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금융 어떻게?
돈이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금융 어떻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1.14 19:03
  • 수정 2023.11.14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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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 기후금융 수준 낮아···금융권 노동조합의 역할 필요
14일 사무금융노조-금융노조, ‘금융회사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 열어
14일 오전 국회에서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후위기 시대 기후금융 활동 수준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퇴직연금 운용에 있어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고 금융회사들이 기후금융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4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와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사무금융노조가 1년 동안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플랜1.5와 조사·연구한 기후위기 시대에 금융회사들의 녹색 투자 현황, 노사의 향후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구체적으론 금융산업의 업권별 금융배출량, 녹색단체협약 구체적 내용, 해외의 퇴직연금 활용사례 벤치마킹한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연구 내용에 포함됐다.

국내 금융회사 기후금융,
“초보적 수준”

첫 발제는 박지혜 플랜1.5 변호사가 ‘국내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현황과 평가’를 주제로 시작했다. 5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신한금융그룹·하나금융지주·NH농협금융·우리금융지주), 10대 자산운용사, 퇴직연금 사업자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발제였다.

조사의 종합 결론은 ‘국내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수준은 낮다’이다. 특히 금융회사는 ‘내부배출량’*보다 ‘금융배출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기후금융 활동이 중요하다.
*기후금융 : 기업과 사회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탄소중립사회를 만드는 데 금융회사가 대출, 투자, 금융상품 개발 등으로 기여하는 형태의 금융활동
*내부배출량 : 금융기관이 보유한 차량, 건물 등에서 직접 연소 및 전기 사용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금융배출량 :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회사들은 대체로 탄소중립사회로 이행하겠다는 선언 수준이고, 자산운용사, 퇴직연금사업자 수준으로 내려갈수록 선언 수준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탄소중립사회 이행의 목표를 가지고 있던 금융지주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퇴직연금사업자 등에서도 탄소중립 선언이나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시도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위기가 재난으로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후금융 이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조사에 대한 평가다. 아울러 기후금융의 비중 확대, 탈석탄 투자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탈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 투자확대와 같은 기후금융의 투자 내용적 확대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노조, 기후연금 캠페인에 나서자
녹색단협도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 노동조합의 기후연금 행동이 필요하다는 발제도 이어졌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우선 기후위기 대응에서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모든 경제활동의 동력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조산업처럼 물질적 기반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환 비용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그렇다면 효과가 큰 금융산업의 기후위기 대응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에 대한 답으로 노동조합의 기후연금 행동을 제안했다. 퇴직연금을 활용해 금융회사에게 기후금융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규모는 300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규모가 커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퇴직연금은 가입자인 노동자의 소유로 운용지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윤세종 변호사의 설명이다.

윤세종 변호사는 이미 영국, 미국 등에서 노동자들이 퇴직연금을 통해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라 밝혔다. 영국의 사례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기후투자가 채식, 대중교통, 전기차 등 일상 실천보다 21배 더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발제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진행했다. 한재각 연구기획위원은 노동조합의 녹색단협 맺기를 위해 고려해야 할 내용을 발표했다. 노사가 사업장 탄소배출 감축 계획에 대한 단체협약을 맺어 실질적 탄소중립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금융권 노동조합의 경우 사용자의 운용 자산 투자가 탄소중립을 지향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단체협약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노사가 기후금융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개별 사업장 수준의 단체협약 맺기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산별노조 차원의 녹색 단체협약 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