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3.03 14:30
  • 수정 2023.12.2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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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정하고 그에 맞는 준비해야‘겁 없는’ 입사 2년차들이 말하는 취업준비, 그리고 회사생활[Close Up] 입사 2년차 좌담

실업자가 350만 명에 달한다는 시대에 이제 취업난은 취업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굶는 것보다는 낫다’며 임시직을 권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는 분명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자리’를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취업준비생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일이다.

구직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와중에 기업들은 ‘좋은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 불균형은 사회적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자리로 가서 한국 경제의 오늘을 일구고, 한국 사회의 내일을 가꿀 수 있어야 한다.

<참여와혁신>은 이 접점을 찾는 일의 일환으로 ‘취업 2년차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들의 취업을 준비했던 과정, 그리고 입사 후 1년 간의 생활 경험을 통해 고민을 시작해보려 한다. 이 좌담이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그리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문호  우선 자신의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김민지 <SK텔레콤 인력운영팀>
- 1983년생
- 서울대 경영학과 03학번
- 2008년 1월 입사

김민지  HR평가관리 쪽에서 데이터 지표관리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요. 지표라는 것이 매년 경제 환경이나 회사의 경영목표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또 현재 상황을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올해처럼 어려울 때는 더 고민이 많죠.

 

오상혁  총무팀에서 직원복지지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과 많이 소통하다보니 회사를 더 잘 알게 되는 장점이 있어요. 창의적인 일은 아니지만 주로 사람 대하는 일이라 보람도 느끼고요.

박재하  본사 인사팀에서 전반적인 HRM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매니지먼트 분야를 관리하고 일인데요. 직무는 평가보상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여유 없어지는 현실

이문호  아무래도 대기업이라서 중소기업보다는 경제위기에 많이 유연하겠지만 그래도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민지  사무용품 아끼는 것이나 회식이 줄어든 것에서 많이 느껴요. 요즘은 누가 먼저 회식하자는 말도 없어서 조금 아쉬울 때도 있어요. 삼삼오오 모이기는 하는데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것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오상혁  복지 업무가 많다 보니 예산이 많이 줄어 피부에 많이 와 닿습니다. 원가절감을 해야 한다는 고민도 많고요. 특히 체육대회 같은 행사성, 소모성 예산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문호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고용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문제로 불안해 하는데 대기업도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나요?

김민지  사실 저는 2년차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회사가 100%씩 성장하던 시기는 지난 지 오래예요. 정체상황이 오래 가고 있기 때문에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은 느끼고 있습니다.

 

오상혁 <기아자동차 총무팀>

오상혁  우리 회사는 아직 크게 불안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박재하  인사팀에 있다 보니 구성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건 사실인데요. 하지만 고용불안을 느끼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됐고 식품회사라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반면에 회사 성격상 경기에 민감해서 긴장감이 넘치는 것도 사실이죠.

구성원들의 역량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잘하지 않으면 밀려날 수 있겠구나’라거나 ‘일 잘 못하면 입지가 좁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듭니다. 인력구성이 적어서 해야 할 업무범위가 넓은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 진행돼야 하니까요. 실적이 없거나 느린 사람을 내버려둘 여유가 예전보다 많이 없어졌다고 할까요? 자기 업무를 재빠르게 하지 못하면 그만큼 할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모두 전투적으로 일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문호  위기가 닥치면서 사원들 간에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늘었습니까?

김민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더 큰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좀 더 잘해서 두드러지지 않으면 회사에서 입지가 불안해지는 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갑자기 경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기회가 있을 때 부딪쳐라

이문호  실업대란의 시대라고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20대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의 경험담이 소중할 것 같습니다. 각자 취업은 어떻게 준비했었나요?

김민지  제 경우 그리 많이 지원하지는 않았어요. 2007년 여름에 두달 동안 SK텔레콤의 한 지역본부 마케팅팀에서 인턴을 했었는데요. 그곳에서 일을 배우면서 다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못해본 것 같아요. 꼭 이 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래서 인턴 때부터 SK텔레콤을 염두에 두고 취업준비를 했습니다.

