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11월 전노대, 왜 모여 왔나?
한국노총 11월 전노대, 왜 모여 왔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09 09:38
  • 수정 2023.11.0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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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탄압·노동 개악 정부 대응 의지 ‘한 장면’으로 보일 계기
비정규직 철폐·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과제도 화두로
2013년 11월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현장 ⓒ금융노조  

제조·금융·서비스·공공·의료·IT 등 한국노총에 조직된 노동자들이 오는 11월 11일 여의도 일대에 집결한다.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만드는 제도들을 바꿔야 한단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매년 11월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국노총은 주요 노동 과제를 화두로 올리는 동시에 정부·정치권에 과제 해결을 주문해 왔다. 전국노동자대회는 한국노총의 하반기 주요 투쟁 일정 중 하나이자, 대선·총선처럼 주요한 선거를 앞뒀거나 정부의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정부·정치권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한 장면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집회기도 하다.

2012~2016, 노동 관련 법·제도 개악
막아야 한단 의지로 거리 나서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1월 한국노총은 대선 예비후보들을 전국노동자대회에 불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켰다.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은 동결 또는 삭감돼 노동조합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에 진행된 전국노동자대회였다.

한국노총은 “친노동을 표방하는 대선후보라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축소시키고 금지시킨 노조의 권리를 회복하고 확대시키는 노조법 재개정을 최우선공약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제18대 대선 예비후보들에 전하며, 전임자 임금은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하고, 비정규직은 축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별교섭을 법제화하고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라고도 촉구했다.

이날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서 노동현안들에 대해 듣고 같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비정규직 차별시정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2014년 다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 관련 제도 개악과 노동조합 탄압을 저지하자고 결의해야 했다. 당시 구호는 △근로기준법 개악과 비정규직 남용·빈곤 고착화 등 반노동정책 분쇄 △사회공공성 쟁취와 관치금융 척결,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탄압 분쇄 △공적연금 개악 저지였다.

산별 노동조합들도 “투쟁 역량을 집결할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의 많은 부채가 문제고, 과도한 성과급으로 방만 경영이 계속된다며 개혁을 시도했다. 양대노총에 조직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수익보다는 사회공공성을 담보하는 공공기관의 본령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을 노동탄압이라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는 집회를 2015년 전국노동자대회와 함께 이어 나가기도 했다.

2018년 11월 국회 일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현장 ⓒ금융노조 

2017~2021, 다시 외친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 선제적 이슈 띄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7년의 주요 구호는 비정규직 철폐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한국노총에 조직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온전해야”함과 동시에 비정규직은 철폐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2018년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단위 사업장의 큰 현안이었다. 한국노총은 2018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을 주요하게 말했다. 앞선 2017년에도 한국노총은 장시간 노동을 야기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해당 조항은 특정업종에 한해 노사 합의로 연장노동이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전국노동자대회는 정부와 국회의 노동개악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한국노총은 금융노동자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 저지 투쟁 등 각 노동현장의 현실과 투쟁을 예시로 들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3년차가 됐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국회와 정부를 향해 투쟁의 함성을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비판했다.

한편 2020년과 2021년 한국노총 11월 전국노동자대회는 코로나19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2022년 11월 전국노동자대회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의미로 열리지 않았다. 올해는 윤석열 정권 심판과 노동탄압 규탄이 주요 구호로 등장한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노조법 제2·3조 개정, 공공성 사수, 연금 보장성 쟁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과 공무직 노동자 차별 철폐도 주요한 요구다.

최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담화문을 내고 “한국경제의 앞날이 캄캄한 가운데 위기극복 능력이 없는 윤석열 정부는 노조 카르텔이니 부패 노조니 운운하며 노조를 때려 자신의 치부 가리기에 활용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라며 “지금은 투쟁이냐 타협이냐를 논할 때가 아니다. 한국노총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한국노총의 존재를 각인시킬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