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시작한 상생과 연대, 공공상생연대기금
노동이 시작한 상생과 연대, 공공상생연대기금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4.01.11 01:20
  • 수정 2024.01.11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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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상생연대기금 어떻게 시작됐나
사회공공성 강화와 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 주도의 방안
지난해 5월 공공상생연대기금 찾아가는 보고대회가 IBK기업은행에서 열렸다. ⓒ 금융노조

노동조합이 이익집단화됐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들이 해온 일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일례로 금융노동자들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두 노동 집단은 돈잔치와 방만 경영으로 혁신의 대상이 되며 소위 노동시장 상층부에서 자신들만의 성벽을 공고하게 쌓은 집단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소하고, 어떻게 하면 모든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특히 이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공공상생연대기금이라는 재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공상생연대기금,
“공공성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시작”

공공상생연대기금 설립은 박근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다. 당시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는 과도한 경쟁 구조를 만들어 공공기관이 목적에 맞는 공공적 역할보다도 실적 올리기에만 집중해 사회공공성을 저해한다고 반대했다. 개인별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지침으로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직접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를 꾸리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결국 공공기관 노동자 대표자를 감금 및 회유하고, 불법적 이사회를 통한 취업규칙 변경 등을 밀어붙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투쟁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1년 사이 이미 성과연봉제를 실시한 공공기관이 있었고, 총 1,600억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이때 양대노총 공대위는 1,600억원 전액을 반납해 공익적으로 사용하자는 사회적 제안을 내놨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이라는 재단 설립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었다. 그 후 논의가 이어져 2017년 10월 16일 공공상생연대기금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2017년 11월 7일 공공상생연대기금 발기인 대회가 진행됐다. 당시 발기인들은 선언문을 통해 “공공성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부 아래서, 노동자들의 모든 투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치환하는 여론 속에서 공공성은 본질의 의미를 잃은 채 추상적인 목표로만 존재했다”며 “공공상생연대기금 발기인대회는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부문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연대로 우리 안의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고, 취약·소외계층과의 연대로 한국사회의 경쟁지상주의를 허물어 나갈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사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한국사회가 공존·공생하는 사회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상생연대기금 정관 제1조 목적에는 “공공기관 노동자 및 사용자들의 자발적 출연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폐지에 따른 인센티브 환수 및 반납 금액 등을 활용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사회 공공성 확대”라고 나와 있다.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상생과 연대로 함께하는 건강한 노동존중 사회’를 미션으로 △사회적 격차 완화 △사회적 연대 △정의로운 사회 실현 △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비전 삼아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원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사업,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캠페인, 청년 공익활동가 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 주도의 방안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노동연구원이 연구한 ‘상생연대기금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공상생연대기금 설립 의미는 △공공 △노동 △연대 △일자리로 총 4가지다.

각각을 보면, △공공의 의미로는 실패한 정부 정책에 따른 부당이익을 사회화했고, 재단 출범을 주도한 노동자들이 공공노동자인 만큼 한국 사회의 공공성 담론을 활성화할 촉매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노동의 의미로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한 농성과 파업 등의 자기 행동, 특정 집단의 이익 대변이 아닌 보편적 이익 추구,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 취약계층 노동자 지원 및 노동법 교육 등으로 노동자 스스로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토대 제공 등을 꼽았다. △연대로는 1,600억원의 공익적 활용을 제안한 것과 재단 목적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 명시된 것에서 톺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의 의미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불평등 문제를 이슈화 시키고,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실천적 해법을 마련했다는 데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많은 노동조합들이 일부의 시선과는 달리 한국 사회의 격차 문제와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가 함께한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노사가 함께한 금융산업공익재단 같은 연대기금 마련 방안과 금융노조의 저임금 직군 임금 2배 인상이라는 산별교섭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런 방안들은 조금 더 나은 노동환경을 꿈꾸는 노동자들의 노력이자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시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