오상혁  대학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막상 취업 준비는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꽤 여러 곳에 합격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고 싶었던 곳은 자동차회사였습니다. 일단 제조업체라 근로시간, 복리후생 같은 근로조건도 좋고 나라의 기간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기아자동차에서 내세운 ‘디자인 경영’에 꽤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유치한 이윤데 면접 볼 때 회사사옥이 웅장하니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일동 웃음)

 

박재하 <CJ제일제당 인사팀>
- 1983년생
- 서강대 경영학과 01학번
- 2007년 12월 입사

박재하  대학교 때부터 HR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4학년 때부터 인사 쪽으로 지원서를 쓰려다 보니 정말 지원할 회사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전 희망하는 기업 조건이 있었거든요. 먼저 제조업 인사팀에 가고 싶었고요. 또 선진화된 인사체계를 갖고 있고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지닌 회사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이력서를 많이 못 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취직이 돼있어서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면 심리적으로 정말 불안한 시기였어요.

 

김민지  되도록 많이 지원해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해도 막상 회사에 들어가 보면 많이 다르거든요. ‘나는 회사에 들어가서 꼭 이런 일만 해야 돼’ 라는 고집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저는 입사 전까지 HR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전 경영전공이었기 때문에 경영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회사 연수를 받으면서 뜻하지 않게 인력운영팀으로 오게 됐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길이라서 걱정도 많았고요. 하지만 상황에 닥쳐서 일을 해보니 ‘나한테 맞는 길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는 기회가 있을 때 모두 부딪쳐봐야 해요. 그 과정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언지 찾을 수도 있으니까.

박재하  4학년이 되기 전까지 취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어요. 주변 선배들이 힘들어서 망가지고 행복하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나도 저렇게 될까’ 걱정도 되고….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 4학년이 돼있더라고요.

아까 앞에서 김민지 씨가 말했던 것처럼 미래에 대해 오직 한 점만 짚고 가는 것이 위험한 건 사실이에요. 저도 정말 불안했거든요. 취업준비 할 때 인턴 기회를 찾기 힘들었어요. 신생 컨설팅회사에 가서 3개월 동안 컨설턴트 인턴을 했었는데 그게 답니다.

하지만 기왕 일하는 거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었죠. 업무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조직에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봤거든요.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일하러 나갈 때면 “빨리 월급 받고 돈 벌어서 치킨집이나 차려야지”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까.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일하고 싶었죠. 지금 업무강도도 세고, 양말이 젖을 정도로 발에 땀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조직이 여유가 없다보니 다독거리면서 하는 게 아니라 일 던져주고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등 떠밀려서 간 자리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간 직장이니까. 원망할 사람도 저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

 

이문호 <노동혁신연구소 소장>
- 독일 괴팅겐대학 사회학 박사
- 前 괴팅겐사회학연구소 연구위원
- 前 IG메탈 교육위원

이문호  직접 부딪쳐 보기 전에 머리로 생각하는 그림이 있을 텐데요. 취업 전 직장인의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오상혁  직장인은 부러운 존재였습니다. 학생은 매일 반복되는 공부의 연속이지만 직장인은 뭔가 배운 것을 실행에 옮기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문호  대학 동기들 평균 취업률은 어떻게 되나요?

박재하  남자들은 거의 90% 이상 취직했습니다. 경영학과라서 그런지 거의 백발백중이었죠. 여자들은 70~80% 정도. 김민지 취업을 생각지 않는 동기들도 많더라고요. 고시 쪽으로 빠지는 비율이 높고. 그러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취업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남자들은 아직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요.

이문호  세 분 다 국내 굴지의 기업에 취업을 한 셈인데, 취업 전에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취업 전과 취업 후의 회사 이미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민지  회사가 1등 기업 이미지, 최고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회사 입사하는 과정에서 ‘그냥 최고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지원자 하나하나를 인격체로 대해주거든요. 채용과정에서는 군대식으로 고압적일 수도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어요.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 대하는 태도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었죠.

들어온 이후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우리 회사 사장님이 바뀐 이후 처음 이야기한 것이 소통이었어요. 그래서 직접 팀 방문도 하시면서 회사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죠. 생각보다 많이 달랐던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취업하면서 이제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된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오니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직 하루하루 배우는 입장이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실수도 많이 해서 선배들에게 혼나기도 하고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건 맞는 데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해요.

