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낮은 교육훈련 참여율, 올려야 할까?
일터의 낮은 교육훈련 참여율, 올려야 할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2.12 16:52
  • 수정 2023.12.1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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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교육훈련, 부족한 기업 여력과 노동자 동기 부여 때문
배운 걸 써볼 수 있는 조직문화, 교육과 연계된 평가보상체계 필요
삼성중공업에서는 도장 숙련공 육성을 위해 VR교육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는 도장 숙련공 육성을 위해 VR교육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 삼성중공업

경상남도 소재 A제조업체는 올해 직원들에게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정부 지원 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민간훈련기관이 위탁받아 진행한 교육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교육훈련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을 국가 지원을 통해 활성화시키고, 중소기업 재직자의 직업능력을 개발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A제조업체 재직자 300여 명 중 38명이 교육을 신청했다. 공통으로 부여된 교육 시간 하한선(15시간)을 정해진 기간 안에 넘으면 수료가 되는 교육과정이었다. 수개월 동안 진행된 교육 결과, 38명 중 13명만이 기준을 넘겼다. 기준이 높지 않은 데 비해 34%만이 교육을 수료한 것으로 교육훈련 참여도가 낮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직렬로 나눠본다면 교육 수료를 한 13명 중 12명은 직접 생산에 관련된 현장 생산직은 아니었다. 교육 신청을 한 38명 중 25명이 현장 생산직이었던 걸로 보면 생산직의 교육 수료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낮은 교육훈련 참여율,
여력과 동기 두 가지 모두 부족

재직자 교육훈련 참여율이 낮은 것은 A제조업체만의 특징은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발한 ‘직업능력개발 표준훈련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인건비 대비 교육훈련비 비율 △1인당 교육훈련비 △직업훈련 참여율 △1인당 직업훈련 시간 등을 참조해보면 많은 국내 기업에서 재직자의 교육훈련 참여율은 낮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해당 지수를 개발하기 위해 제조업, 건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3개 다양한 업종의 7만 3,000여 개 기업의 자료들을 활용했다.

2020년 기준 직업능력개발 표준훈련지수에 따르면 제조업, 건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3개 업종 전체에서 직업훈련 참여율은 8.53%로 나타났다. 여기서 직업훈련 참여율은 정부 지원 직업훈련에 대한 참여도다. 또 직업훈련 참여율 계산식은 상시 노동자 수에서 훈련 참여 인원 비중을 뜻하며, 참여율 8.53%는 아주 간단히 이야기해 100인 기업에서 8~9명이 교육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제조업으로 좁혀보면 6.6%이다. 기업별 인원 규모 변수도 적용해보면 앞서 본 A제조업체와 비슷한 규모인 300인 미만 제조업에서 조사된 직업훈련 참여율은 11.74%로, 제조업 전체 6.6%보단 올랐지만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다.

수치상 정확한 비교는 아니나 세계 수준으로 넓혀 봐도 한국 노동자의 교육훈련 참여 수준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OECD 3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들의 직업 관련 평생학습 참여율은 38%로 34개국 중 20위다.

그렇다면 일터에서 교육훈련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노동부가 2022년 발표한 ‘기업직업훈련 혁신 및 활성화 방안’에서는 기업 직업훈련 사업의 문제점으로 △생산인력 부족에 따른 훈련 참여 곤란 △CEO 관심 부족 및 훈련 정보에 대한 낮은 접근성 △HR 전담조직 부재 △훈련 자부담비의 부담 등을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해당 문제점이 더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기업의 입장에서 본 관점으로, 실제 교육훈련을 받는 대상인 노동자의 관점으로 본 이유는 빠진 분석이다. A제조업체 노동조합 위원장 □□□씨는 동기 부여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교육이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본인한테 교육훈련 받으라고 하면 안 한다. 과격하게 표현하면 교육 안 받아도 월급 나오는 데 뭘”이라고 했다.

