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일반직 전환 6년 후
서울교통공사 일반직 전환 6년 후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2.05 08:07
  • 수정 2024.02.0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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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잠식, 인력난, 재정 악화···일반직 전환을 둘러싼 설전
올바른노조 주장에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사는 의견 달라
ⓒ 참여와혁신 DB

‘무기’를 뜻하는 ‘웨폰(weapon)’. 서울교통공사 일각에선 무기계약직에서 전환한 일반직을 비하할 때 쓰이기도 한다. 2017년 7월 서울시는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단계 발전 계획’을 발표한다. 이후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직고용하기로 합의했고, 이들 무기계약직은 2018년 3월부터 공사 일반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공사 내 일부는 여전히 그들을 외부인으로 본다.

2021년 출범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하 올바른노조)은 일반직 전환을 서울시와 기존 노동조합이 결탁해서 벌인 ‘대규모 정치적 불법 전환’으로 규정한다. 올바른노조는 일반직 전환으로 기존 직원들이 임금 잠식, 인력난 등을 겪는다며 “전환된 직렬과 인원을 자회사로 분사하여 별도의 공기업을 운영하고 공사는 효율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반직 전환 합의의 주체였던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하 서울교통공사노조)은 일반직 전환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올바른노조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6년 넘게 이어지는 공사 내 갈등. 일반직 전환을 둘러싸고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올바른노조,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에서 그간 밝혀온 주장을 살펴봤다.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서울교통공사 재정에 악영향 끼쳤나

먼저 살펴볼 건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이 서울교통공사 재정에 악영향을 끼쳤는지다. 올바른노조는 “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으로 공사 인건비가 급등하여 공사 종합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감사원 결과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며 상식”이라고 했다.

올바른노조가 근거로 내세운 감사원 감사 결과는 2019년 9월 30일 발표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담겨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시가) 산하기관 중 서울교통공사 등의 투자기관에 대해서는 전환비용을 자체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도 해당 기관의 재정부담 규모 및 자체조달 가능 여부 등은 검토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올바른노조는 일반직 전환으로 공사 정원이 늘어나며 가뜩이나 좋지 못한 공사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을 재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가 언급해 온 재정난의 핵심 요인은 2015년 6월 이후 8년간 동결했던 지하철 요금이다. 2021년 기준 승객 1명을 수송할 때마다 발생하는 적자(1인당 운송 적자)는 755원이다. 승객을 태울 때마다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지하철 요금을 올리면 재정난이 완화될 수 있겠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자체적으로 운임을 결정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 정관에 따르면, 지하철 운임을 결정하거나 변경할 경우 서울시장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운임을 정한 뒤 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선거에서 표심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셈법도 있겠지만, 수익성을 목적으로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액과 내구연한이 경과한 전동차, 노후 시설에 대한 투자 등도 서울교통공사에서 그간 언급해온 재정난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도 일반직 전환과 재정난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대중교통 운영기관을 수익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되며, 낮은 운임과 무임수송 등으로 재정 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서울교통공사를 정부와 서울시가 공익서비스의무(PSO) 재정 지원을 확대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가도 못 쓸 정도로
현장 인력 부족한 이유는···

올바른노조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으로 공사 정원은 늘었으나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2018년 지하철보안관과 이발사, 목욕탕·구내식당 종사자 등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탓에 서울교통공사 정원이 증가했고, 그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공사가 기존 직렬(사무·기술·차량·승무)의 채용 규모를 계속 줄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기존 직렬의 채용 규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환 대상자 중 일부는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편입시켰고, 기존 직종으로 편입했더라도 해당 직종의 정원을 늘려서 일반직으로 전환을 완료했기 때문에 기존 직렬의 인력 규모를 잠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자유롭지 못한 휴가 사용도 논쟁거리 중 하나다. 올바른노조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서 비롯한 현장 인력난이 가중되며 휴가도 못 쓰는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역무를 예로 들자면 기존 4인 근무 역이 3인 역으로, 3인 역이 2인 역으로 줄었다”며 “그러다 보니 특히 2인 근무 역 직원들은 휴가를 자유롭게 못 쓴다.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후폭풍은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노조와 달리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의 근무형태 변경을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공사 인원을 증원하지 않은 상태로 2014년부터 4조 2교대를 확대하다 보니 조당 근무 인원이 부족해졌다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근무 형태를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꾸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신당역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으로 증원의 필요성이 부각된 역무 분야 인력을 늘리기로 지난해에 노사 간 합의했기에 2인 역사에서 발생하는 휴가 문제도 나아질 거로 전망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도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과 휴가 사용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꼽는 현장 인력난의 주된 원인은 서울교통공사 출범과 함께 진행된 정원 감축이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5~8호선)가 2017년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출범한 이후 5년간 공사 정원 1,429명을 감축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인력난을 겪게 됐다는 주장이다.

