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앞으로 따뜻한 간식이 배달됐다
배달노동자 앞으로 따뜻한 간식이 배달됐다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27 17:58
  • 수정 2023.12.27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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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공제회, 경기도 부천B마트서 간식차 캠페인 열어
갑작스런 한파에 이동노동자 몸 녹일 붕어빵과 어묵 국물, 방한용품 제공
배달노동자들 “위험한 빙판길 주행, 안전교육·보호와 쉼터 필요” 입 모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27일 점심께 경기도 부천시 부천B마트에서 진행한 간식차 캠페인에서 한 배달노동자가 붕어빵과 어묵을 받고 있다. ⓒ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간식차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강서구 화곡B마트에 이어 경기도 부천시 부천B마트에서도 운영됐다. 27일 점심께 배달을 위해 B마트에 들른 배달노동자들은 주차장에 마련된 간식차에서 어묵과 붕어빵을 먹으며 숨을 돌렸다.

그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사장 김동만, 이하 한국노동공제회)는 혹서기 생수·얼음물 나눔, 쉼터 운영, 혹한기 방한용품 나눔 등을 통해 홍보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간식차 운영은 지난 21일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앞에서 처음으로 진행돼 22일 화곡B마트와 이날 부천B마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송명진 한국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지난주부터 갑자기 한파가 닥치면서 조금이나마 추위를 가시면서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간식차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에서도 이번 캠페인을 후원했다. 이날은 부천시이동노동자쉼터(이하 쉼터)에서 방한용품(흔드는 핫팩, 붙이는 핫팩, 수면안대)을 준비해 나누기도 했다.

<참여와혁신>은 이날 간식차를 이용한 배달노동자들을 만나 겨울철 노동의 고충을 묻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과 한국노동공제회와 쉼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간식차에 들른 70여 명의 배달노동자 중 13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으며 익명을 요청한 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로 결빙으로 “목숨 걸고” 배달하지만
소규모 대행업체선 산재보험조차 없기도

이날 현장에 모인 배달노동자들은 한파와 눈으로 인한 도로 결빙이 겨울철 배달 노동의 어려운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토바이로 상품을 배달하는 A씨는 “춥기만 하다면 옷을 껴입고 방한용품을 사용하면 되지만 길이 미끄러워지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도로 결빙으로 사고를 당해 전날 병원에 다녀왔다는 B씨는 “눈이나 비가 오면 사고가 정말 잦아진다. 아스팔트 위에 얇게 언 얼음은 보이지 않아서 피할 수조차 없다”며 “큰길은 그나마 나아도 골목길은 제설이 잘 안 돼 보호장구를 꼼꼼하게 착용해도 다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배민커넥트 라이더인 C씨는 “배달 플랫폼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배달 단가를 올리는 대신 말도 안 되는 거리의 콜(배달 일감)을 배정하기도 한다”며 “부천에 있는데 인천이나 서울로 가야 하는 배차를 배정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악천후와 도로 결빙뿐만 아니라 지도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위험까지 더해진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면서 배달노동자들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배달노동자들은 여전히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B씨는 “산업재해를 신고해도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정되기도 한다. 소규모 배달대행업체 중에는 산재보험 가입 자체가 안 되는 곳도 많아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일한다”고 토로했다.

낮은 배달료·보험료 부담·미흡한 안전교육···
배달노동자 유입만큼 이탈도 많아

이날 만난 배달노동자들은 위험도에 비해 소득이 낮은 배달업계의 특성상 신규 유입만큼이나 인력의 이탈도 많다고 말하며, 위험도를 낮추고 소득을 보장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낮은 배달비 때문에 더 위험하게 배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건당 배달 수수료가 낮다 보니 인센티브나 단가 할증이 있는 악천후 배달로 내몰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어 교통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하는 일도 잦다는 것이다.

C씨는 “‘피크’(배달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와 ‘비(非)피크’ 배달 단가가 다르다. 비피크 때에는 단가가 낮다 보니 피크 때 더욱 마음이 급해진다”고 말했다. 간식차가 운영된 이날 점심께는 피크 시간대로, 주차장에 들렀어도 간식을 먹지 못한 채 쉼터에서 나눠 준 방한용품만을 겨우 챙기고 다시 콜을 받아 떠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쉼터에서 실시한 배달노동자 안전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A씨는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법적으로 원동기 운전이 가능해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렇게 유입된 사람들은 오토바이 운전이 서툴러 사고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배달 플랫폼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많아, 안전교육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사업장에 소속돼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인 배달노동자들은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스스로 내야 한다. 또 직장인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달리 특고들은 검진비의 20%를 스스로 부담하게 돼 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27일 점심께 경기도 부천시 부천B마트에서 간식차 캠페인을 진행한 가운데, 한국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송명진 사무국장과 임성형 권익사업팀 팀장, 박순광 부천시이동노동자쉼터 운영실장이 배달노동자들에게 배포할 핫팩과 수면안대를 포장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배달노동자들, “따뜻한 국물에 힘 얻는다”
쉼터 부족하고 접근성 낮은 점에는 아쉬움 표해

현장에서 만난 배달노동자들은 따뜻한 붕어빵과 어묵을 반기면서도, 쉼터에 대해선 ‘처음 들었다’거나 ‘알고 있었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쉼터에 대해 알고 있지만 방문한 적이 없다는 D씨는 “다른 배달노동자에게 들어 쉼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위치도 안다. 하지만 쉼터에 가기 위해서는 일을 하다 멈추고 따로 시간을 내어 다시 이동해야만 해서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쉼터와 한국노동공제회를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E씨 역시 “쉼터는 근처를 지나지 않으면 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간식차는 이동이 가능한 만큼 더 자주 운영했으면 한다”며 바람을 말했다.

한국노동공제회에 가입돼 있어 이날 간식차 캠페인에 대해 따로 알림을 받았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던 B씨는 “누군가가 이렇게 우리를 생각해 준다는 사실이 반갑고, 따뜻한 어묵 국물 한 컵이 정말 힘이 된다”며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어 쉼터에 들르기는 어려운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송명진 사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플랫폼 기업에 배달노동자 쉼터 설치 의무가 생겼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개선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행령과 정책 반영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명진 사무국장은 “날씨가 추울수록 간식차의 효과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파가 심해질 시 간식차 추가 투입 역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박순광 쉼터 운영실장 역시 “방한용품 등을 쉼터에 비치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하는 한편, 거리 나눔 캠페인을 진행해 더 많은 배달노동자들이 쉼터를 접할 수 있게 하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