오상혁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군대식이고 보수적, 강압적이란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오도 많이 했죠. 그런데 회사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가족적이에요. 사람들 사이에 정도 있고 예의 있게 대해주시고요. 학교에선 억압적이고 강제하는 게 많잖아요.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회식자리에서는 술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요. 일을 맡길 때 실수해도 혼내기보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조정해나갑니다. 사무실에서 큰 소리 난 적이 없어요. 웬만하면 믿고 맡겨주는 편이에요. 기업문화가 보수적으로 꽉 막혀있지 않았습니다.

박재하  우리 회사는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사업, 즐거움을 주는 사업이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하고 신선한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직급을 파괴하기도 해요. 과장님, 부장님이란 호칭보다 아무개님이라고 하면 왠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잖아요. 이런 분위기여서 그런지 회의 중에 이야기하기도 편하고요.

술자리 때문에 괴롭거나 하지도 않아요. 못 마시는 것도 또 하나의 특성으로 인정해 줍니다. 다만 인사업무가 술이 필요한 직업인데 제가 술을 못 한다니까 조금 걱정은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술 안 먹는다고 이상한 놈 취급은 하지 않습니다.

 

"되도록 많이 지원해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해도 막상 회사에 들어가 보면 많이 다르거든요."

 

이문호  너무 자랑들만 하신 것 같은데, 그래도 신입사원으로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어려운가요? 또 입사 동기들도 많을텐데 동기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김민지  물론 어려운 점도 있어요. 가장 큰 어려움은 입사하기 전에 ‘나는 회사에서 꼭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기대와 달리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거나 가혹한 환경에 접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 개인주의가 강한 몇몇은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찰이 생기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원하던 일이 아니거나 진로를 바꾼 경우가 아니라면 퇴직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아닐까요? 제가 회사나 사업, 조직에 대해서 알아가다 보니 이런 일이나 저런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만 계속 하게 되리란 보장도 없잖아요. 그래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5년, 10년 후에는 내가 바라던 모습이 되어있을 거란 믿음이 있거든요. 사실 좌절할 때도 많죠.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뼈 빠지게 고생해서 여기에 왔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냔 생각으로 일해요. 그렇다고 마냥 참으면 힘들기 때문에 선배나 멘토 같은 분들에게 속을 털어놓기도 하죠.

오상혁  저는 집이 먼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자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없듯이 물론 만족하지 않는 동기도 있고 그만 두는 동기들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이나 더 나은 목표를 위해 나가는 것이지 회사 자체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잘 해나가고 있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학생 때 자신이 생각했던 직장인의 생활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의 문제입니다.

이문호  적응 못하는 동기도 있나요?

 

"미래에 대해 오직 한 점만 짚고 가는 것이 위험한 건 사실이에요.
저도 정말 불안했거든요. 취업준비 할 때 인턴 기회를 찾기 힘들었어요."

 

박재하  빨리 퇴사하는 동기의 경우 직무부적응인 것 같아요. 직무별로 지원하거나 스펙대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가서보니 생각과 너무 달라서 놀라기도 하죠.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은 건 사실입니다. 7시 정시에 퇴근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제가 왜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잡무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정말 힘들죠. 하지만 조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고 봐요.

가끔 이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었는지 회의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다른 직으로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이문호  업무변경요구는 어떤 때 하나요?

박재하  예를 들면 자기가 생각했던 마케팅은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노가다’는 많이 하는지, 자기가 제대로 직장을 찾아온 건지 하는 회의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요. 또는 다른 일만 하다 보니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그런 요구가 많아요.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이문호  회사에 대해 평생직장을 생각하고 있나요, 아니면 더 나은 꿈을 위해 지금 회사가 아닌 다른 시도도 할 수도 있다고 보나요? 직장인으로서 어떤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시죠.

