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각양각색 명절 이야기
공무원들의 각양각색 명절 이야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2.08 13:58
  • 수정 2024.02.08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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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편물류센터·인천공항 검역·산림청 휴양림
명절에도 돌아가야 하는 공간 지키는 공무원들

공무원은 설날에 일할까, 쉴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에 따라 다르다. 명절에 쉬어도 되는 공무원도, 더 바빠지거나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들이 어떤 명절을 보내는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철수)과 조명해보기로 했다. 해외에서 지내는 가족들과 주고받는 소포가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국제우편물류센터의 김신중·이상돈 씨, 명절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인천공항 검역본부의 박윤경 씨와 산림청 휴양림의 김영주 씨, 명절에도 수출품을 검역하는 김재열 씨와 대화했다.

김신중 씨(왼쪽)와 이상돈 씨(오른쪽)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가족들과 보내는 설날 앞둔
김신중 씨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많아”

김신중 씨가 맞이하는 이번 설날은 특별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와 처가인 부산에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발령 전까진 명절에도 일해야 하는 직군이었다. 국제우편물류센터의 일은 크게 해외에서 들어오는 소포를 다루는 도착, 해외로 나갈 소포를 관리하는 발송, 도착·발송 작업장을 지원하는 사무직 등으로 나뉜다.

인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건물에 위치한 만 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들은 도착·발송되는 소포들을 나라별로 분류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소포들을 구분해 실어 나르는 일이라 체력 소모가 크다. 김신중 씨 등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말고도 우편물을 검사하는 세관 공무원과 검역 공무원, 문화재 유출을 점검하는 문화재청 공무원 등이 작업장에서 함께 일한다. 우정실무원 등 각 부처 공무직 노동자들도 작업장에 있다.

명절이라고 비행기가 안 오는 게 아니다. 매번 명절엔 도착 업무만 당직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업무는 쉰다. 다만 발송의 경우 명절 전후에 바쁘다.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 옷과 생활용품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탓이다. 김신중 씨와 같이 일하는 이상돈 씨는 “예전에 비해 물량이 적어졌다고 느끼긴 하지만 갑자기 물량이 폭주할 때가 있다. 그러면 기존의 인원으로 돌아가기 벅차다”면서 “새벽 한 시에 작업이 보통 끝난다고 하면 (명절 전후론) 그것보다 더 늦게 끝난다”고 말했다.

국제우편물류센터 작업장에 소포들이 쌓여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도착 업무를 2년 반 정도 했던 김신중 씨는 그간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 못했다. 이번 설은 누구보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게 김신중 씨의 생각이다. 김신중 씨는 “같이 (명절을) 보낼 수 있는데 안 보내는 거랑 보낼 수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좋은 기분은 아니”라며, “희생하는 것 같고 내가 꼭 이 일을 해야 하나 싶었다. 공무원은 빨간 날은 다 쉰다고 생각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칼퇴근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이상돈 씨도 “미리 연가를 잡아서 사전에 다녀오고 그랬다”며 “서로 순환 근무를 하니까 다음엔 내가 갈 수도 있다. 그걸 생각하면서 여기 근무하는 한은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고중량의 소포를 들고 나르는 등 몸으로 하는 일이 많은 국제우편물류센터 공무원들이 매해 바라는 건 안전이다. 김신중 씨는 공무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다니지만 작업장에서 일을 하면 수당이 쌓이니 아프더라도 쉬지 못한다고 했다. 공무원 기본급만으론 부족하단 주장도 덧붙였다.

김신중 씨는 “인원도 바로바로 채워주지 않는 이상은 공백이 생기니까 다른 사람들 피해가 누적돼 (쉬기 더 어렵다)”며 “이런 현장에선 언제나 이야기하는 거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보면 공무원들이 욕을 많이 먹는데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 많다”는 말도 강조했다.

박윤경 씨(왼쪽)와 김재열 씨(오른쪽)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검역본부, K-수출 일조한단 뿌듯함
승객들 감사 인사에 고마움 느껴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검역관들도 명절이 따로 없다. 김재열·박윤경 씨가 들려준 검역관의 명절은 조금 달랐는데, 두 사람이 검역하는 대상이 달라 그렇다. 김재열 씨는 수·출입 되는 식물들을 검역하고 박윤경 씨는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휴대품을 검역한다.

명절엔 보통 수출만 검역하기에 김재열 씨가 해야 하는 검사가 많진 않다. 주로 딸기, 포도, 사과, 배 등 대표적인 우리나라 농산물이 동남아 등으로 수출된다. 김재열 씨는 “K-농산물이 많이 수출되는데 진짜 인기가 많구나 실감을 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한국 농산물을 두 배 더 비싸게 사먹는다고 한다”며 “거기에 어떻게 보면 일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수출업체들도 휴일 상관없이 원하는 시간대에 수출 검역을 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뿌듯해했다.

