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타임오프 위반 결과 발표에 “노조 탄압 매뉴얼”
노동부 타임오프 위반 결과 발표에 “노조 탄압 매뉴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1.18 15:22
  • 수정 2024.01.1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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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자동차․조선․철강 사업장 중심 근로감독 추진
노동계 “노사 자치라는 대원칙 허무는 노조 탄압”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전국 20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109곳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위반 등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이번 근로감독 결과를 두고 노사 자율에 불법 프레임을 씌우는 노조 옥죄기라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18일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11월 30일까지 근로시간면제 위법 의심 사업장 118곳과 84개 공공기관 등 20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근로감독 결과 적발한 사항은 ‘부당노동행위’가 99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법정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 78건,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21건 등이다. 이어 ‘단체협약 미신고’(30건), ‘위법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규정한 단체협약’(17건), 기타(10건) 순으로 많았다.

위법 내용과 시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A 공공기관은 ‘근로시간면제자 이외 노조 간부 전체 31명의 유급조합 활동을 매주 7시간씩 인정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노사가 합의해 삭제”했고 “H사는 ‘노조 전용 승용차 10대의 렌트비 약 1억 7,000만 원과 유지비 약 7,000만 원을 노조에 지원’했으나, 차량 9대의 렌트비 및 유지비용을 노조가 부담하고, 1대를 반납”했다는 식이다.

노동부는 “적발 사항에 대해 사업주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 등 엄정 대응을 하고, 공공부문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위법․부당한 관행이 신속히 시정되도록 조치했다”며 “그 결과 위법 사업장 109개소 중 94개소(공공부문 46개소, 민간 기업 48개소)가 시정을 완료했고 나머지 15개소는 시정 중”이라고 전했다.

노동부는 시정 중인 사업장의 시정 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시정에 불응하면 벌금 부과 등 법적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정을 완료한 사업장에서 위법 사항을 다시 적발할 경우 즉시 형사 처벌하고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을 확대․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올해는 민간 사업장 중심으로 위반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조선․철강 등 업종과 1,0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도 정부는 산업 현장의 노사 법치를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두고 “한마디로 ‘노조 탄압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적발 사항과 시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노동부의 자료를 지적하며 “노사 자율, 노사 자치라는 노사 관계의 대원칙과 기본 운영 원리마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허물고, 동시에 시정 사례를 소개하며 사용자에게 노조 파괴의 명분과 방법까지 세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의 노조 공격으로 벌써부터 현장에서 노조 옥죄기가 가속화되는 중”이라며 “그동안 평화롭게 교섭을 체결해 왔던 사업장에서조차 사용자가 정부 근로감독을 빌미 삼아 임단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급여지원 중단, 인사발령 조치 등 노조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노동부의 기획 감독은 노조 때리기 기획”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의 본질인 ‘노사 자치’는 노사관계를 노사가 논의하고 합의하여 결정한다는 의미”라며 “(국제노동기구는)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노사의 자율적인 결정과 규제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법치’를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노사 자치라는 노조법의 근간을 형해화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극심히 침해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박탈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뜯어고치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노사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