박재하  대답을 잘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김민지  여성인력으로서의 꿈은 이렇습니다. 대기업에 있다 보니 여성리더가 거의 없어요. 물론 롤 모델을 삼을 수 있는 리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케이스가 너무 적죠. 우리나라 대기업이 아직은 보수적인 성향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입사할 때 ‘너희들이 바꿔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어요. ‘내가 그런 가능성이 있고 소질이 있을까?’ ‘만약 그런 것들이 있다면 그걸 위한 환경은 갖춰져 있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해보면 아직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게다가 여자이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도 고민이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부양하게 돼서 회사에 부담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그런 경우에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요.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10년 후배가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여성리더가 되고 싶은 것이 제 꿈이에요. 일단 회사에서 살아남아야죠. 올해 처음 팀장님과 면담 때 저를 여자로 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어요. 다른 남자사원들처럼 굴려달라고 말했죠. 전 그냥 팀원이지 여자니까 어떻다는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 말아달라고요. 솔직히 그냥 트레이닝 좀 잘 시켜달라는 취지였는데 정말 혹독하게 대하시더라고요. (웃음)

 

"자기개발은 기초적인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관리나 체력단련 같은 것이 그렇죠. 체력 없으면 일도 잘 못하잖아요"

 

오상혁  간절한 꿈이라면 정년을 꼭 채웠으면 좋겠어요. (웃음) 물론 저도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죠. 이직할 마음은 없어요. 이 팀에서 전반적인 업무를 경험한 베테랑이 되고 싶어요. 간부에게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후배를 육성해내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박재하  평생직장인보다 평생직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과장, 부장, 매니저보다는 자기가 일하는 영역에서는 거의 박사가 되고 싶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주변 일도 많이 경험해봐야겠죠. 그런데 대기업의 경우 선배들이 해놓은 게 너무 많잖아요. 그걸 따라가다 보면 과장, 차장이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것보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일을 좀 더 해보고 싶어요.

이문호  전문성 지향이 강한 것 같네요. 제 세대와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꿈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있나요? 자기개발 같은 것도 하고 있습니까?

김민지  제 경우 일과 자기개발이 구분되어 있지는 않아요. 일을 통한 학습이랄까? 아직까지는 배워야 할 것이 많고요. 회사 내부적인 고민이나 이슈가 있으면 같이 고민도 하고 또 혼자 고민해서 선배에게 의견을 말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선배 매니저들과 소통도 하고 또 많은 걸 배워요.

학교와 다르게 직장은 제가 모르면 물어보기 전까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하루 일을 통해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의도와는 다른 길이었지만 제 업으로 삼은 이상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오상혁  업무는 많이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래도 직원과 단합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서 좋았어요. 자기개발은 기초적인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관리나 체력단련 같은 것이 그렇죠. 체력 없으면 일도 잘 못하잖아요.

게다가 해외 손님도 많이 오고 주재원으로 나갈 기회가 많기 때문에 1년 동안 영어공부를 못했는데 이제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취업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재하  공부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고 할까요. 예전에 선배들이 회사 다니면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할 때면 그냥 게으른 소리라고 여겼는데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집에서 책상에 앉으면 내가 책상에 앉았는지 구름 위에 앉았는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에요.

자기개발에 대한 계획은 있고요. 목표의 10%도 못했지만 조금씩은 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업무와 자기개발은 분명히 구분하고 있고요. 이걸 이루려면 저 역시 체력관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문호  인사담당자들은 기업이 사람을 뽑으면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모두 백지에 놓고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학교 공부가 업무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보나요?

오상혁  기초적인 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공이 경제학인데 인간의 선택을 연구하는 순수학문이거든요. 기초적인 경제학적 사고를 대학 때 배웠다는 면에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실무는 기업에서 배운 거죠. 기초철학은 대학 때 형성되는 것 같아요. 공부가 필요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박재하  학문이 직접 도움이 되는 건 잘 모르겠어요. 대학 시절 깊이 있게 배우는 건 3, 4학년 때뿐이잖아요. 전공을 통해서 학문을 배우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무에 적용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다만 전공 특성상 팀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 토론, 회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학문이란 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경험 면에서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김민지  지식이나 학업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건 그렇게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HR 기본 회계지식 같은 수업이 도움이 되긴 했어요. 그리고 수업보다는 학회활동을 통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이나 연구를 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정말 직장생활과 다를 게 없을 정도의 경험이었어요.

학문과 취업의 상관관계

이문호  조금 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업과 대학교 간의 역할 차이 때문에 문제가 많습니다. 기업 2년차 사원의 입장에서 대학교육 방향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점이 있나요?

