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 ‘1년마다 재임용 불안’ 어떻게?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 ‘1년마다 재임용 불안’ 어떻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1.26 17:56
  • 수정 2024.01.26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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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조교노조, 조교 고용안정과 제도 개선 위한 토론회 개최
정년 보장된 교육공무원 신분이지만, 1년마다 재임용 고용 불안···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고용안정 방안 마련 필요성 제기돼
김일곤 전 대학노조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년마다 재임용으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노출된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국·공립대 조교는 교육공무원법상 정년을 보장받는 교육공무원 신분이지만,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의해 1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어려움을 풀기 위해 상위법과 충돌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한국노총 공공연맹 전국국·공립대학교조교노동조합(위원장 박형도, 이하 조교노조)이 주관했다. 우리나라에는 412개의 사립대학 및 국·공립대학이 있다. 국·공립대학은 57개다. 이번 토론회는 이 57개 대학에서 일하는 약 3,000명(국립 2,868명, 공립 122명)의 교육공무원 조교에 관한 이야기다. 

발제를 맡은 김일곤 전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교육공무원법에서 정년이 보장된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가 1년마다 재임용 절차를 걸치는 이유는 “조교는 그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해 임용한다”고 규정한 ‘교육공무원임용령 5조의2 4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곤 전 정책실장은 “(이 시행령은) 1998년 3월 1일 이후 교육법령의 정비로 조교가 ‘교원’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교원임을 전제로 도입된 조교 1년 임용제는 1998년 폐지됐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국회에서 해당 내용을 손보지 못해 조교의 1년 임용제가 여전히 존재하게 됐다. 이로 인해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 불안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일곤 전 정책실장은 ‘1년 단위로 재임용한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은 ‘교육공무원은 정년을 보장한다’는 모법인 교육공무원법이 위임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일곤 전 정책실장은 “헌법 제75조(‘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발휘할 수 있다’)를 위반한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1년 단위 재임용 근거인 교육공무원임용령 5조의2 4항은 위법이므로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인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국·공립대 조교는 교육공무원법상 엄연히 교육공무원 신분이지만 그간 현장에서는 조교를 제대로 대우하고 이들의 기여를 인정해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표적으로 교육공무원법 임용령을 근거로 조교의 실질적인 고용안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관행이 있어 왔다. 신분은 공무원이지만 1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조교의 불합리한 고용구조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도 “상위법과 충돌하는 해당 시행령을 삭제하는 것에 더해, 조교에 대한 처우개선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조교들의 처우에 대해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교육공무원 조교 재임용제도 위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공립대 교육공무원 조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교육공무원 조교 재임용제도 위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어 정진 조교노조 정책국장은 전남대학교 교육공무원 조교 2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환경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9월 5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남대학교 교육공무원 조교의 42.86%(66명)는 직·간접적으로 대학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형으로 ‘업무적 괴롭힘’이 38.34%(120명)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는 교수가 36.42%(114명)로 가장 많이 꼽혔다. 

대학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대응 방법으로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알렸으나, 공론화하지 않음’이 30.52%(47명)로 1위를 차지했다. 공론화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제를 제기해도 미해결, 해결 과정의 어려움’(34.42%·43명)이었다. 

정진 정책국장은 “대학 내 약자인 교육공무원 조교들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법률들과 인식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교육공무원 조교들에게 필요한 개선 사항으로 △임용제도 정비를 통한 불안정한 근로여건 해소 △대학 내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정기 필수 교육 시행 △대학 구성원과 같이 하는 공동체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국장은 “한국노총은 조교노조의 법외노조 설립부터 지금까지 조교 노동자의 투쟁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조차 할 수 없었던 긴 시간을 거쳐, 두 차례의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법내노조로 진입했을 때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며 “오늘 국회 토론회를 계기로 조교 노동자가 학령인구 감소와 연쇄적인 지방 교육 붕괴의 위기 속에서 대학 공교육의 위상을 세우는 데 교육공무원으로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교육부의 관련 법안 및 법령의 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 방향은 단지 위임 규정을 바로잡는 정도 수준의 정비가 아니라, 3,000여 조교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수렴돼야 할 것”이라며 “국·공립대학을 시작으로 사립대 조교 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