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사태, 성과에 목맨 탓
부동산 PF 사태, 성과에 목맨 탓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4.02.07 08:13
  • 수정 2024.02.07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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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동산 PF 부서 대폭 축소, 구조조정 가능성↑
아직 질서 있는 퇴각 유효···일본 전철 밟아선 안 돼
1월 김기원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 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부동산 ‘PF’,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문제다. 최근 떠들썩한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 조금 과거로 가보자면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이 부동산 PF에 비롯한 문제다.

집값 상승과 분양 완료에 기댄
부동산 PF라는 금융기법

부동산 PF, 아주 간단하게 말해 부동산을 개발하는데 개발 주체인 시행사가 돈이 없으니 금융회사(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런데 뭘 믿고 아주 큰 돈을 모아 빌려줄까. 부동산이 개발되고, 즉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가 올라가고 그 안에 집들이, 사무실들이 분양된다는 기대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손에 잡히는 담보는 없어 위험도도 크지만 금융사는 그만큼 얻는 수익이 크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모든 집들과 사무실들이 분양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맞아떨어진다면 시행사도 큰 돈을 금융사도 큰 돈을 만지는 금융기법이다.

부동산 PF의 하나인 브릿지론은 더 위험하다. 토지 매입도, 사업 인허가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시행사↔금융사)이다. 인허가가 안 나면 ‘꽝’인 뽑기에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도도 더 크고, 이자율도 더 세고, 수익도 더 크다. 대부분 브릿지론이라는 다리를 통해 인허가 승인 후 본PF로 들어간다.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 가장 높아
증권업계와 증권노동자에게 위기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라는 거다. 자산 버블이 꺼지고 있는 지금, 아파트 거래가 확 줄어들고 있는 지금. 문제가 생겼다. 돈을 빌린 곳도 문제고 돈을 빌려준 곳도 문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분 금융권(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의 부동산 PF 대출 합계는 134조 3,000억 원이다. 2020년 92조 5,000억 원에서 41조 8,000억 원 늘었다. 1.45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55%에서 2.42%로 높아졌다. 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별로 보면 증권사 PF 대출의 연체율은 13.9%로 가장 높다. 증권업계에 가해질 피해,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기원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 본부장을 지난 1월에 만났다.

질서 있는 퇴각 아직 유효
지금 부동산 경기 부양은 폭탄 돌리기

- 부동산PF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증권업계가 많이 연관돼 있는데,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양적 완화 정책이 끝나는 시기다. 필연적으로 자산 버블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발 빠른 금융사는 선제적으로 부동산PF를 줄였다. 질서 있는 퇴각이 필요했다. 자산 버블의 바람을 조금씩 빼줘야 했다. 자산 버블을 인정하고, 어떻게 연착륙시킬지 계획을 세워 정부가 시장에 메시지를 줬어야 했다.

- 부동산PF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평가한다면.

정부가 부동산 PF 만기를 연장해준 꼴이다.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면 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냉정하게 대손충당금 쌓고, 자금 조달 계획 세워서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저런 메시지니 회사들은 손실로 잡지 않고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생각으로 미적거리다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신혼 부부, 아기 낳는 부부에게 보금자리대출을 늘리고 대출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한다. 내 집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 젊은이들에게 건설회사의 부실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우대 금리라고 하지만 또 다른 개인들의 대출로 폭탄 돌리기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서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질서 있는 퇴각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예상
성과주의 매몰된 경영 방식이 문제

- 부동산PF 문제가 증권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줬겠다.

증권사 부동산 관련 부서가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됐다. 증권사는 크게 3가지 영업 파트가 있다. WM(Wealth Management, 자산관리), IB(Investment Bangking, 기업금융), S&T(Sales&Trading, 투자상품 판매 및 운용). 그런데 IB본부에만 부서가 20~30개씩 있었다.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부동산 대출 관련한 곳이다. 양적 완화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그동안 수익이 나니까 부서를 늘린 거다. 이 부서들이 통폐합 혹은 폐지된 거다. 그래서 자기가 원치 않는 부서로 가서 일하고 있다.

- 노동조합에게도 영향이 있겠다.

부동산PF 문제 이전에 브릿지론이 문제였다. 브릿지론을 손실 처리하고 대손충당금으로 잡았다. 어지간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그러다보니 2023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PF 관련해서는 대손충당금 설정을 거의 안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PF 관련 대손충당금 설정 관련 산정 작업을 올해 진행할 것이다. 증권사들의 실적은 더 안 좋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주사측에서 요구한 곳도 있다. 노동조합에게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 무엇이 이런 문제를 촉발했다고 보나?

우선 중소형 증권사에 부동산PF 관련 문제가 많이 집중되는데,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프로젝트를 가지고 ‘대출됩니까’ 하면서 먼저 찾아가는 곳이 대형사다. 대형사에선 사업성 좋고 안전한 걸 선택한다. 그러다보면 중소형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가 높은 프로젝트다.

근본적인 문제는 성과주의와 탐욕적 금융자본의 특성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PF는 보증 도장 찍는 순간 수수료가 떨어지고, 실적과 수익으로 잡힌다. 회수는 나중 문제지만. 그러다보니 지주사에 가서 실적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경영진들이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부결됐던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하라 한다. 그렇게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됐던 프로젝트들이 리스크가 줄여져 진행된다.

앞서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경영진의 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영으로 인한 실패가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돌아오는 게 정말 문제라고 꼭 말하고 싶다.

산별노조로 구조조정 대응
고위험 상품으로부터 투자자 보호

- 부동산 PF 문제가 심각해서인지, 올해 증권사들이 경영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앞으로 상당 기간 부동산 부문 영업을 안 할 것이다. 당장 손실 처리도 문제지만, 더 뼈아픈 점은 그동안 부동산 부문에서 벌어들였던 수익을 다른 부문에서 메꿔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WM 부문 강화를 이야기했는데, WM 부문을 쥐어짜겠다는 거다. 해당 부문에서 고강도 실적 관리로 노동자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금융소비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노동조합의 경계가 필요한 부분이다.

내부통제 강화도 올해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매번 나오는 이야기다. 사모펀드 사태가 터졌을 때도 내부통제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과주의, 실적주의에 매몰된 경영방식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내부통제 강화나 소비자 보호 대책 강화나 구호에만 그치는 이야기다.

- 앞으로 노동조합의 대응이 궁금하다.

지금이야말로 산별노조의 역량을 보여줄 때라고 본다. 부동산PF 사태로 예상되는 구조조정에 노동조합이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개별 노동자들에게 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회사뿐 아니라 판매직원에도 소송을 건다. 해당 소송 지원은 단체협약으로 보장은 했다. 해당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할 것이다.

한편으론 올해부터 노동조합은 새로운 영업 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가져갈 생각이다. 증권업의 본질, 투자의 본질은 위험과 수익의 교환이다. 그런 본질 속에서 증권노동자들이 금융투자자를 보호하고,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영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단체협약에 고위험 상품을 소비자에게 투자 권유 및 판매를 하도록 회사가 직원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넣어 놨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러 부분들을 고민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