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새해 소망 ‘임금인상’···직장 내 괴롭힘 감소에는 비관
직장인 새해 소망 ‘임금인상’···직장 내 괴롭힘 감소에는 비관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31 12:10
  • 수정 2023.12.31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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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내년 소망과 전망 설문조사
여성·청년·비상용직·저임금 노동자 절반은 ‘직장 내 괴롭힘 안 줄어들 것’ 응답

새해를 맞이하는 노동자들은 내년에 ‘임금인상’을 가장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7명이 ‘내년 직장생활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44.3%였으며 특히 여성·20대 이하·비상용직·저임금 노동자들에게서 비관적 전망이 더 많이 나타났다.

(사)직장갑질119는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과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사)직장갑질119에서 의뢰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서 온라인 조사로 실시했으며,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표본을 설계했다.

설문은 △직장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새해 소망 △내년에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지 △내년의 직장생활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등 3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성·연령·고용형태·직급·임금수준 등 다양한 지표에 따라 결과가 집계됐다.

전체 설문 대상의 77.7%는 새해 소망으로 임금인상을 꼽았다. 이는 모든 연령·업종·고용형태에서 1순위를 차지했는데, 2위 이하는 업종이나 고용 형태, 연령 등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갈렸다.

제조업에선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36.0%), 교육서비스업(35.3%)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6.1%), 건설업(27.8%)에선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이 각각 2위로 꼽혔다. 이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직장 내 괴롭힘 근절’(12.5%)을 새해 소망으로 꼽은 비율이 다른 업종에서보다 2~5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 비상용직 응답자의 35.8%는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이는 상용직(16.7%)의 2배가 넘는 비율이다. 그에 반해 임금인상 응답은 67.8%로 상용직보다 16.5%p 낮았다. (사)직장갑질119는 이것이 “비상용직이 상용직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고용불안 문제의 영향이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라고 봤다.

14일 경향신문사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기념행사 ⓒ 송승현 노동과세계 기자
2021년 10월 14일 서울시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기념행사 ⓒ 노동과세계

직장생활의 전망으로는 전체의 70.6%가 ‘내년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55.7%에 그쳤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서는 성별과 연령, 고용형태와 직급에 따라 응답 경향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 가운데선 51.9%가 ‘직장 내 괴롭힘이 내년에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에 비해 남성 노동자들은 38.4%만이 이같이 응답했다. 연령별로도 20대 이하에선 51.1%, 30대에서 50.4%가 비관적으로 응답한 반면 50대 이상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본 비율은 36.3%에 그쳤다.

고용 형태별로는 상용직의 39.5%, 비상용직의 51.6%가 직장 내 괴롭힘 감소에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또 임금 수준별로는 월 150만 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53.0%가 직장 내 괴롭힘이 내년에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월 500만 원 이상을 받는 고임금 노동자는 34.4%만이 그렇게 답해 가장 큰 폭으로 차이를 보였다.

(사)직장갑질119는 여성·청년·비상용직·저임금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남성·중장년·상용직·고임금 노동자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로 “법과 제도의 보호가 약자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 전반에 대해서 (사)직장갑질119는 “노동자들이 현재 너무 적은 돈을 받으면서 긴 시간 힘들게 일하고, 고용 자체에 대한 불안까지 안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 임금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며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