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먹고 살았다” 손배·가압류 속 노동자의 모습들
“간신히 먹고 살았다” 손배·가압류 속 노동자의 모습들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16 18:16
  • 수정 2023.11.1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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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노동자 손배 책임 완화 노조법 개정안 통과 일주일
손배 피해·하청노동자들, 사진전과 특별행사 열어 개정안 공포 요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한 한 시민이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살고 싶어라」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살고 싶어라」 사진전’이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1로비에서 사진전과 함께 진행된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 행사엔 기업으로부터 노동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조치를 당한 노동자들과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입고 나왔다. 행사와 사진전은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주최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 소송 피해, 하청노동자 및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 조건 등을 증언했다. 이들이 증언에 나선 이유는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공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살고 싶어라」 사진전’ 사전행사에서 권은정 전국택배노동조합 총무부장이 고 배달호 열사의 배우자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행사에선 고 배달호 열사의 배우자가 직접 쓴 편지를 권은정 택배노조 총무부장이 대독했다.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진행했던 고 배달호 열사는 파업 이후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에 의해 재산 및 임금이 가압류돼 노동조합 활동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한 절망감과 분노에 2003년 분신했다. 편지에서 배달호 열사의 배우자는 “두 딸아이는 학원도 다니지 못했다. 나도 식당에 가서 주방일을 하며 간신히 먹고 살았다”고 손해배상·가압류로 인해 겪은 생활고를 전했다.

홍익대학교 용역업체 청소노동자 박지선 씨는 “원청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했더라면 집단해고도, 점거농성도, 수억의 손해도 없었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한국서부발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동료 이태성 씨 또한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사업장에서 여전히 하청노동자의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으로부터 2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 받은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유성욱 씨도 자리에 함께했다. 유성욱 씨는 “택배노동자들의 일 14시간, 주 80시간이 넘는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 노동시간인 주 36시간을 두 배나 초과한 노동시간”이라며 “10여 년 전부터 장시간 노동의 위험을 호소했으나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원청 택배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4당의 국회의원들과 당대표도 행사에 참석해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빠른 공포를 정부에 주문했다. 관련해 이용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야4당 당대표 공동 기자회견과 현수막 게시 등 법안이 공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서울 광화문 앞 동화면세점에서도 사진전을 열어 노조법 개정안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