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에 순서가 있다면 이제는 노동조합 차례
상생에 순서가 있다면 이제는 노동조합 차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1.09 09:40
  • 수정 2023.11.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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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경영정상화 바람 모여 만들어진 새마을금고중앙회노조
김삼중 위원장, “경영진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목소리 내겠다”
김삼중 금융노조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마흔 번째 지부,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가 만들어졌다. 지난 7월 4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30년 만에 노동조합이 결성됐고,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금융노조에 가입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10월 11일 김삼중 금융노조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 초대 위원장을 만나 30년 동안 노동조합 불모지였던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30년 만의 노동조합 설립이다. 노동조합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직원협의회의 한계를 느꼈다. 그동안 직원협의회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와 복리증진에 힘써왔지만 경영진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목소리 내기가 어려웠다. 또 중앙회 회장의 부정, 관리·감독 소홀과 같은 문제들을 감시·견제하기 부족했다. 노동자의 권리도 지키고 중앙회의 투명 경영과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충실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라고 봤다.

- 방금 지적한 것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부실한 내부통제와 일방적 의사결정 그리고 힘의 불균형이 현재 중앙회 사태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증가로 나타난 거다. 대외 신뢰도 하락과 경영 성과 악화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복리증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련의 사태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가 꾸려졌는데, 혁신에 따른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의 변화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했을 때 현장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빠른 속도로 조합원 수가 늘었다는 게 분위기를 말해주지 않나 싶다. 노동조합 가입 원서를 받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돼서 5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했다. 중앙회 총직원 수 1,100여 명 중 실제 가입 가능한 인원은 800~900여 명 정도 추산했는데, 엄청 빠른 속도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직원들의 자정 노력이고, 지속가능한 중앙회를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직원들의 간절한 바람이 모인 결과가 아닐까한다. 현재는 71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 앞서 이야기한 부정 문제, 최근 불거진 뱅크런 등 새마을금고 관련 여러 이슈들이 발생했다. 노동조합의 고민은 무엇인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국 새마을금고의 공동이익 증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도·감독하는 게 기본 업무다. 지도·감독이라는 본질에 더욱 충실해서 금융사고와 부실대출을 예방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중앙회가 새마을금고를 올바르게 성장시키고 지도·감독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과 인적자원 확충,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또 무너진 내부 통제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투명 경영을 위한 견제 세력으로 역할을 성실히 할 생각이다.

- 노동조합이 바라보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수익성 확대를 위해 부동산PF 대출 등 각종 규제를 풀면서 진행한 사업들이 지금은 높아진 연체율로 돌아와 새마을금고 건전성과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부상조라는 협동조합의 본질을 다하고, 지역서민금융과 포용금융을 실현해서 함께 잘 사는 풍요로운 생활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새마을금고의 기본적인 역할과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경영활동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 상급단체로 한국노총 금융노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1960년 발족한 금융노조의 역사와 전통에서 축적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금융노조에는 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유사한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등 협동조합중앙회도 가입돼 있다. 이런 이유들로 봤을 때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상급단체가 금융노조라는 전체 조합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 금융노조에 기대하는 바는?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가 설립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사용자측과 교섭 과정도 처음이다. 단체협약 교섭에서 금융노조의 도움을 받으며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

- 앞으로 지부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먼저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 반영하면서, 조합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담을 것이다. 단체교섭에서는 첫 단체협약 체결인 만큼 조합원들의 노동조건과 권익 향상을 위한 초석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금융노조 활동에도 함께하며 노동조합의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생각하고 있는 노사관계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상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생의 순서다. 그동안 상생을 이야기할 때 회사가 먼저였다. 환경과 상황의 변화로 노동자는 언제나 희생을 피할 수 없었다. 노동조합을 통해 공정한 상생을 만들어 가겠다. 공정한 상생을 바탕으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확립할 것이다. 현재 노동조합이 설립된 초기이고 관계 정립을 해나가는 시기인데, 수시로 사용자측과 소통하고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소통하면서 건강한 노사관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