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 분향소, 노사 합동 설치 합의
폐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 분향소, 노사 합동 설치 합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2.09 11:23
  • 수정 2023.12.09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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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광교청사 지하 1층에 급식노동자 고이 추모 분향소 마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다음 주 분향소 방문 후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장과 면담 예정
8일 오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1층 현관 앞에 급식노동자 고 이아무개 경기지부 조합원을 추모하는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8일 오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1층 현관 앞에 급식노동자 고 이 아무개 경기지부 조합원을 추모하는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지부장 최진선, 이하 경기지부)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지난 4일 폐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 설치를 8일 오후 4시 30분경 합의했다. 분향소는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지하 1층 출입구 앞에 설치된다.

경기도 성남시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약 14년간 일한 급식노동자가 3년 6개월간 폐암 투병 끝에 지난 4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20년 6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2021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2022년 12월 1년 7개월 만에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으며 산재 승인을 받았다. 

지난 6일 고인 발인 후 경기지부는 유가족과 합의해 오전 9시경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1층 현관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에서 분향소 설치를 막았고, 경기지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청을 규탄하며 임시분향소를 마련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30분경 경기도교육청은 경찰을 동원해 임시분향소 철회를 재차 요구했고, 최진선 경기지부 지부장 등 2명이 퇴거 불응으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지난 7일 오후 10시경 석방되기도 했다.

8일 오전 경기지부는 임시분향소를 같은 자리에 다시 마련했다. 최진선 지부장은 단수·단식농성을 하며 임시분향소 설치 저지에 대한 교육청 사과 및 정식 분향소 설치, 폐암 산재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요구 위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면담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8일 오후 경기지부와 경기도교육청은 노사 합동으로 지하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층 현관은 직원뿐만 아니라 민원인, 기자, 의원 등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분향소 설치가) 어려워 지하 1층을 (지부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고인의 산재 사망을 공식적으로 추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담긴 배너를 게시했고 이후 전 직원에 추모 관련 공지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진선 지부장 등 2명에 대한 형사 조치 등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다음 주 중에 분향소를 공식 방문한 후 최진선 지부장과 면담할 계획이다. 지난 7일 임태희 교육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분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2,244억 원을 투입해 급식노동자 인력 증원, 조리·환기 기구 개선, 근무여건 개선 등 급식실 개선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진선 지부장도 단수·단식농성을 중단했다. 합의 직후 최진선 지부장은 “다시는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도교육청과 합의했다”면서 “다만 합의와 별도로 퇴거 불응을 이유로 경찰이 연행하게 한 사실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법적 조치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분향소는 오는 21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경기지부는 21일 학교급식노동자대회를 열고 급식실 환경 개선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8일 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지부장이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1층 현관 앞에서 분향소 설치 등을 요구하며 단수·단식농성을 진행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8일 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지부장이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1층 현관 앞에서 분향소 설치 등을 요구하며 단수·단식농성을 진행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