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일도 ‘행복한 일터’ 만들기
지금도, 내일도 ‘행복한 일터’ 만들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12.14 15:21
  • 수정 2023.12.1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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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커머셜 노동자들 위한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목표로 교섭
[인터뷰] 문상수 사무금융노조 현대커머셜지부 지부장
지난 12월 8일 문상수 사무금융노조 현대커머셜지부 지부장을 여의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커머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차증권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2014년 4월 현대차증권지부가 설립되고, 2019년 9월 현대캐피탈지부가 설립됐다. 이후 2020년 2월에 현대커머셜지부와 현대카드지부가 만들어짐으로 현대차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에 노동조합이 생긴 것이다.

현대커머셜지부는 첫 임금 및 단체협약을 2021년 7월에 맺었다. 노동조합 설립 후 1년 6개월이 걸리며 진통이 심했다. 두 번째 단체협약 교섭은 2023년 7월 19일 시작했고, 2023년 12월 6일 현대커머셜 노사는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첫 교섭은 노동조합 설립과 노동조합 운영의 시작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두 번째 단체협약 교섭은 무엇을 더 담았고, 무엇에 집중했을까. 지난 12월 8일 문상수 현대커머셜지부 지부장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커머셜지부의 임금협약은 올해 6월 12일 체결했다. 차·부장급 5%, 과장급 7%, 사원·대리급 9% 등의 하후상박형 임금협약을 맺었다.

- 이번 단체협약 교섭 과정은 어땠나?

노동조합 1기 당시 맺었던 첫 단체협약은 24개 조항으로 구성된 기초협약 수준이었다. 시작이었던 만큼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기본적인 것들이 담겨 있었다. 현재 노동조합 2기에서는 그것들을 확장해 회사 제도와 관련된 부분으로 구성하고 116개 조항을 요구했다. 사무금융노조 단협위원회의 모범단체협약안과 다른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사례 삼아 만든 것으로 무리한 수준이라고 생각은 안했다.

이번 단체협약은 규범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노동기본권을 지키는 데 있어 가이드가 될 수 있는 단체협약을 맺자는 계획이었다. 1기에서는 노동조합을 안착시키는 데 힘썼다면 2기에서는 조합원들을 위한 활동을 확대해나가야 하는 시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는 조항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15차례 교섭을 통해 28개 조항에 합의했다.

4개 조항만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별도 합의서를 통해 현대커머셜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합의했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섭을 마무리 짓고 노사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이어나가자는 생각이었다. 인사 제도,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등 노동자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굵직한 부분을 내용적으로 담아낸 의미 있는 합의안이라 볼 수 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단체협약 조항 중 채무적인 부분에는 사측이 적극적으로 응했으나, 규범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했다. 규범적인 부분에서 단체협약을 맺으면 노동조합이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에 경영진 차원에서는 리스크라 여겼던 것 같다. 결국 7번의 수정안을 주고받았고, 이런 부분에서는 회사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한 것이다.

- 노동조합 설립 후 두 번째 단체협약 교섭이었다. 처음과는 무엇이 달랐나?

첫 번째 단체협약을 맺을 때는 전임자도 아니고 노동조합 사무실도 없었으니, 현업을 하면서 교섭을 진행해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이번 경우는 전임자가 되고 노동조합 조직과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과반 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한 상태에서 교섭을 진행했다. 이것은 조직 대 조직으로 교섭하는 구도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대의원들과 의견을 모으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꼭 관철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한편으론 첫 번째 단체협약 교섭에서는 노동조합 시작 단계다 보니 상급단체(사무금융노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 이번에는 지부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시기였다.

- 잠정 합의한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합의를 통해 11가지 정도가 명확히 바뀐다. 첫째론 조합원 가입 범위을 명확히 했고, 과반 노동조합 지위를 계산할 때 민감한 경영 정보 취급 부서의 보직자에 대해서는 전체 인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둘째론 인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노동조합이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 부당한 징계의 위험으로부터 조합원을 지키는 방안을 합의했다. 인사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평가, 승진, 임금밴드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비연고지 배치 전환 시 사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을 의무화했고, 복직자 복직 시에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고용안정 조항도 추가했다. 희망·명예퇴직, 사업장 이전 등 고용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셋째론 명절 Gift 금액을 설, 추석 각 1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했다. 연간 70만 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넷째론 조합원 총회, 대의원대회 등 노동조합 활동시간을 명확히 해 보장 받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회사의 시설과 사내 메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단체협약 자동개신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공동협의체를 즉시 구성해 논의키로 한 중요한 합의를 했다.

- 방금 중요한 합의였다고 한 것처럼 노동조합에서 ‘포괄임금제 개선’, ‘노동시간 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자는 게 우리 노동조합의 출발점이었다. 현대커머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장애물일까를 고민했다.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문제는 워라밸 측면에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였다. 대표이사에 의해 회사 정책이 쉽게 바뀌는 문제는 마음 편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했던 것이다.

- 그것들이 이번 교섭에 어떻게 반영됐는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포괄임금제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협의체를 즉시 구성해 가동시키기로 했다. 고정 OT 축소, 주4.5일제 도입, 반반차 도입 등을 2024년 상반기 내 적용을 목표로 논의할 것이다. 회사 제도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행되기 위해서 징계나 배치 전환 등에 노동조합 의견을 제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더 나은 인사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사협의체를 통하기로 한 것이다.

- 내년 산업 전망은 어떤가?

여수신전문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국면이다 보니 연체율 상승과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게 여수신전문기업들의 내년 걱정거리다. 다만 현대커머셜은 연체율을 선제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고, 과거 산업금융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기업금융 비중을 키워 위험부담을 줄이고 있다.(산업금융 51.1%, 기업금융 41.7%, 투자금융 7.2%)

- 내년 노동조합 계획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며 ‘행복한 일터’를 만들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2024년에도 ‘행복한 일터’가 중심이다. 이걸 중심으로 ‘함께하는 노동조합’과 ‘조직역량 강화’를 더해 현대커머셜지부의 내년을 그리려고 한다. 행복한 일터를 위해서 임금, 보상, 노동환경, 복지 등을 점검하고, 함께하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을 위한 이벤트, 간담회 등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소통도 강화하면서 노사가 함께하는 일터를 만들어볼까 한다. 조직역량 강화는 튼튼한 노동조합을 위해 대의원 및 집행위원 확대와 노동조합 투명성 강화와 같은 민주적 운영 내실화를 해나갈 생각이다.

- 노사관계 지향점이 궁금하다.

노동조합 설립 후 초기에는 회사와 갈등도 있었지만,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대립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걸 노동자들도 잘 안다. 다만 노동조합의 대화 노력에 회사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영진도 노동조합을 의사결정의 동반자로 생각해야 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에 마땅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