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비정규직 차별···정부, “시정·자율 개선” 지시
금융기관 비정규직 차별···정부, “시정·자율 개선” 지시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24 19:14
  • 수정 2023.11.24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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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차별 없는 일터 위한 가이드라인 발간해 확산시킬 예정”
금융노조, “정부 노력 환영하나, 실효적 대책으로 차별 해소해야”
24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금융기관 12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처우·불법 파견·금품 미지급 등 총 62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 정부는 시정을 지시하는 한편, 비정규직 공정 대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각 사업장에서 자율 개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전국 6개 고용노동청에서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금융기관 14개소(은행 5개소, 증권 5개소, 보험 4개소)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가 발표됐다.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사업장은 모두 12개소로, 위반 건수는 62건이다. 피해 노동자는 1,748명, 미지급 액수는 25억 5,000만 원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에게 시정지시를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적발된 주요 위반 내용은 기간제·단시간·파견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품 미지급 △모성보호 위반 등이다.

불합리한 차별 사례로 A은행에서는 보증서·압류관리 업무를 맡은 단시간 노동자(1일 7.5시간 근무)에게는 중식비와 교통보조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통상노동자(1일 8시간 근무)는 월 20만 원의 중식비와 월 10만 원의 교통보조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B은행은 직접 고용한 운전 노동자에게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는데, 같은 일을 하는 파견노동자에겐 정액 40만 원만 지급했다. C증권사에서도 영업점 상담창구에서 일하는 정규직에게는 기본급의 700%를 상여금으로 지급했으나, 기간제 노동자의 상여금은 연봉액의 24.5%~27.3%였다.

지침·규정 자체에 차별 문구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B은행에선 기간제·단시간 노동자만 출근시간을 영업시간 10분 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금품 미지급 사례로 A은행에서는 단시간 노동자(1일 7.5시간)에게 2023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미반영했다. C증권사는 72명에게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총 1억 9,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모성보호제도 위반도 7건 발견됐다. A은행에선 임신한 노동자와 산후 1년 미만 노동자가 법정 한도를 초과해 시간 외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법령으로 정해진 배우자 출산휴가, 유산·사산휴가 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총 5건 있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월 8일 비정규직 공정 대우의 기본 원칙과 구체적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낼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내년 집중 지도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계속해서 요구해 온 금융노조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특정 산업만 표적 수사하는 방식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 꼬집었다. 최근 대통령의 금융악마화에 장단을 맞춘 것 아니냐는 게 금융노조의 설명이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1998년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진 후 매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임금 및 처우개선을 명문화하는 산별교섭을 해왔다”며 “고용차별 해소, 비정규직을 위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사용 확대, 임금 격차 해소 위한 저임금직군 임금인상률을 일반직의 2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진정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싶다면, 노동계와 적극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으며, “사용자는 감독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모든 차별을 즉각 시정하고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