앞서 국제우편물류센터의 김신중 씨처럼 김재열 씨도 “모든 개개인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열 씨는 “공무원은 막 비리가 많고 부패한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긴 하지만 그런 PR을 적게 한다고 느낀다”며 “24시간 국민이 공항에서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은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보건, 검역, 세관, 출입국 공무원이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정부에서 대국민 홍보(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말했다.

검역관들이 인천공항에 들어온 식물을 살피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박윤경 씨는 검역에 대한 정보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단 생각이다. 명절 즈음에 필요성을 더 절감하는데, 명절 전후 국내에 들여올 수 없는 물품을 가지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진다. 박윤경 씨는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면서 명절에 먹으려고 망고, 무화과, 만두, 호두 같은 걸 가지고 오신다. 그 나라 음식을 같이 만들어먹어야 해서 채소 종자도 많이 가져오시는데 대부분 (반입이) 안 된다”며 “예전보다는 많이 아시긴 하지만 홍보 작업이 더 있으면 우리가 훨씬 더 수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박윤경 씨는 승객 때문에 웃는다. 그는 “공항이 24시간 돌아가는데, 새벽에 도착하시는 승객분들이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고 먹을 것도 나눠주신다”며 “우리는 그걸 못 받긴 하지만 안쓰러워해주시고 그러는데 되게 고맙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고맙다. 박윤경 씨는 40대에 공무원이 됐다. 검역본부로 오게 되면서는 매번 명절 울산에 계시는 친정 부모님이 박윤경 씨가 있는 곳으로 올라온다. “사실 내 몸은 너무 편하다”라며 웃던 박윤경 씨는 “부모님에게도 죄인이고 자식에게도 죄인이 된 느낌인데 ‘당연히 엄마는 나가서 일해야지’ 생각을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립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모습 ⓒ 김영주 씨 

명절에 더 바쁜 휴양림의 김영주 씨
“명절 큰 의미 없어···문제없었음 하는 마음”

김영주 씨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국립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전국 45개 휴양림으로 발령받은 공무원들은 휴양림의 전체적인 운영을 맡게 된다. 청소, 전기, 상수도 등 객실을 점검하고 이용객을 안내하는 일이다. 이용객의 불편 사항을 조율하는 것도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보통 한 개 휴양림에 공무원과 공무직 등 5명이 한 팀을 이룬다. 5명이 휴양림의 모든 관리를 할 순 없어 용역을 맡긴다. 방이 많거나 면적이 넓으면 정부의 일자리 지원을 받아 2~3명이 더 투입되기도 한다. 김영주 씨가 일하는 휴양림엔 5명이 있다. 중소 규모의 휴양림이란 의미다.
매번 명절이 그렇듯 이번 설에도 예약은 꽉 차 있다. 김영주 씨는 “가족 단위로 휴양림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 차례 먹거리 가져와서 지내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나도 느끼긴 했지만 직원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그런 거 보면 더 가족들이랑 있고 싶다고 한다”며 “좀 오래되다보니까 (내 가족들이) 거의 포기한 것 같은 건 있다”고 했다.

2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한 김영주 씨는 “이제 명절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까 의미는 두지 않고 이번 명절에도 큰 문제없이 휴양림을 잘 운영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집에 가 있어도 긴장이 된다. 가끔 상수도가 끊기거나 전기가 방전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을 이었다.

국립낙안민속자연휴양림 직원들 단체사진. 오른쪽이 김영주 씨다. ⓒ 김영주 씨 

명절에 일하는 건 당연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일하는 건 당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김영주 씨는 생각한다. 산림청 산하 책임운영기관인 각 휴양림들에게 주어지는 국가 예산은 빠듯한 데다 인원 TO가 정해져 있어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높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하고, 저녁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전화대기를 한 후 다시 그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때도 있다. 전화대기는 휴양림에서 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관사에 머물 순 있지만 대기 상태라 쉬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라고 김영주 씨는 설명했다.

김영주 씨는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다보니 직원들의 피로도가 많은 상황이다. 주52시간 근로를 지키곤 있지만 전화대기 이런 거를 따지다 보면 그 시간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야간에 일할 수 있는 대기자를 한명 더 두면 좋겠다. 지금은 정원이 정해져있다 보니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을 휴양림 대전 본소나 산림청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휴양림 근로자들이 만족하기엔 부족한 것이 있다는 생각은 든다”며 “노동조합이나 산림청이 많이 노력을 해 주셔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