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상의 시대, 유튜브 영상 편집자는 ‘장시간·저임금 노동’
짧은 영상의 시대, 유튜브 영상 편집자는 ‘장시간·저임금 노동’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06 18:52
  • 수정 2023.12.06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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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가 프리랜서···제대로 된 계약서 없는 경우도
합리적 작업 단가 형성과 사회안전망, 권익단체 필요성 제기돼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6일 오전 주최한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 편집자의 노동실태’ 토론회에서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이 토론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미디어 플랫폼 영상 편집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영상 편집 노동자들 다수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6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한빛센터 사무실에서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 편집자의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영상 편집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환경 실태를 발표하고,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유튜브·인스타그램·트위치·틱톡 등 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과 계약해 영상을 편집하는 노동자 28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영상 편집 노동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비대면 조사로 진행됐다.

설문은 △업무의 성격(경력, 고용형태, 본업 여부, 주로 편집한 장르 등) △노동환경과 조건(업무 내용, 편집한 영상의 수와 노동시간, 소득, 부당대우 여부 등) △기초조사(성별, 연령, 학력 등) 등 3개 주제에 대한 주관식·객관식 문항으로 이뤄졌다.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프리랜서로 특수형태고용종사자에 해당하며, 97%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개인 창작자들에게 귀속돼 일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제한 김영민 한빛센터 센터장은 “응답자 중 영상 편집을 본업으로 삼은 노동자 149명의 월평균 소득은 192만 원”이라 밝혔다. 이는 2023년 최저시급 월환산액 201만 580원에도 못 미친다. 김영민 센터장은 또한 “이들 149명 중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간당 소득을 받는 비율은 42%에 달한다”며 “19세 이하의 청소년 노동자는 여건이 더욱 열악해 시간당 평균 6,974원밖에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본업으로 일하는 노동자 3명 중 1명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영민 센터장은 “경력이 길어질수록 장시간 노동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의 비율은 경력 1~3년차 집단에서 14%였으나, 3~5년차와 5년차 이상 집단에서는 각각 23%, 38%로 나타났다.

현장 발언에 나선 한 현직 유튜브 영상 편집 노동자 A씨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로 낮은 단가를 꼽았다. A씨는 “많은 유튜브 창작자들은 완성된 영상을 기준 삼아 분당 1만 원꼴로 단가를 계산한다”며, “무리한 수정 요청으로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편집하게 되더라도 추가금은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작업시간과 무관하게 단가가 책정되다 보니 시간당 소득이 낮아지고, 이를 메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김예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영상 편집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노동시간과 임금을 제대로 정해 놓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위해 위탁·도급·용역계약 등 근로계약 형식을 피하는 개인 창작자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 참석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합리적인 영상 편집 단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영민 센터장은 “영상 편집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숙련도, 원본 영상의 길이, 편집점·장비와 프로그램·자료 등의 제공 여부, 자막과 효과 유무 등 영상 편집의 여러 요소들이 단가에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편집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상 편집 노동자들은 고용·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안다 해도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나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 미비로 가입을 꺼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렬 선임연구위원은 “예술인 고용보험 등 보험료 지원 대책을 확대하고,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계약 상대자에게 고용보험 가입 의무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선 영상 편집 노동자들의 권익이나 이해를 대변할 단체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실태조사에서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75% 이상이 영상 편집 노동자들의 협의체·노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비슷한 문제를 함께 겪는 사람들이 집단화돼 요구한다면 부당대우 대응이나 합리적 단가 형성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