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전문성 있는 노동조합 간부를 꿈꾼다
책임감과 전문성 있는 노동조합 간부를 꿈꾼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0.17 19:30
  • 수정 2023.10.17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모로 선발된 KB국민은행지부 간부들을 만나다
“노동조합의 변화와 투명성을 보여주는 간부 공모제도”
2023년 공모로 선발된 KB국민은행지부 신임 간부들(왼쪽부터 지현진, 김세중, 이지은 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KB국민은행지부 7대 집행부가 색다른 도전을 했다. 노동조합 간부 4명을 공모를 통해 선발한 것이다. 블라인드로 진행된 ‘서류-면접 & 논술 전형’을 거쳐,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간부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세중 정책본부 국장(28, 2014년 입행), 이지은 조직쟁의감찰본부 국장(37, 2009년 입행), 지현진 교육문화본부 국장(41, 2007년 입행)을 지난 9월 중순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서 만났다.

- 노동조합 간부 공모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김세중 : 분회장이나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은행 영업점 생활의 부당함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침 간부 공모 소식을 알게 됐고, 노동조합 간부가 되면 직접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지현진 : 분회장을 하면서 노동조합 활동과 은행 내부 공모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공모 소식을 접하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이지은 : 처음에는 노동조합 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국민은행지부 5대 집행부 때 총파업을 하면서 내가 일하는 곳의 발전을 위해, 나의 권리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노동조합이 PC오프제 도입을 성공시키면서 근무환경이 개선된 것도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이 두 경험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체감했다. 영업점 일을 하면서 부당함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노동조합 간부 공모를 보면서 직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다.

- 제출한 지원서에는 자신의 어떤 점을 강조했나?

이지은 : 지원 동기, 포부 등을 1,000자 이내로 자유롭게 쓰는 거였다. 거창하게 쓰지는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썼다. 영업점에서 경험했던 일들이나 본부 부서에서 일했던 걸 바탕으로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세중 : 자발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던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사나 복지, 급여 등 정책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보여주려 했다.

지현진 : 은행장 표창 받은 이력들을 썼다. 서로 도우며 화기애애한 영업점 분위기를 만든 직원에게 동료들이 추천해 주는 상이 있는데, 그런 상도 받은 걸 어필하면서 어디에서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블라인드 서류 전형 이후 면접과 논술 절차가 있었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지현진 : 노동조합 행사를 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간 상황에 ‘이건 너밖에 못하는 일’이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제 답변은 최대한 빨리 잘 끝내고 아이에게 달려가겠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가 먼저다’가 모범 답안이었다. 가족보다 회사가 먼저이지 못한 조직문화를 노동조합이 바꾸고, 노동조합 사업은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행부가 이런 철학이면 의미 있게 같이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지은 : 논술 질문 중에 사용자와 계속 싸워야 하는 건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포기할 수 있는 건 포기해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질문이 있었다. 영업점 생활과 파업 동참 경험을 돌아봤을 때,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되 무조건적인 투쟁이나 파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세중 : 총파업 관련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작년 총파업이 성공적인 파업인지 묻는 질문이었는데, 솔직하게 썼다. 결론은 명분이 어떨지 몰라도 배경 설명이나 공유가 제대로 안 된 파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노동조합 간부를 공모로 선발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세중 : 블라인드 서류 전형에 이어 면접과 논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간부를 확인하고, 뽑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본다. 다만 노동조합 특성상 선거를 같이 치렀던 사람들을 더 적게 기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지은 :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고, 노동조합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조합원들의 우려에 답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간부를 공모로 선발할 순 없겠지만, 지속됐으면 하는 제도다.

지현진 : 공모를 통해서 신입 간부들이 들어오면서 노동조합이 변화하려는 데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노동조합 활동 목표나 계획을 말해달라.

김세중 : 정책본부에 계속 있으면서 임금협약, 단체협약, 보충협약, 노사합의서, 인사복지, 급여, KPI 등과 관련된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다. 최소 2~3년의 시간은 걸릴거라 생각하고, 이론으론 배울 수 없는 협상 스킬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현진 : 조합원으로 노동조합 행사를 참여했을 때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조합원 노동교육을 준비하면서 예상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밥 먹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런 거 괜찮지 않냐고 동료 간부들에게 이야기한다. 수시로 일에 대해 고민하는 나를 보면서 열정이 있구나 느꼈다. 그 열정 그대로 교육문화본부에서 오래 일해보고 싶다.

이지은 : 직원들과 대면하는 현장 활동을 하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보람도 많이 느낀다. 노동조합 간부의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데, 직원들이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내주면 뭉클함이 올라온다. 이렇게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인식들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간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