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강원지부장 국정원 출석···“당당히 조사받을 것”
전교조 강원지부장 국정원 출석···“당당히 조사받을 것”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1.23 14:41
  • 수정 2023.11.2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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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받은 진수영 전교조 강원지부장 국정원 출석
전교조 “강원지부장 수사는 전교조 탄압 행위···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도 폐지해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국정원 출석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국정원 출석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진수영 전교조 강원지부 지부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진수영 지부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당당히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오전 진수영 지부장의 국정원 출석을 앞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은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와 국정원이 진수영 지부장을 간첩으로 몰아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전교조 혐오를 조장하는 현 정부의 공안정국에 단호히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23일 국정원과 경찰은 진수영 지부장이 북한 쪽 인사의 지령을 받고 반국가단체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진수영 지부장의 신체, 자택, 강원지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국정원은 경남 창원의 지하조직 자주통일 민중전위(일명 창원 간첩단)의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하부조직에 진수영 지부장, 전 진보당 인사 등이 활동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압수수색 경위를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진수영 지부장은 “압수수색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교사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왔던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졌다”며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 북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말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압수수색 이후 저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됐고 늘 의식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각과 말을 가두는 ‘보이지 않은 감옥’이 국가보안법이다. 미래교육과 국가보안법은 양립할 수 없다.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려면 국가보안법이 없는 사회여야 한다”며 “당당한 투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와 민주평화통일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정권의 위기마다 등장했던 것이 바로 공안탄압”이라며 “국민들은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온갖 누명을 씌우고 사건을 조작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던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전교조 앞에 그 어떤 색깔론을 덧씌운다 해도 결국 그것은 정권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는 개인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반인권적인 악법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진수영 지부장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참여와혁신은 진수영 지부장이 조사에 임하기 위해 국정원에 들어가기 앞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운데) 진수영 전교조 강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가운데) 진수영 전교조 강원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 압수수색 이후 어떻게 지냈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 치료를 좀 받았다.

- 국정원 출석 요구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나?

아니다. 압수수색도 정말 느닷없이 당했다. 그때도 무슨 혐의가 있으면 참고인으로 불러서 조사를 먼저 하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내가) 피의자로 돼 있는 것부터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러 가는 것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주장하는 건 창원 간첩단의 하부조직에 (내가)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거기(창원 간첩단)가 주범이고 여기(하부조직)가 종범이라는 건데, 거기 수사도 제대로 진행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 주범의 혐의가 확실한지 모르는데 나를 종범이라며 이렇게 수사하는 건 무리한 수사 아닌가.

-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다고 밝혔는데.

전교조나 민주노총 회의록 등을 보면 내가 한 활동은 노조 활동이다. 이를 두고 법 위반이라고 하면 전교조나 민주노총이 간첩이라는 말인가. 국정원이 나와 북이 연계돼 있다고 그림을 짜 맞추는 것이라고 본다.

- 곧 국정원에 들어가 조사를 받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대한민국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 공개적으로 노조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두려울 것도 없다. 그래서 당당히 조사받고 또 투쟁할 것이다.

 

진수영 지부장은 2014년 교사로 발령받아 1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해왔다. 동시에 전교조 활동을 이어오면서 올해 1월부터 전교조 강원지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