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반격’이다
이제는 ‘반격’이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2.13 17:58
  • 수정 2023.12.13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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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
박홍배 위원장, “연대의 마음을 키우며 내년을 준비하자”
지난 11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귀족노조’, ‘은행 돈잔치’ 계속된 흠집 내기에 첫 임기도 재선 임기도 많은 투쟁과 함께 보내고 있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11월에 만났다. 조합원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산별노조의 울타리를 낮추기 위해, 내년은 노동자들의 반격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 재선 임기 첫 해였다. 올해를 마무리 하는 소회는 어떤가?

조합원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난 4년 중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난 1년을 어떻게 채워갔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1년 동안 투쟁이 많았다. 정부가 노동계와 금융권을 동시에 공격하면서 금융노조는 2중, 3중의 탄압과 싸우며 조합원을 지켰다. 연초에는 코로나19 기간 노사 합의로 시행했던 영업시간 단축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복원해 싸움이 벌어졌고,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 시도에 대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은행 공공재 발언이 이어지면서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TF와 그들의 행보를 규탄하는 일도 잦았다.

산업은행 지방 이전 반대 투쟁, 한국금융안전 정상화 투쟁 등 지부 이슈 대응도 몇 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비상임회장 경영 간섭 문제도 주요 이슈로 다뤘다. 금융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완화로 한국은행 규정이 개정되면서 지방은행 숨통이 틔는 성과도 있었다.

연대 투쟁도 꾸준히 하고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와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응하고, 양대노총 공대위에 소속돼 공공부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노조 내부 다지기에도 신경을 썼다. 금융노조 법률원을 출범시키고 신임 간부 노동교육을 재개해 노조 간부들의 노동의식 제고에도 힘썼다. 조직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 KB부동산신탁지부가 올해 신생지부로 금융노조와 함께 한다.

금융산업 이해 부족한 대통령이 문제
양극화 해소와 산별노조 역할 확대할 것

- 여러 기관에서 내년 금융산업 전망을 좋지 않게 내다보고 있다.

흔히들 제1금융권은 연체율과 부실률 등에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권의 50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계속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통령의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한 문제인데, 내부적으로 준비를 더 정교하게 해서 대응할 예정이다.

- 금융산업 전망이 좋지 않으니 내년 산별교섭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내년은 임기 3년 중 유일하게 단체협약 교섭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집행부의 모든 역량을 교섭에 쏟아야 한다. 임금 투쟁 이외에도 ESG문제, 기후위기 문제, 금융노조가 계속해서 요구했던 노동자 경영 참여와 성차별 해소와 관련된 의제들을 풀어갈 계획이다.

- 임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연대와 조직 확대에 힘써왔다. 관련해 고민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은 양극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울타리를 낮춰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누구나 산별노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을 비롯한 보수 정치 세력들이 ‘과연 당신들이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냐’는 질문을 던질 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또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금융노조는 앞으로 금융산업 비정규직을 비롯한 한국노총 내 비정규직 지원 조직인 전국연대노조와 연계해 구체적 성과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올해 금융노조의 새로운 가족이 된 새마을금고중앙회지부, KB부동산신탁지부 이외에 한국노총 타 산별에 있는 금융사업장의 재편도 고민 중이다.

이제는 노동자들의 반격
한 단계 더 높은 연대가 필요

- 내년을 구상하며 잡은 키워드가 있다면?

‘반격’이다. 내년은 총선이 있다. 윤석열 정권과 뜻을 함께하는 어떤 형태의 정당이라도 의회 권력의 과반을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노동조합을 하는 사람들의 1차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반노동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격’을 위해 모두가 어깨 걸고 힘차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키워드다.

- 반격을 위해 금융노조가 견지하고자 하는 원칙에 대해 말해달라.

윤석열 정권은 매우 정교하게 약점을 찾아 노동계에 공격을 퍼부었다. 귀족노조 프레임과 미조직 86%의 힘없는 노동자들을 정권이 대변하겠다고 했는데, 많은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화하지 못한 노동계의 가장 큰 약점을 공격한 것이다. 이제는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와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연대를 모색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각 산별, 서로 다른 총연맹의 울타리를 넘어 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 마지막으로 연말을 앞둔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금융계 일선 현장에서는 11월 말이 통상적으로 마감 시즌이다. 11월 마감 성적에 의해 성과급 등 많은 부분이 결정돼 조합원들의 실적 스트레스가 최고조일 것이다. 지부별 보충교섭도 진행되고 있어 지부 차원에서 교섭 진행의 고민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권에서는 정책연대를 해오고 있는 민주당에서조차 상의 없이 횡재세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고, 부동산도 불안정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금만 더 버티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우리 주변의 조금 더 어려운 노동자들을 생각하고 연대의 마음을 키우며 내년을 준비하자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