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님 힘내세요
MB님 힘내세요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3.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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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하승립 lipha@laborplus.co.kr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 논란으로 시작해 촛불 정국, 경제 불안, 용산 참사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혹자는 10년 같은 1년이었다고 평하기도 하더군요.

출범 1년을 맞아 눈길을 끄는 책이 한 권 출간됐습니다. <가슴 설레는 나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미래한국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놨군요. 만화로도 제작할 예정이랍니다.

일종의 기획홍보인 셈인데요. 이런 홍보 작업은 거의 범정부적으로 진행되는 인상을 줍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최시중 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MB의 남자’로 불리는 유인촌 씨가 장관으로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정부 홍보를 위한 TV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움직임들은 이명박 정부의 상황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지요. 그러니까 집권 2년차에는 홍보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여당도 홍보전에 나섰습니다. 주로 패러디를 활용해서 젊은 층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한나라당은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사진에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얼굴을 합성한 ‘원외시대’를 내놨습니다.

또 가수 손담비의 몸에 박희태 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박담비’, 드라마 ‘꽃보다 남자’ 배우들 얼굴에 당 특위 위원장들의 얼굴을 입힌 ‘꽃보다 경제’도 선보였습니다. 당사 벽에 ‘경제도 김연아처럼’이라고 써붙이기도 했습니다.

책과 만화, TV 프로그램, 그리고 패러디를 동원하는 것은 감성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는 뜻이겠지요.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롤프 옌센은 자신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정보화시대 다음에는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감성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거론되는 것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상품에 이야기를 덧붙이는 거지요. 예를 들어 초코파이는 ‘정(情)’을 부각시키면서, 초코파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팔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코카콜라는 평범한 주부를 내세워 아버지와 콜라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 정부나 여당이 하고 있는 방식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일방적인 주입에 가까워 보입니다. ‘맥락’은 사라지고 뜬금없는 ‘선전’에만 열을 올려서는 상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책과 TV, 패러디를 ‘치어 리더’로 동원해 “MB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외친다고 ‘신뢰’와 ‘소통’이, 그리고 ‘공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홍보’가 먹히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그 ‘제품’의 품질이라는 점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저도 정말 ‘가슴 설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