A제조업체에서 진행한 온라인 교육과 같은 비대면 교육훈련을 정부가 활성화시키려는 이유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훈련을 들을 수 있어 참여율을 높이자는 데 있다. □□□ 위원장의 설명에 의하면 정부가 맥을 잘못 짚은 셈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동기가 없으면 교육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 위원장은 “메리트가 없는데 집에서도 하기 싫지 않을까. 더구나 집에 간다는 건 퇴근 후인데, 퇴근하고도 공부를 할 강력한 유인이 없다”며 “아무리 교육 내용이 좋더라도 동기가 없으면 안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노동자 교육훈련 필요해

일터에서 교육훈련의 필요성과 교육훈련의 효과가 동기부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가치가 낮다면 노동자 교육훈련 무용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용론을 제기할 만큼 일터 교육훈련의 의미와 효과가 낮지는 않다. □□□ 위원장은 “일터에서 재직자 교육훈련을 진행하면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으로 돌아오고, 기업도 성장하며 노동자의 몫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교육훈련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의 목적에서도 그러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근로자의 생애에 걸친 직업능력개발을 촉진·지원하고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하며 산학협력 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촉진·고용안정 및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능력중심사회의 구현 및 사회·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개별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나아가 사회공동체의 발전의 한 축으로 노동자 교육훈련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선 고용노동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해 「고용정책 기본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고용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국가적 계획으로 담보할 만큼 필요와 효과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일터에서 교육훈련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2022년 ‘기업직업훈련 혁신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디지털·신기술의 급속한 진전과 짧은 기술 주기, 이에 따른 산업 구조 전환으로 적시성 있는 인력수급과 숙련·융합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직업능력개발 훈련은 기업 생존에 필수”라며 “특히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적응력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배운 것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업
현장 실수요에 맞춘 교육 내용

일터에서 교육훈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 위원장의 이야기처럼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있어야 한다. 물질적 보상이라는 동기부여가 확실한 방법인데, 이를 위해 기업의 교육훈련 체계와 인사·평가 체계가 연동돼야 한다. 비물질적 보상도 동기부여의 방법 중 하나다. □□□ 위원장은 “자기가 배운 것이 일터 현장에서 써먹어볼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며 “진급이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배운 걸 적용해보며 생산성 향상이나 문제 해결을 직접 경험해 교육훈련의 효능감과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배운 것을 실현해볼 수 있는 조직문화가 비물질적 보상인 것이다.

또 현장 수요에 맞춘 교육 콘텐츠들이 준비가 돼야 교육훈련이 활성화될 수 있다. □□□ 위원장은 “단순 공정에 있는 생산직들의 배움 의욕이 확실히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정밀 부품을 만들어야 하는 공정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기술 숙련도 향상을 위한 교육이 제공돼야 하는 건 맞지만, 단순 공정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필요치 않은 직무 숙련 향상 교육은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담당 직무별로 필요한 교육훈련이 설계돼야 하고, 단순 공정 노동자들에게는 기술 숙련 교육보다도 현장 관리직으로 진급했을 때 필요한 조직관리와 리더십 교육 등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게 □□□ 위원장의 생각이다. 한편으로 현장 수요에 맞춘 교육 콘텐츠 준비를 위해 준비 과정부터 기업 노사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고용노동부 ‘2022회계연도 세입·세출 및 기금결산 개요’를 살펴보면 2022년 교육훈련에 투여된 재정 규모는 총 2조 5,309억 원이다. 일반회계에서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9,228억 원이 지출됐고, 고용보험기금에서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1조 6,081억 원이 지출됐다. □□□ 위원장은 “어떤 내용이든 배우는 게 습관화된 사람들은 자신과 내 일터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내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규모 재정이 투여되는 노동자 교육훈련이 그럼에도 존재해야 하는 까닭은 배우는 태도가 노동자에게도 일터에게도 소중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