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냉방 불량 급증···“열차 부족에 일단 차만 굴리자는 식”
SRT 냉방 불량 급증···“열차 부족에 일단 차만 굴리자는 식”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0.15 18:38
  • 수정 2023.10.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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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의원실 “냉방 불량 보상 건수 4.3배, 보상 금액 3.3배 각각 증가”
SR 직원 “갈수록 늘어나는 민원에 승무원 고충, 기관사도 운행 중 더위 호소”
SRT 내부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올여름 SRT 열차 내 냉방 불량으로 인한 보상 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 2년간(2021~2022년) 수치를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승객은 물론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도 더위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일수 증가 등으로 관련 문제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나, 정작 운영사인 ㈜SR이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노동조합 등은 주장했다. 열차 부족으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SRT 냉방 불량으로 인한 보상 건수는 지난해 대비 약 4.3배(263건→1,131건) 증가했다. 보상 금액은 올해 1,654만 600원으로 지난해 499만 2,500원에 비해 약 3.3배 증가했다. 특히 무더위가 집중되는 7월 보상 건수(금액)는 올해 554건(766만 2,800원)으로, 지난해 39건(85만 4,000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SRT 객실 냉방장치 고장 발생 수는 증가 추세다. 2018년 0건, 2019년 1건, 2020년 0건, 2021년 2건, 2022년 5건, 2023년 8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6~8월 ‘덥다’는 승객 민원은 88건으로 지난해 39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SR은 올해 이례적인 폭염으로 냉방 관련 민원이 증가했고, 운행 7~8년차 냉방장치 노후화에 의해 냉방 불량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차선 절연구간 통과 시 냉방 중단 발생, 외기온도가 높을 경우 설정온도 도달 시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차량의 특성 등도 원인으로 밝혔다.

“여유 차량 없이 무리한 운영에 문제 반복”
SRT 운전실 기관사도 여름 더위 속에 운행

현장에선 SR이 여유 차량 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행을 하다 보니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SR 직원인 제보자 A 씨는 <참여와혁신>에 “충분한 여유 차량 없이 무리한 운영을 하다 보니 열차에서 각종 문제가 생긴다”며 “기지창에 적시에 정비 입고를 하게 되면 운행 편수에 지장이 생기게 되고 이는 좌석 공급 차질과 수익성 타격으로 이어질 테니 일단 차만 굴러가고 큰 사고만 안 날 정도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열차를 막무가내 투입하는 SR 경영진의 문제 인식 결여가 큰 이유”라고 했다.

SR노동조합(위원장 김상수)도 “7~9월 여름철 운행 시 냉방 불량 차랑이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회사는 예비차량 부족 등의 이유로 정비 불량 상태로 운행하여 상습적인 냉난방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했다.

SR 직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과 네이버 밴드, 블라인드 등에 게시한 냉방 문제 관련 글(제공: SR 직원 A씨)

제보자 A씨는 “열차에 직접 승차해서 근무하는 객실 승무원은 열차 고장이나 각종 민원에 직접 노출되어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며 “몇 해에 걸쳐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SRT 개통 후 2~3년이 지난 2018~2019년 여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냉방 관련 민원이 2021년경 여름부터는 매우 심해져서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직원들도 항상 불안한 마음에서 일해야 한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SR 직원들이 업무 현황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방과 네이버 밴드, 블라인드 등에는 지난 몇 년간 냉방 문제 관련 글이 끊이지 않았다.

승객뿐 아니라 운전실 기관사들도 더위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앞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하절기 강한 태양을 직격으로 맞으며 2시간 이상 운전을 한다는 것. 이에 SR 관계자는 “기장(관사)들이 운전실이 덥다는 문제제기를 해서 점검한 결과 올여름 냉방기 고장이 한 번 정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는 “회사는 차량 구조상의 문제다, 설계상 어쩔 수 없다 등의 말로 매년 사태를 일단락시키고 가을까지 어물쩍 넘기는 게 전부인 상황”이라며 “매년 문제가 된다면 이용객들을 위해서라도 대외적으로도 해명하고 어떻게든 개선을 했어야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R의 보유 차량 부족 문제는 최근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SR은 지난 9월 1일부터 국토교통부 방침에 따라 운행 노선을 늘렸지만, 차량이 부족한 탓에 기존 노선의 차량을 빼서 신규 노선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경부선 등 SRT 기존 좌석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현재 SR은 코레일로부터 임차한 차량을 포함해 총 320량으로 고속철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코레일(1,602량)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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