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노동조합 편견 허무는’ 제5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시상식
‘노동·노동조합 편견 허무는’ 제5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시상식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27 17:01
  • 수정 2023.11.2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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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노동수기와 함께 ‘특별 아이디어’ 부문 신설
27일 오후 시상식서 3개 부문 15명 수상
27일 오후 한국노총회관 5층 여율리에서 열린 '제5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시상식' 수상자들과 참석자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노동에 대한 공감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대국민 노동문화 공모전 ‘난생처음 노동문화제’의 다섯 번째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 이하 한국노총)이 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내가 그린 내일, 우리가 꿈꿀 세상’이란 주제로 열렸다. 한국노총은 27일 오후 제5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시상식에서 80여 일간 접수된 300여 편의 작품 중 동영상 5팀, 특별 아이디어 2명, 노동수기 8명 등 총 15명(팀)에게 시상했다.

동영상 부문에서는 정경섭 씨의 단편영화 <반품>이 1등을 차지했다. 택배노동자가 느끼는 고충과 사회적 시선, 편견 등을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소외되고 무시받는 노동자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노동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심사평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경섭 씨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택배노동자에 관한 뉴스가 많았다. 이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노동자(당사자)들에게도 인정받은 것 같아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2등은 ‘최.미.영’ 팀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돈 기부 업!>이 수상했다. 기부 저금통에 모인 ‘돈’의 1인칭 시점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바라보며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3등에는 ‘한국노총가’를 편곡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성공회대 조’ 팀의 <Work That!>,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동의 가치를 깨닫는 내용을 담은 ‘내일의 우리’ 팀의 단편영화 <내일의 나에게>가 공동 입상했다.

동영상 부문 특별상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의 <서울교통공사 기술직원들이 방사능 물질로 죽어가고 있다!>가 수상했다. 이 영상은 서울교통공사 전기·신호·궤도·토목 직원들이 유해 물질에 노출된 현실을 드러냈다. 최평철 한국노총 공공연맹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교육홍보실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영상 제작 이후 실무협의를 거쳐, 지난 11월 21일 방사능 물질 대책을 명확하게 (노사) 합의문에 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노동수기 부문은 ‘왜 노동이 차별받아야 하나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민성 씨의 <어느 가구 배송기사의 하루>가 1등을 받았다. 이 글은 “가구 배송 노동자의 고단함과 함께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현실을 세세하고 부드럽게 풀어냈으며”,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표현해 공감도를 높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김민성 씨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몰랐던 고충을 알게 되고, 나아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며 공모전의 취지를 되새겼다. 이어 “앞으로도 수기 외의 다른 분야에 계속 참여해서 공모전을 즐기고 응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등은 노인 택배업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 일자리에 대한 소회와 소견을 제시한 최옥숙 씨의 <노인 노동에 대한 차별적 연령주의를 넘어서>, 감정노동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묘사한 강성준 씨의 <아무래도 그냥 좀. 그렇다.>가 공동 수상했다.

3등은 성지선 씨의 <쿠팡일지>, 최양수 씨의 <오늘도 나는 행복을 실어 나른다>, 이지은 씨의 <천천히>에 돌아갔다. 특별상은 서동욱 씨의 <교직에서 성직자관 강요는 노동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와 김혜란 씨의 <2031, 그 봄은 여전히 따뜻하다>가 받았다.

또 이번 공모전에는 ‘특별 아이디어’ 부문이 신설됐다. 한국노총에 바라는 점을 콘텐츠, 슬로건, 신규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제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콘텐츠 제안 부문에서 중부발전노조 청년조합협의체 소속 김세학 씨의 <한국노총 발전 방향 제안>, 사업 제안 부문에서 이영호 씨의 <가족을 돌보며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 휴가지원사업>이 우수기획상을 받았다.

김세학 씨는 기획에서 SNS 채널 및 유튜브 운영, 캠페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통해 한국노총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노총의 약점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파악한 정성스러운 제안”이라는 심사평이 있었다. 그는 “선배들의 투쟁을 우리 청년 세대가 이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사업을 고안해 현장에서 더욱 노력하겠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영호 씨의 청소년노동자 휴가 지원 사업에서는 “영케어러(Young Carer, 중증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청소년)라는 명확한 타깃에 집중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이영호 씨는 “보통 (다른 청소년들은) 방학 때 여행을 하거나 연수를 받는데, 주변의 청소년노동자들은 방학 때 더 바빠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그 친구들이 방학 기간 중에라도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한국노총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난생처음 노동문화제’의 취지에 대해 “우리 주변의 노동을 살펴보고,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이나 벽을 허물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아이디어, 소중한 의견들을 살펴보면서 한국노총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제5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의 동영상 부문 수상작은 한국노총 유튜브(https://www.youtube.com/inocho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동수기 부문 수상작은 한국노총 뉴스페이지 ‘노동과 희망’(http://news.inochong.org)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