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실버타운 노인 학대·부당노동행위 의혹 나와
워커힐실버타운 노인 학대·부당노동행위 의혹 나와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11 15:41
  • 수정 2024.01.1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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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실버타운이 유통기한 지난 약품 투여·부당해고했다”
워커힐실버타운분회, 광진구청에 “철저한 조사·사태 해결” 촉구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9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청 앞에서 열린 ‘워커힐실버타운 사태해결 촉구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에서 윤경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워커힐실버타운’에서 노인 학대와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단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워커힐실버타운분회(분회장 이윤선, 이하 분회)는 지난 9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청 앞에서 ‘워커힐실버타운 사태해결 촉구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분회엔 요양보호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 돌봄노동자들이 주로 가입돼 있다.

요양보호사들, ‘노인 학대’로 수차례 시설 신고
유통기한 초과 의약품 투약 등 위법 정황

기자회견에서 분회는 워커힐실버타운 사측이 유통기한이 초과된 전문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노인들에게 투약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분회에 따르면 워커힐실버타운은 지난해 7월 13일 유통기한이 임박한 경구용 전해질 수액 ‘링거라이트’를 입고했다. 링거라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투약이 가능하지만 사측은 처방전 없이 이를 입소 노인들에게 투여하게 했다는 게 분회의 설명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경찰과 서울특별시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기관)에 이를 ‘노인 학대’로 신고했으며 광진구청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그러나 윤경옥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링거라이트 투여는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지난 시점인 10월 18일까지도 계속해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워커힐실버타운 입소 노인의 보호자 A씨는 “내 어머니가 유통기한 지난 약을 투여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A씨는 “우리 부모님들이 안전하게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광진구청에 촉구했다.

분회는 “워커힐실버타운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입소자도 검사나 격리 없이 방치했다”며 이 또한 노인 학대 신고 내용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진구청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요양팀 관계자는 “당시 워커힐실버타운 노동자들의 신고 내용을 취합해 기관과 광진구청이 조사를 진행했다. 워커힐실버타운엔 노인 학대 관련 교육 및 지도·감독 실시 후 오는 26일까지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광진구청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요양팀 관계자는 “링거라이트 투약 등 불법의료행위로 의심되는 정황은 기관에서 경찰에 신고해,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도 알렸다.

9일 오전 ‘워커힐실버타운 사태해결 촉구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이윤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워커힐실버타운분회 분회장이 광진구청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요양팀 관계자에게 철저한 조사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노조 측 교섭위원에 재계약 불가 통보도
분회, 광진구에 ‘철저한 조사’ 촉구 서한 전달

워커힐실버타운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단 주장도 제기됐다. 윤경옥 조직부장은 “지난해 3월 분회가 설립된 후 총 7차례에 걸쳐 교섭이 진행됐지만, 사측은 모든 조항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단체교섭을 지속적으로 거부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윤선 분회장은 “사측은 지난해 12월 분회 소속 교섭위원 2명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으며, 다른 조합원과 개인 면담에서 사측 관계자가 ‘(교섭위원들은) 노조(활동)에 앞장서서 계약이 만료됐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교섭위원 2명은 워커힐실버타운에서 각각 8년, 5년 9개월 일했다. 이들은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고령자로 분류되는 55세 이상이라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단서(2년 초과 근무의 예외)에 따라 한 기관에서 2년 이상 일했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그러나 윤경옥 조직부장은 “그간 업무상 문제가 없는 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분회는 교섭위원 2명이 받은 재계약 불가 통보가 부당해고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할 예정이다. 실제 대법원에서도 기간제 근로자가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일 때에는 계약 갱신을 기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 경우 특별한 사유 없는 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만일 이번 사안에서도 ‘계약 갱신을 기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이들의 재계약 거부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다. 재계약이 거부된 이유가 노조 활동 때문이라고 입증된다면 ‘노조 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준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최현혜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분회 분회장은 “좋은 돌봄노동을 위해선 돌봄받는 사람의 감정과 일상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는데 이는 돌봄노동자들의 인격이 존중받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워커힐실버타운에 “돌봄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분회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워커힐실버타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광진구청 어르신복지과에 제출했다.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요양팀 관계자는 “분회에 이번 항의 서한에 대한 추가 증빙 자료를 요청해 이를 토대로 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분회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워커힐실버타운 측은 “분회의 주장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  또 현재 조사 중인 사안도 있어 지금으로서는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