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튀르키예’ 금융노동자들, ‘디지털 전환과 노동’ 고민 나눠
‘한국-튀르키예’ 금융노동자들, ‘디지털 전환과 노동’ 고민 나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1.01 11:37
  • 수정 2023.11.0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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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노총 금융노조-튀르키예은행보험노조 국제 교류 간담회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국제 금융노조들의 연대가 중요해”
31일 금융노조와 튀르키예은행보험노조가 국제 교류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튀르키예은행보험노조(BASISEN, 이하 바시스엔)가 31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노총 금융노조를 만났다. 서울 중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만난 양국 금융노조는 1시간 30분 정도 간담회를 진행하고 노동현안과 대응방식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올해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국민, 바시스엔 조합원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아울러 “세계 정치, 사회, 경제 등 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금융노조도 바시스엔도 변화에 큰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 만남에서 생각을 나누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자”고 인사말을 전했다.

자난 체빅바쉬 바시스엔 재무부위원장은 “먼저 지진 피해에 금융노조 이름으로 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한 “이번 방문의 큰 의미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튀르키예 금융종사자들과 한국의 금융종사들은 코로나19 위기,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세계 금융의 혼란, 디지털 전환 등 공통 문제를 겪고 있다. 정보 교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연대하자”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의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었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모바일뱅킹 및 디지털금융기술의 확산,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가속화된 디지털화로 금융권 노동조합은 노동환경의 변화와 고용의 감소라는 과제와 마주한 상황이다.

바시스엔의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를 통과하며 튀르키예의 금융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상당히 확산됐다. 직종별로 보면 주로 소프트웨어, 보안, 총무 분야 종사자들이 재택근무를 많이 하고 있다. 한 달을 기준으로 ‘1주 출근-3주 재택’의 근무 형식 또는 ‘주 2회 출근-주 3일 재택’의 근무 형식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자의 업무능력은 디지털 관리감독을 통해 계량화된 지표로 평가 받는 상황이다.

바시스엔은 설명과 함께 한국의 상황과 재택근무에 대한 노동법상 법조항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금융노조는 노동법상 정확한 규율은 없고, 한국 금융산업 부문에서도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으나, 재택근무의 경우는 튀르키예처럼 확산돼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사용자들이 재택근무를 통한 비용절감보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노동강도가 높은 점이 이익이라 판단해 오히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시스엔은 노사 협상을 통해 재택근무자에 대한 지원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시 난방비 추가 비용, 책상 및 의자와 같은 기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금융노조 역시 지난해 산별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재택근무 시 노동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함을 노사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이라는 간담회 화두 속에서 영업점 폐쇄 및 고용 인원의 감소 문제도 양국 노동조합이 비슷한 상황임을 공유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노조는 작년 9월 16일 진행한 총파업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바시스엔의 경우 단체행동권이 법률에는 명기돼 있지만 집회와 시위를 허가하지 않는 튀르키예 정부의 현황을 알리기도 했다.

간담회 말미에는 외국 자본이 금융산업에 들어와 발생한 문제를 공유했다. 바시스엔은 다양한 외국 자본이 튀르키예 은행업, 보험업에 들어오고 있는데 자본 투자 계약 시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시스엔은 역설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해당 외국 금융기업에는 노동조합이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박홍배 위원장은 “노동조합 조직을 방해하는 외국 자본을 생각한다면 국제적인 수준에서 금융노조들 간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튀르키예은행보험노조와 한국노총 금융노조의 국제 교류 행사는 2008년도부터 지속되고 있다. 튀르키예은행보험노조는 10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 방문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