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해법, 능력개발에 답이 있다
위기 해법, 능력개발에 답이 있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3.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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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기계만으로 성장 안돼…인간중심 노사관계 구축해야
미래노사발전연대 문형남 이사장

지난해 12월 ‘상생과 화합의 노사관계’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미래노사발전연대(미노련)가 본격적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미노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아무래도 구성원들의 ‘화려한 면면’ 때문일 것이다. 미노련 문형남 이사장은 산업안전공단 이사장과 한국과학기술대학 총장을 지냈고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선진국민연대에 참여했다. 선진국민연대는 이영희 현 노동부 장관이 상임의장을 지낸 바 있다.

또 박인상 전 의원을 비롯, 한국노총 출신 현직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문을 맡고 있고, 경총 이동응 전무 등도 지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더구나 출범식 당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이 팽팽하던 와중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400여 명이 몰려 미노련의 ‘파워’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이후 미노련은 직능 위원회와 지방 조직 구축 작업을 진행했고,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노련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형남 이사장을 만났다.

문 이사장은 노사관계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인간주체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노련의 활동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가 승패가 엇갈리고 한을 품는 시대로 가지 않으려면 사회단체가 중간에서 조정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미노련의 역할이라는 것.

▲ ▶ 74년 행정고시 15회 ▶ 93년 대전지방노동청장 ▶ 97년 노동부 노정국장 ▶ 99년 노동부 기획관리실장 ▶ 01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 02년 한국기술교육대학 총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아직 미노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사장께서 미노련을 소개해 주시죠.

"우리나라 문제 가운데 노사관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가경쟁력은 높은데 노사관계 생산성은 항상 뒤처집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 이것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미래노사발전연대는 노사가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고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고용문제에 접근하고 시스템이나 노사주체의 행동양식을 다르게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세워졌습니다."

신뢰는 정직이 아니라 원칙에서 나온다

- 미노련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첫 번째는 노사관계의 이념을 제대로 정립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해오면서 노사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등의 체질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노사관계의 이념은 적절한 생산성 향상과 성과를 바탕으로 고용을 높여야 합니다.

둘째는 인간주체적인 노사관계입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에겐 인적자원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인간 중심적 경영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도 일하는 객체가 아닌 인간으로서 주체로 참여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셋째는 노사관계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노사문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신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신뢰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정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정직하지 않다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확보해야 하느냐, 신뢰는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좌회전 금지신호 앞에서 좌회전하면 안 되듯 원칙을 지켜야 질서가 잡힙니다. 이 정도 일하면 이 정도의 결과가 분명히 나온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신뢰가 구축되는 겁니다. 그런데 기분 따라 원칙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바꾸면 누가 믿어 주겠습니까."

- 사회단체이다 보니 재원이 가장 큰 문제일 텐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생각이신지.

"사회단체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지금은 우리 회원이 600여명 정도 있는데 충실하게 회비를 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총장 등 리더급 인원들이 조달해서 기본 운영비 마련 중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사회단체에게 노사문제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조금씩 민간단체에 활동할 수 있는 지원금을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고용이나 교육 관련해서 신청 중입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돈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자원봉사 차원이 대부분입니다."

선진국민연대와 상관없는 회원이 더 많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사업계획이 노사발전재단이나 노동교육원 등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 데요?

"노사발전재단이 하는 일은 정부위탁사업을 대신 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나 재단과 엮여서 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노사교류에 별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단체는 개별지역이나 기업의 노사단체 등에 집중해서 이념적이고 사회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려는 것입니다.

노동교육원의 경우 전에 하던 노사관계교육을 더 이상 안 하면서 민간단체에게 일부 넘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받아서 맡아보고 싶은데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신임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신청해서 꼭 맡아보고 싶은 일입니다."

- 일각에서는 이사장님을 포함한 일부 임원들이 선진국민연대 활동을 했던 점을 들어 미노련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떠신가요?

