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세상, 강력한 주문을 외치자
혼란스런 세상, 강력한 주문을 외치자
  • 안상헌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승인 2009.03.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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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안상헌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상하게 하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 시상식.

사회자는 최고 연기상 수상자로 장동건을 호명한다. 이제 큰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선 장동건이 수상소감을 말할 차례다. 카메라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 가운데 장동건은 “이 상을 주신…” 이나 “오늘의 제가 있기 까지…”라는 수상 소감 대신 이상한 주문을 외운다.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이번에는 그래미 시상식을 방불케하는 세계 최고의 뮤직 어워드 시상식.

사회자가 베스트 가수상으로 ‘레인(Rain)’을 호명한다. 감격적인 순간, 눈물을 흘리는 듯 하던 비는 이상한 주문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한다.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요즈음 SK텔레콤의 광고가 화제다. 지난해 일명 ‘되고송’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생각대로 T’가 이제는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일종의 주문형식으로 담아 낸 것이다.

ⓒ SK텔레콤 제공

만화영화 ‘신데렐라’에 등장

이 주문은 디즈니의 만화영화 ‘신데렐라’에서 따왔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가지 못해 울상일 때 나타난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재투성이 옷을 화려한 드레스로 바꿔 줄 때 외운 주문이 바로 ‘살라카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Salagadoola mechicka boola bibbidi-bobbidi-boo)’다.

이런 주문은 광고 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등장한다. 쇼 윈도우 너머로 사고 싶은 옷을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 위로 때마침 세일표지가 붙고, 농구경기에서 경기종료와 동시에 던진 볼이 아슬아슬하게 들어가고, 풍선을 놓쳐 우는 아이에게 커다란 솜사탕이 생긴다.

이 광고는 주문만 외치면 이루어지는 세상을 그리며 누구나 일상에서 한번 쯤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소한 희망과 바람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 다면 앞서 본 광고는 월드스타가 되고 싶은 장동건이나 비의 생각과 바람을 주문으로 표현한 것.

ⓒ SK텔레콤 제공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메시지

보통 광고에서 주인공의 바람을 한 마디 키워드나 노래로 표현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주문으로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이는 광고적인 슬로건이나 카피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디어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우울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메신저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비비디 바비디 부’ 라는 주문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할까?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지수현이 쓴 소설 중에는 <당신에게 필요한 주문>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14년을 붙어 다닌 경주와 연주가 어느 날 우정이 아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여자 연주에겐 행복의 주문, 남자 경주에겐 사랑의 주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런 글귀가 의미심장하게 적혀 있다.

“우리에겐 주문이 필요해요. 불행하지 않도록, 강해지도록, 다시 태어나도록…”

더 강력한 주문이 필요한 시기

어쩌면 우린 더 위력적인 주문이 필요한 세상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많은 생명을 허망하게 잃어야 했던 화왕산과 용산 참사를 보고 살아가는 우리는 오래 살려면 ‘녹스(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불을 끄는 마법 주문)’라는 주문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한 경제 위기 속에서 숨차하는 우리나라 경제는, 일자리를 찾거나 혹은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마하지 마지 마지히로(파워레인저로 변신하는 주문)’라는 주문을 외쳐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더욱 강력한 주문이 필요한 우리 사회, 올 한 해 우리의 생각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비비디 바비디 부’를 얼마만큼 외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