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의 변화, 돈의 크기도 돈의 색깔도 고민할 때
임금체계의 변화, 돈의 크기도 돈의 색깔도 고민할 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1.17 20:06
  • 수정 2023.11.17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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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에스디에이’ 사례로 본 직무·성과 중심 인사제도 전환의 가능성
노사발전재단, 제1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 개최
16일 오후 노사발전재단이 2023년 제1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인사제도의 변화를 꾀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MZ세대가 노동시장 주요 축으로 진출, 더불어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은 기업에게 인사제도 변화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던져줬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일터를 바꾼 곳들이 있다. 노사발전재단이 16일 오후 서울 R.ENA 컨벤션에서 ‘2023년 제1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포럼 주제는 직무 기반의 임금·평가·교육체계 도입을 통한 노동자의 동기부여와 기업 경쟁력 확보로, ‘아라리오’와 ‘에스디에이’ 사례가 공유됐다.

주식회사 아라리오는 천안에 소재한 기업이다. 1986년 고속·시외버스 터미널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는 백화점, 갤러리 등의 도소매업과 문화예술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라리오가 일터혁신을 진행한 배경은 성과관리를 위한 평가체계를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이와 연계한 임금체계를 개선해서 기업의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아라리오는 이번 일터혁신을 통해 개인 목표관리(MBO)제도를 설계해 평가체계의 객관성 확보에 노력했다. 아울러 임금체계 및 승진 규정 등을 고려해 직급별 페이밴드를 마련하고 임금구성 항목을 간소화해 직원들의 불만 사항이었던 인사적체 해소, 공정한 임금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라리오의 특징점은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기본급 인상 방안과 평가연동 인상 방안을 교차해 하후상박식의 임금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에스디에이는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로 2006년부터 사업을 영위했다. 경기도 안양에 소재한 기업이다. 에스디에이가 일터혁신을 진행한 배경은 사업 확장과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인사체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직무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이와 연동해 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스디에이는 직무조사를 통해 직무별 역할과 책임에 대한 정의와 단위 업무 세부화를 통해 직무기술에 대한 구체화와 명확화로 일터혁신을 시작했다. 이에 연동한 임금체계를 설계하기 위해 직군간 토론을 거쳐 상이할 수 있는 직무가치에 대한 보상을 조정했다.

에스디에이의 특기 사항은 직무 전문 교육과정을 기업 스스로가 설계했다는 점이다. 시중의 일반 직무교육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특수한 상황이 존재했으며, 반도체 제조 공정과 새로운 사업 분야의 확대를 위해서 에스디에이만의 필요한 기술 숙련 과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례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승용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체계 개선은 사실상 평가체계와 교육훈련체계, 나아가 조직문화까지 연결된 문제로 상당히 광범위한 일터혁신 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 책정에 대한 고민점도 이야기했는데,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급여를 얼마나 줘야 하냐와 얼마를 줄 수 있느냐는 현실적으로 다른 부분”이라며 “이론적으로 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임금을 더 많이 줘야 인재를 끌어올 수 있지만 지불여력이 문제”라고 했다. 또한 “그렇다고 임금의 동기 효과는 장기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급여적인 부분이 아닌 비급여적인 부분의 보상도 고민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임금 수준이 받쳐줘야 하겠지만, 복지 수준을 어떻게 높이고 직무의 가치와 보람을 어떻게 노동자들이 느낄 수 있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의 색깔이라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운기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관계가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을 때 수용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좋은 노사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터혁신의 성과가 지속되고 현장에 안착되기 위한 부분을 제언한 것이다.

이어 “새로운 제도라는 변화가 기업 조직 안에서 구현되는 데는 혼란-분노-타협과 실망-수용의 단계를 거친다”면서 “이 과정이 최소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터혁신의 이행에는 인내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