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노동자들, “더위·추위·먼지 심각한 수준”
쿠팡 물류노동자들, “더위·추위·먼지 심각한 수준”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31 18:45
  • 수정 2024.01.31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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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 물류센터 노동안전·임금 실태조사 벌여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실태 파악하고 개선 방안 마련해야”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더위와 추위, 먼지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쿠팡 물류노동자들은 특별근로감독·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물류산업 노동환경 개선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지부장 민병조, 이하 지부)는 3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부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지 배부와 온라인 설문을 병행해 지난해 11월 5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약 2개월간 설문이 진행됐다. 설문에서 노동환경 문제를 묻는 질문에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응답자 83%(363명)는 ‘더위’, 80%(348명)는 ‘먼지’, 73%(319명)는 ‘추위’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소음’ 68%(294명), ‘고정된 자세나 반복 작업’ 66%(285명)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 같은 노동환경은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하면서 어떤 신체 증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응답자 74%(327명)는 ‘눈이나 코, 목구멍이 따가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64%(276명)는 ‘콧물이 자주 나온다’, 61%(265명)는 ‘자주 기침을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10명 중 6~7명이 호흡기 등에 문제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응답자 52%(227명)는 팔·어깨·목·허리에 심각한 수준의 통증을 느낀다고 답했고, 50%(216명)는 신체 일부의 근육통을 심각하게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주 피곤하고 느껴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82%(353명)였는데, 이 가운데 48%(172명)는 잦은 피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고 응답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 질문에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응답자 81%(352명)는 ‘냉·난방시설의 설치나 효과 증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78%(339명)는 환기시설의 설치나 용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장의 문제 제기에 현장 관리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73%(319명), 직원을 존중하는 회사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72%(315명)였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쿠팡물류센터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쿠팡물류센터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자회견에서 민병조 지부장은 “기업의 위험 관리 활동이 실질적으로 현장의 재해·재난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 이상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노동자들의 생명으로 치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관청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고 미비한 법·제도를 보완해 물류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물류센터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노동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더위와 추위, 먼지는 법령 개정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혹한·혹서기에 휴게시간을 확보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제18호에 따라 물류센터는 ‘창고시설’로 분류돼 있어 환기와 냉·난방 등에 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현실에 대해,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지부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물류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인화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향후 다이소 물류센터 등 다른 사업장 대상으로도 실태조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물류 업무를 관리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지부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CFS는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동화 설비 도입과 냉난방 설비 확충으로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