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리기사 “배차 차별”···을지로위원회 “실태조사 등 고민”
여성 대리기사 “배차 차별”···을지로위원회 “실태조사 등 고민”
  • 임혜진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07 18:31
  • 수정 2023.12.07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 대리기사들, 차별 금지 조항 담은 표준계약서 준수, 성희롱 예방 관련 멘트 안내 등 요구
을지로위원회, “국토부 실태조사 요청 등 대안 논의해 나가야”
‘여성 대리기사를 옥죄는 성차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여성대리기사 간담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을지로위원회, 위풍당당여성기사모임,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여성 대리기사를 옥죄는 성차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여성대리기사 간담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을지로위원회, 위풍당당여성기사모임,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여성 대리운전노동자들이 일부 대리운전업체로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콜 배정을 못 받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운행 중 일부 고객의 노골적인 성적 농담 등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례도 밝히며 여성 대리운전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 노동 안전 보호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 대리기사를 옥죄는 성차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여성대리기사 간담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을지로위원회, 위풍당당여성기사모임,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위원장 김주환, 이하 대리운전노조),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공동 주최했다.

간담회에서 여성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여성에 대한 콜 배정 차별이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리운전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A씨는 일부 대기업 등 법인 대상으로 대리운전 콜 중개 영업을 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13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A씨는 계약을 맺은 업체 측으로부터 고객(법인) 관리 차원에서 여성 대리기사 배차를 제한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고객과 직접 통화해보면 (여성 대리기사) 배차 거부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업체가 임의로 제한하고 있다고 본다”며 “여성을 뽑아놓고 이런 불합리한 운영을 하니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17년 경력의 대리운전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B씨는 “같은 업체 사무실에 있어도 남자 기사에게 오는 콜이 내게는 안 올 때가 있었다”며 “액면으로 보이는 것보다 배차 차별은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대리운전노동자 배차 차별 문제 등을 연구해온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는 남성이 안전 운전을 잘할 것이라는 일부 대리운전업체의 선입견 등이 여성 차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했다. 성차별 인식 개선과 함께 당장은 남성 전용 대리 콜 비중을 늘리는 시스템이 고착되는 현실을 막기 위해 관련 실태조사, 행정 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숙 활동가는 “특수고용노동자인 대리기사는 콜 수가 소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배차 차별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며 “국회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에 여성 대리기사에 대한 배차 제한 실태, 남성과 여성 대리기사 간 소득 차이 등에 대한 조사를 권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배 대리운전노조 교육국장은 2020년 국토교통부, 을지로위원회, 대리운전업계, 노동계 등이 논의해 마련한 ‘대리운전 분야 표준계약서’에 나이·성별·인종·종교 등 차별 금지 조항이 있다고 설명하며 업계에 표준계약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배 교육국장은 “일부 업체들은 표준계약서 지키면 사업 망한다고 한다. 표준계약서 준수 관련해 노동부 지침 등 보완 조치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리기사를 옥죄는 성차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여성대리기사 간담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을지로위원회, 위풍당당여성기사모임,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여성 대리기사를 옥죄는 성차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여성대리기사 간담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는 을지로위원회, 위풍당당여성기사모임,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일부 여성 대리운전노동자들은 고객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18년 경력의 강금주 대리운전노조 전남지부 지부장은 여성 조합원에게 운행 중 고객이 야한 동영상을 틀어 운행을 계속할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강금주 지부장은 “주로 남성들이 성적인 농담을 많이 한다. 여성 기사는 업무 수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걸 듣게 된다”며 “고객과 통화를 할 때 (성희롱 규제) 관련 법 등을 안내하는 멘트를 넣어주면 고객이나 대리기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박주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관련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에 확인해보고 개선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내용은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 쪽과 사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원정 을지로위원회 을지원국 국장은 “여성 기사가 차별받는 건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실을 통해 대리운전업체 실태를 파악해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하고 논의하겠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러분이 계속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우리도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