지회는 사측의 이런 조치를 노동조합 탄압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4년부턴 노조와 임단협 완료 후 전 직원 동일 시점 임금 인상 △노조와 합의한 제도 개선 사항은 반드시 사전 공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브원지회는 성과급 지급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서브원은 성과 등급(S, A, B, C)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적용된다. 등급에 따라 직원 간 최대 4배까지 성과급 차이가 나지만 성과급 지급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서브원지회의 설명이다. 예병기 지회장은 “서브원이 구매대행 업체이다 보니 개인기보다는 고객사의 재정 상황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며 “그래서 성과를 구분하기 애매하다. 그런데도 등급에 따라 성과급 차이가 너무 컸다. 결국 사내 정치를 잘하는 직원에게만 높은 성과급이 지급됐다. 이런 불만이 누적돼 노동조합이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예병기 지회장은 “올해는 단식과 농성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는 것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 후 내년부터 성과급 제도 개선·임금 인상 등에 대해 제대로 교섭에 나설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고,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가결된 상태”라며 “사측에서 지금처럼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브원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를 탄압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비조합원들에게만 임금 인상을 한 것에 대해선 “회사의 통상적인 임금 인상 적용 시기와 노동조합의 임금 교섭 요청 시기가 맞물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노사 간담회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서브원 측은 “노사 간 의견 차이로 교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속해 대화로 합의 가능한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