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청년 일자리 정책, 어디까지 왔나?
지자체 청년 일자리 정책, 어디까지 왔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11 13:20
  • 수정 2023.12.11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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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청년들이 바라본 우리 지역 일자리 정책
청년유니온,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꾸려
전국 8개 지자체 청년 일자리 정책 조사하고 평가

92년생 A씨는 3년간 다니던 직장을 최근 그만뒀다. 자발적 퇴사로 분류돼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A씨는 구직과 생활을 위한 다른 지원금을 찾아봤으나 특별한 것이 없다고 느꼈다.

A씨는 “지역에 있는 청년들은 인프라도 부족하고 구직도 제한적이라 열 받았다”며 “과연 나에게 지원을 해 주는 게 있긴 하나”라는 물음을 가지고 청년유니온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대구팀 팀원이 됐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5월부터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를 모집해 지역의 청년들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정책을 조사했다.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대구·경남·부산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를 꾸렸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수료식에서 8개 지역의 청년들이 평가한 ‘우리 지역 청년 일자리 정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는 각 지역의 청년 대상 일자리 정책을 조사한 후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10개의 일자리 정책을 따로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와혁신> 디자인팀이 표를 재가공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서울·경기·인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서울시는 구직을 위한 면접 정장 무료대여, 개별 집중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카페, 디지털 분야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 등 15개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일자리 정책을 정리한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서울팀은 “전체 개수가 창업지원에 몰려있다”며 “창업 지원을 해주는 건 나쁘지 않지만 그 후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책 대상자에 대한 사후관리 부족과 더불어 “고용서비스 예산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팀의 이수미 씨는 청년일자리매칭강화 전담창구 사업을 두고 “매칭 건수만 목표인 것 같다”며 “서울에서 운영하는 곳이 딱 한 곳밖에 없는데 직접 가야 하고, 상담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가능하다. 연차를 쓰지 않는 한 이직 도움 받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14개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경기도는 일자리 미스매칭과 관련한 사업이 눈에 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의 임금과 복리후생, 자산형성 등도 지원한다. 면접수당, 어학 (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등 청년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있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경기팀은 “(면접수당은) 홍보가 잘 돼 있어 찾기 쉬웠고 접수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접수를 하기 위해 요구되는 서류가 많았고 면접비 지급건수가 실질적 고용으로 이어지는지 성과를 알 수 없었다. 면접비 지급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면접 관련 정보나 동영상을 시청한 후 지급한다면 조금이라도 면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40세 미만의 청년 어업창업인에게 1인당 최대 월 100만 원의 어촌정착자금을 12개월간 지급하거나, 청년 농업인의 창농기반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 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사업은 “타 지역에서도 귀농·귀촌하는 청년 농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목표 설정이 부재해보인다”는 청년들의 지적을 받았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인천의 청년 일자리정책의 경우 총 개수가 27개인데, 그중 창업지원으로 분류되는 사업이 15개다. 그 뒤를 직업훈련(6개), 직접일자리(4개) 등이 잇는다. 이에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인천팀은 “인천 지역 일자리 사업은 창업지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정리했다.

인천에 창업지원이 아닌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청년 의무고용 법정기준(3%)보다 높은 5% 수준의 의무고용 추진과 자격증 응시료 지원 사업(10만 원씩) 등이 있다.

하지만 창업지원에 비해 개수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인천팀의 주장이다. 이들은 “인천에 살고 있는 청년들 중 창업(을 원하는 청년의)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천에는 남동공단, 부평공단, 부평GM대우 등 공단지역이 많지만,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창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창업이 목표가 아닌 청년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일자리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직접일자리 정책 비중 낮은 충남
광주 ‘양질’의 일자리 노력해야

충청남도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53개로 그중 창업지원이 23개, 고용장려금이 10개, 고용서비스가 9개, 직업훈련이 8개다. 직접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은 3개로 비중이 적다.

충청남도의 직접일자리 사업은 지방공기업이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고, 지방공기업에 2개월 기간의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충남팀은 “직접일자리 비중이 낮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인건비만 기업에 지원하고, 해당 기업의 일자리 질과 향후 일자리 안착으로의 연계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창업 지원에 예산이 쏠린(도내 노동시장 정책의 38.14% 차지) 점과 관련해선 “단순한 창업 지원 비용 중심 접근법이 문제로 보인다”며 “단순히 창업 초기비용 투자를 넘어 해당 창업이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선 도 차원의 농업 육성 산업정책과의 유기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46개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가진 광주광역시는 직업훈련 정책이 17개로 가장 많다. 그 뒤는 고용서비스(13개), 창업지원(9개), 직접일자리(6개) 순이다.