일반직 전환으로 임금 인상 어려워졌나?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이 ‘기존 인원’의 임금 인상을 저해한다는 얘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올바른노조는 지난해 8월 “지금처럼 전체 모수가 커진 상황에서 총액을 높이는 것(임금 상승)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현재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임금교섭이 반복될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사는 총인건비 제도 자체를 임금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는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 근거해 지방 출자·출연 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예산 편성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따라 행정안전부에서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도 총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은 2.5%다. 유사 동종기관과 임금 격차 해소 등 특정 사유가 있다면 공공기관별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기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정할 수 있는 인금 인상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직 전환으로 인해 임금 잠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령 일반직 전환자들이 승진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면 기존 일반직의 임금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임금 잠식은 정규직 전환 때문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예산 편성지침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행정안전부 예산 편성지침에서 규정한 총인건비에는 추가 근무, 휴일 근무, 연차를 사용하지 못해서 늘어난 수당, 승진으로 인한 임금 상승을 총인건비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승진으로 임금 잠식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승진에서도 발생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반박에 대해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일부 직렬이 무기계약직 시절부터 받아온 급여 항목이 총인건비에 포함되면서 임금 잠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대규모 불법 전환?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법을 어기면서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했다는 주장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지방공기업법 63조에 따른 채용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결국 필기시험도 치르지 않고 무기계약직을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불법 전환이 이뤄졌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지방공기업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 63조의 2는 “공사의 직원은 시험성적, 근무성적, 그 밖의 능력의 실증(實證)에 따라 임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일반직 전환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그 밖의 능력의 실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실시한 근무성적 평가와 서류 전형, 면접시험 등을 객관적 평가 기준으로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필기시험만을 채용 기준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3월 1일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른 능력의 실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체의 평가 절차도 없이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고 이들 1,285명이 “일반직 공개경쟁채용 시험과 동등한 수준의 능력 실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 일반직의 인사체계에 편입되어 일반직이 수행하던 직무의 난이도와 권한·책임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감사 결과를 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문제로 지적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능력의 실증절차는 필기시험‘만’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며 “전환 대상자 전원은 이미 현업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해당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실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환 대상자 전원은 이미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계약직으로 공사에 직접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고용승계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채용 비리도 여전히 논란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2019년 감사원 감사로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당시 부정 청탁과 친인척 채용 비리 등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 몇 명이 나왔더라도 비리가 있었다면 일반직 전환은 전면 취소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5월 구의역 김 군 사망 사건 이후 PSD 유지보수 업체 직원을 직고용하는 과정에 부정청탁이 있었다. 공사로 통합되기 전 (구)서울메트로가 재직자의 친인척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했는데, 그중 2명이 위탁업체 관계자들에게 채용을 청탁했고 일반직 전환에 포함됐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서울교통공사 임직원과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은 192명으로 전체 전환자의 14.9%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 감사 기간 중 위탁업체의 이사나 다른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청탁한 2명 등이 확인된 문제는 있었지만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관련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또 “정규직 전환자 중 공사에 4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는 경우는 192명이지만, 단순히 친인척 비율이 높다는 것은 비리가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전환된 인원 자회사 편입’ 요구

올바른노조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을 원점으로 되돌려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전환된 직렬과 인원을 자회사로 분사해 별도의 공기업을 운영하고 공사는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이미 이사회 의결 통과로 383명을 자회사 업무로 이관하기로 했다”며 올바른노조에서 주장해 온 내용의 일부를 공사에서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교통공사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9일 383명의 정원을 감축하기로 의결했다. 전동차 청소, 냉난방기 정비, 이발, 조리, 구내운전 등 안전과 연관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는 업무에 대해 외주화·자회사 이관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 계획은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며, 이미 일반직으로 전환된 인원을 자회사 등으로 편입하려는 계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해당 업무에서 신규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련 정원을 점차 줄여가는 동시에 외부로 업무를 이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바른노조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경영혁신 계획의 일환으로 업무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공사 측 입장이다.

일반직 전환 후 6년, 끊이지 않는 노동자 간 갈등은 완화될 수 있을까.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노동조합과 사측,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 상생협의체를 가동했다. 노동조합 간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노사 간 소통을 강화해 보자는 취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