"김형오 의장은 선진국민연대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 사이인데, 제가 김 의장에게 이런 단체가 있다고 소개했더니 국회의장으로서 격려해주겠다고 온 것뿐입니다. 물론 선진국민연대 활동을 했던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현재 이들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선진국민연대와 상관없는 회원이 더 많습니다. 저희는 단지 순수하게 활동을 전개하자는 생각으로 모여서 만든 것입니다. 특히 선진국민연대는 MB정부 출범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정부출범 이후 거의 해체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일했던 것과 지금 여기서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요. 너무 그런 문제에 사람들이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노총과 경총을 중심으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가 구성됐습니다. 비상대책회의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솔직히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요즘에 와서 금융위기에 따라 말 그대로 ‘비상’사태로 하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저희 단체는 이념과 시스템부터 바꾸고 정착시키겠다는 생각이지 비상사태에 관련한 문제는 관심 없습니다.

다만 노사민정뿐만 아니라 농민 등 비상시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대표들이 모여서 비상시 한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특별한 문제만 응급처방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문제를 국지적으로 해결할 일이지 전체적이고 지속적인 것까지 건드리면 안 된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일상적인 부분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신가요? 노사정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노사정위원회에서 정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그것에 집착해서 노사정위원회를 평가하고 향후 운영문제를 논의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들이 논의한 것들이 제도나 시스템으로 사회에 정착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뽑은 국회가 무의미하지 않겠습니까.

노사정위원회가 폭넓게 노사의 문제를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거기서 합의가 되면 좋지만 합의가 되지 못하더라도 갈등문제를 논의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그 역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사정위원회가 상임위원회처럼 운영되는 것이 옳으냐는 별개의 문제고 중요한 것은 노사정이 사회문제를 서로 공감할 수 있는데 커다란 역할이 있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임금 삭감하려면 경영층부터 모범 보여야

-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 화두 중 하나가 ‘고용안정’입니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고용’과 ‘임금’의 딜(deal)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사회적 합의 요구 자체가 오히려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용과 임금이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서 동일제품이 임금으로 인해서 다른 회사보다 가격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또 임금이 오르면 기계로 대치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겁니다. 모두 고용을 압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반대로 고용을 유지하자면 임금문제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같이 힘든 시기일수록 분명 임금과 고용문제를 같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단은 고용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임금은 조금 양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금삭감을 하려면 기업 경영층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 고임금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 정도를 제외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다수의 노동자에게까지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임금은 절대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임금인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총장을 해봐서 알지만 대졸초임의 경우 일본보다 고임금인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부분은 이런 비상체제에서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임금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있는데 무조건 삭감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고요. 그것은 임금의 높고 낮음이라든지 기업 사정에 따라 노사가 논의해서 결정할 일입니다."

- 미노련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이사장께서 생각하는 상생의 노사관계란 어떤 것입니까?

"그것이 바로 인간 중심적 노사관계라는 것입니다. 경영자도 인간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고용 중심으로 노동자의 능력개발에 최대한 투자해야 합니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 우리가 기회를 잡으려면 능력개발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현재 중소기업에서 능력개발에 참여하는 비율이 전체 중소기업의 7%도 안 됩니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기술개발하는 형태로 바꾸게끔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세계와 경쟁하는데 있어서 자꾸 뒤처질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능력개발을 절대적으로 밀어주고 노동시간을 줄여서 노동자들이 능력개발을 하고, 혁신을 이루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게 해야 합니다.

노동자도 자기고용확보를 위해서 자기생산이나 능력개발에 집중해서 아이디어 내는 일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상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그것과 관련해서 ‘중소기업 근로자 단기직무능력향상지원사업’ 같은 방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지금 고용보험으로든 뭐든 노동자에게 능력개발을 시키는 것이 핵심사업인 겁니다.

노동자가 능력개발하겠다고 하면 노동자에게 개인 생활비, 능력개발비용을 지원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일감이 적을 때는 인력을 통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일감이 많으면 일 때문에 일을 못하지만 지금은 능력개발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 위기의 시대를 맞아 노사정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노사정 당사자들에게 제언을 한다면?

"정부는 근로자 고용확보를 위해 최대한 지원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능력개발이에요. 경영자들은 인간 주체적 노사관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인간 중심이어야 기업이 살 수 있습니다. 지금 기업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IMF 이후부터 지금까지 받아온 도덕적 비난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안 되면 자기 재산 털어서라도 나서야 하는 거죠.

지금은 정보화 사회입니다. 더 이상 기계만으로 경제성장할 수 없는 세상 아닙니까.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 아이큐 115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누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노동자의 경우 지금 능력개발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에 치이게 돼서 능력개발 힘들어집니다. 지금 사회는 광속처럼 바뀌는데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대비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