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금융·사무·IT·서비스노동자여, 단결하라!
만국의 금융·사무·IT·서비스노동자여, 단결하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0.17 19:31
  • 수정 2023.10.17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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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UNI 6차 세계총회 참여
따뜻한 금융산업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알려
UNI 6차 세계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 금융노조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말이 등장한 이래로 전 세계 노동자들은 꾸준히 만나 연대해오고 있다. 총노동 차원에서 단결을 도모하며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고, 산업별·직종별 차원에서 서로 단결하기도 한다.

금융노조는 국제사무직IT서비스노조연합(UNI Global Union, 이하 UNI)에 가입해 산업 차원에서의 국제 연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UNI는 150개국, 900여 개 노동조합, 2,0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으며, 주요 업종은 금융, 정보통신, 우정, 미디어 언론, 상업, 관광 등이다. 한국노총 산하 조직 중에는 금융노조, 우정노조, 의료노련, 프레제니우스 노동조합, 민주노총 산하 조직 중에는 사무금융노조,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언론노조 등이 함께하며 총 8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UNI 세계총회는 4년 주기로 열리며, 올해는 6차 세계총회가 열리는 해다. 6차 세계총회의 슬로건은 ‘Rising Together’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8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개최됐다. 금융노조는 해당 기간 동안 세계총회를 비롯해 사전에 열린 UNI 세계 금융대회(8월 24일), UNI 세계 여성대회(8월 25~26일) 등에 참여해 각국 노조들과 의견을 나누고 연대를 다졌다. 이번 세계총회에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총 8명의 본조 및 지부 간부들이 참석했다.

미래와 포용, 따뜻한 금융

금융노조는 UNI 세계 금융대회와 UNI 세계총회에서 박홍배 위원장의 연설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전했다. UNI 세계 금융대회 연설 키워드는 디지털화와 관련된 ‘미래’였고, UNI 세계총회 연설의 키워드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규범과 관련한 ‘포용’이었다.

① UNI 세계 금융대회

8월 24일 진행된 UNI 세계 금융대회의 논의내용은 △단체교섭 모범 사례 △지속가능한 금융 △기후변화에 중점을 둔 정의로운 전환 △금융산업 내 신기술 사용 등이었다. 박홍배 위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금융노조의 대응 현황에 관해 연설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의 미래는 더 편리한 동시에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며 “자본이 자본을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전 세계 금융노동자들이 함께 손잡고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사용이 금융의 미래를 열지만, 이를 꾸려나가는 과정에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인간성을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박홍배 위원장은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 그간 금융노조가 대응해온 다양한 활동도 소개했다. 한국은 과거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해 피해를 초래한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기술 사용에 따른 금융과 산업자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 디지털화의 또 다른 문제는 은행 점포폐쇄와 고용 감소”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금융노동자의 업무강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점포폐쇄 반대 캠페인과 단체협약 등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② UNI 세계총회

8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린 UNI 세계총회의 주요 논의 내용은 △노조 조직력 강화 △평화, 민주주의, 인권 수호 △불평등, 인종주의, 차별철폐를 위한 투쟁 △정의롭고 포용적인 세계 경제를 위한 규범의 변화 △디지털 시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투쟁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단결 등이었다.

박홍배 위원장은 ‘정의롭고 포용적인 세계경제를 위한 규범의 변화’ 파트에서 금융산업공익재단을 통한 금융노조의 사회연대활동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정의롭고 포용적인 경제를 위해 투쟁과 교섭도 해야 하지만, 노동조합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금융노조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2018년 금융산업공익재단을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금융산업공익재단을 통해 2021년 미얀마 쿠테타 직후 고국에서 생활비를 송금 받지 못한 한국 내 미얀마 유학생 950명에게 6개월 간 생활비로 총 2억 원을 지원하고, 작년 필리핀 파야타스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센터 건립을 지원했으며 네팔 카트만두에 성구분 화장실을 건설하는 등 국제적인 사회공헌사업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노조는 UNI 6차 세계총회에 참여해 따뜻한 금융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각국 노동조합에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국제 연대, 다른 나라의 거리를 함께 걷다

금융노조는 UNI 제6차 세계총회 참여 외에도 미국 SEIU 32BJ의 건물 청소·경비 노동자 공정 계약 촉구 집회에 연대하며 벤자민 플랭클린 거리를 행진했다. 국외 노동단체와 면담도 진행했는데, 대만 금융노조와는 양국 금융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성을 논의했으며, 네팔 금융노조 및 필리핀 금융노조와는 상호 교류 협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제7차 세계총회는 2027년에 호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앞으로 금융노조는 UNI APRO 동아시아 포럼 참석(일본, 10/25~28), 튀르키예 은행보험노조 한국 방문 지원(10/30~11/4) 등 해외 여러 노동조합과 지속적인 국제교류를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