직업훈련 정책의 경우 구직 중인 청년에 청소년지도사 현장활동 기회를 제공하거나, 청년문화기획자 양성 학교를 운영하는 등 직업이 다양하다.

일자리 사업들은 기업에 인건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5인 이상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인건비를 2년 동안 지원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광주팀은 “제조업이 쇠퇴하고 지역에는 갈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지역의 중소기업에 인건비를 제공하거나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추세)”라며 “다만 그 제공된 일자리가 과연 양질의 일자리인가 하는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년에 직접 지원금이 가는 정책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주에서 일하는 김다정 씨는 “광주에 교통수당이 있는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KTX 포함이라 면접 보러 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AI 모의면접, 정장 빌려주는 정책들은 (광주 청년들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디지털 전환·기업 지원하는 대구·경남
부산 정책 내용 좋지만 예산 부족해

대구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컬 청년취업사관학교 과정을 운영해 AI·게임 기획·초급개발을 교육하고, IT기업 실습과 취업연계를 지원하기도 한다. 외에도 게임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사업으로 프로그래밍, 그래픽, 게임개발을 교육하거나 ICT 경진대회를 열기도 한다.

이를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대구팀은 “다양성이 떨어진다”며 “직업훈련의 경우 6개월 정도의 훈련기간을 가지는데 AI 기술 등 전문 기술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익히고, 실무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봤다.

“대부분이 고용서비스, 직업훈련, 창업지원 중심이라 직접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역의 기업이나 CEO와 토크콘서트를 열거나, 창업교육 프로그램 아카데미를 통해 창업 단계별로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는 사업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주로 참여자, 참여건수 등 단기적이고 단발적인 성과 위주”라며 “세부사업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고, 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정책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들을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경상남도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56개로, 고용장려금과 관련한 정책만 25개다.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경남팀은 “다수의 고용 장려금 정책들이 기업에게 제공되는 형태로 돼 있다”며 “그마저도 경남의 주력 산업인 항공·방산업·농업·제조업 등 특정 분야로 치우쳐 있어 청년들에게 정말 형평성 있는 정책인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학생의 취·창업을 지원하는 대학 일자리플러스 센터를 운영하고, 대학생 현장실습비를 기업에게 제공하는 등 고용서비스 정책들이 대학 위주로 이뤄지고 있단 점도 문제시됐다. 경남팀은 “비(非)대학생 청년이나 2년제 대학생이 접할 청년 고용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외에도 경상남도에는 청년과 도·시군이 매월 20만 원씩 적립하면 2년 후 공제금을 지급하는 모다드림 청년통장 지원 사업, 청년에 4개월 동안 월 50만 원 구직활동수당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 있다. 다만 도내 공공도서관 인건비 지원 사업, 새일여성인턴 지원과 훈련을 담당하는 사업 등은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단 비판을 받았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부산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15개로 적은 편이지만 “청년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부산팀은 칭찬했다. 부산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면접용 정장 대여와 진로탐색 프로그램,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인건비 제공, 중소기업 재직청년에 복지포인트 제공 등이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행 중인 정책이기도 하다.

부산팀은 “예전처럼 단순히 일자리 알선이나 비용 지원이 아니”라면서도 “비슷한 종류의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과 비교해보면 예산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청년들이 말하는
일자리 정책 키워드

지자체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전반적으로 청년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었다. 어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역일자리 정책탐사대 수료식을 마친 이수미 씨(서울팀), A씨(대구팀), 김다정 씨(광주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지자체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가 잘 유지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엔 지금 지자체들이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김다정 씨는 “우리 지방이 소멸된다는 거를 (정책입안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남아있는 시민들이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넣고, 건물 몇 개 짓는 건 예산낭비”라며 “광주는 쿠팡이 들어와 있는데 95% 정도가 싹 다 일용직이다. 그러면 세제 혜택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질 낮은 일자리를 시가 앞장서서 하는 건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평가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수미 씨도 “사후 관리에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며 “취업 매칭도 취업하면 실적을 올리는 건데, 청년들이 꾸준히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그 회사 나가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지자체가 청년 일자리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일자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실마리가 보이지 않겠냔 의견이었다. A씨는 “원래 좋게 바뀌는 건 한 번에 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수적으로라도 늘어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뭔가 혁신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보단 이제 축소되지 않고 이 기조라도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