 

"자기가 원하는 직무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동기나 선배들이
은행에 취업했을 때 연봉만 쫓다가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오상혁  회사조직에 대한 강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세하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봐요. 회사의 조직이나 구조에 대한 것도 그렇습니다. 품의서라는 말도 회사에 와서 처음 들었거든요. 지금 대학생들은 인사 업무가 뭔지도 잘 모르잖아요. 그런 걸 소개하는 강좌가 있으면 좋겠어요.

박재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학이 너무 기업 눈치 보는 것 같아 불만이에요. 어쩔 때는 대학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요. 대학에서 취업률 몇 %라고 자랑하고 다니잖아요. 전 그건 정말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직업인 양성소가 아니잖아요. 대학은 좀 더 대학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학문의 전당다운 모습을 보이면 기업이 대학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요즘 대학들이 기업에 맞추다보니 커리큘럼이 엉성해지고 학점 따기 쉬운 수업만 생기고 있잖아요. 선배들과 이야기해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갈수록 고민이나 철학의 깊이가 얕아진다고 할까. 대학에서 학생들을 마지막까지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12월 21일이 방학인데 12월 2일 입사하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김민지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 대학이 상아탑처럼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학생들이 대학에 있을 때는 별천지에서 공부만 하다가 졸업하면 또 다른 세상을 접하고 있잖아요. 방금 저희 모두 실무와 대학지식 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너무 낮다고 이야기했었죠.

결국 직장에 필요한 실무를 가르칠 의무를 직장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된 사람이 오길 원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갓난아이 받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결국 양쪽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대학에서 알려줘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학교교육과 더불어 기업에서 지원도 받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요.

박재하  물론 대학교육이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학에는 정말 다양한 과가 있어요.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대다수의 인문학과 학생들이 상경계 전공을 복수전공하더라고요. 결국 자기 전공 그만두고 상경계로 전공을 바꿔버리기도 하고….

대학 다음은 무조건 취업인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무조건 취직으로만 가다보니 많은 꿈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국문학과 같은 인문학부 전공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고요. 회사 적응 못 한다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대학 의무인가요?

물론 학생들의 실무능력이 떨어지고 기업들이 그것 때문에 불만을 갖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학생들이 스스로 극복할 몫이라고 봐요. 내 꿈이 취업이라면 그 꿈에 맞춰 인턴을 하는 등 스스로 준비하면 된다고 봐요. 꿈이 공부인 학생에게 지금 대학의 모습은 너무 아닌 부분이 많죠.

오상혁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게 많은 수의 인문학과가 필요 없다고 봐요. 수요가 많은 상경계열은 아직도 적은 편이고요. 제 경우 수업보다 스스로 책 읽어서 알게 된 것이 많거든요. 강의는 사상가들 내용 소개하는 것에 그치잖아요.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왜곡돼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대부분 학생들이 졸업하면 직장인이 되는데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죠. 솔직히 회사에서 인문학부보다 상경계열을 우대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다른 수업이나 학과공부까지 방해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이야기한 건 4학년들을 위해서 취업준비 강의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는 거고요.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라

이문호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한다면?

박재하  스펙관리 하라는 말은 더 필요 없을 것 같고요. 취업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주변에 취업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친구들을 많이 봤거든요. 들어가서 후회하면 때는 늦는다고 봐요.

제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연봉이 증권사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높은 건 아닙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제 일에 만족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온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답게, 20대답게 고민하고 결심해서 그것을 따라갔으면 합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5년, 10년 후에는
내가 바라던 모습이 되어있을 거란 믿음이 있거든요."

 

김민지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토익이나 학점, 인턴 경험, 해외연수 같은 것들만으로 자기 색깔을 만들기는 힘들잖아요. 회사선배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몇 만 장이나 되는 지원서류 중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원서는 몇 장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만의 특징이나 비전이 느껴지는 원서에 점수를 더 많이 주는 것 같아요. 현재 자기 자신의 모습과 미래상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상혁  자기가 원하는 직무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동기나 선배들이 은행에 취업했을 때 연봉만 쫓다가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그리고 기업에게 바라는 것도 있는데요. 뽑을 때 스펙을 너무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좀 더 진솔한 면접 분위기를 제공해주고 또 학생들도 그렇게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