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노동·시민단체, “하청 미화노동자 고용보장” 동조 단식 나서
충북 노동·시민단체, “하청 미화노동자 고용보장” 동조 단식 나서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29 18:00
  • 수정 2024.01.2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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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공사협회 미화노동자, 용역계약 바뀌면서 재계약 원한 6명 거부당해
25일 무기한 단식 돌입한 노동자들···노동·시민단체도 동참
29일 오전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열린 ‘한국전기공사협회 미화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충북노동시민사회 동조단식 선포 기자회견’에서 박광배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한국전기공사협회지회 사무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한국전기공사협회 미화노동자 고용안정 보장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한국전기공사협회(이하 협회)에서 위탁 용역계약에 따라 미화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인력감축으로 일자리를 잃고 25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충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도 연대를 선언하며 동조 단식에 나섰다.

충북지역 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9일 오전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한국전기공사협회 미화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충북노동시민사회 동조단식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충북노동자교육공간 동동, 유해물질로부터안전한삶과일터충북노동자시민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앞서 한국전기공사협회는 건물종합관리 용역계약 만료(지난해 12월 31일)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21일 신규 용역계약 입찰 공고를 올리며 본래 11명이 맡았던 미화 부문에서 10명만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기존 용역업체인 ㈜에이렘이 미화노동자들에게 계약 만료를 예고하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한국전기공사협회지회(위원장 유복종, 이하 지회)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협회 앞에 천막을 치고 전원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 왔다.

충북지역평등지부에 따르면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튿날 지회는 새 용역계약 대상으로 선정된 ㈜맥서브와 면담했다. 면담 자리에서 맥서브 측은 채용 인원을 7명으로 축소하고 별도의 채용 면접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게 홍수영 충북지역평등지부 조직차장의 설명이다. 홍수영 조직차장은 “지회는 사전에 들은 바 없는 면접을 거부하고 맥서브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 전원의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맥서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일 기존 업체의 용역계약이 만료되자 새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맥서브는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 중 2명을 고용승계하고 5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회는 “고용승계된 노동자 2명은 모두 비조합원으로, 맥서브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조합원을 선별적으로 고용승계했다”고 주장했다.

맥서브 측은 “고용승계 과정에서 채용면접을 실시했다. 조합원들에게도 면접 응시 기회가 있었으나 조합원들이 면접 자리에서 전원 퇴장했기에 채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회는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시설 부문 노동자들은 면접과 같은 별도의 채용절차 없이 전원 고용이 승계됐다”고 반박했다.

지난 25일 오전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앞에서 열린 ‘한국전기공사협회 미화노동자 고용안정 보장 촉구! 무기한 단식 돌입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지회에 따르면 기존 용역업체인 에이렘은 이들 미화노동자들을 채용할 당시 ‘무기계약직을 채용한다’고 명시했다. 또 업계 관행으로도 용역업체가 바뀔 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고용승계가 무리 없이 이뤄져 왔다. 지회는 맥서브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다른 사업장에서도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단체협약이 맺어진 바 있다고 밝혔다.

지회는 이 같은 이유로 ‘투쟁 중인 미화노동자 6명의 실직은 부당해고로 인한 것’이라며 지난 18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협회와 맥서브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 25일에는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도 진정을 넣었다.

아울러 지회의 지속적인 면담 요구에도 협회가 응하지 않자 유복종 지회장과 윤남용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본부장은 지난 25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29일에는 충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도 이에 동조해 단식에 나섰다. 동조 단식 참가자들은 29일부터 하루 최소 5명씩 단식에 동참하며 지회 조합원 6명의 고용승계를 촉구할 예정이다.

박광배 지회 사무장은 “미화노동자들은 협회가 자신의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새벽 6시부터 출근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박광배 사무장은 “하청노동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하고 67세·68세 고령 노동자도 실직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협회에 하청노동자인 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협회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을 벌이는 것에 협회도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 미화 부문에선 필요한 인력 채용이 완료됐기에 추가 인원을 채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