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 증가시키는 금융기관 지역 이전
사회적 비용 증가시키는 금융기관 지역 이전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4.02.07 08:13
  • 수정 2024.02.07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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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연구소, 금융기관 지역 이전의 지역 발전 효과↓
금융 기반 형성된 곳에서 금융중심지 형성
지난해 3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위법·졸속 산업은행 이전 추진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 규탄'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려고 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기업은행 대전 이전 이슈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이행을 다시 한번 강조했으며, 대전에서는 기업은행 이전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지역 이전,
지역 발전에 효과 없어

지난해 12월 28일, 금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제금융중심지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책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경제연구소는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고, 지방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해 지역 발전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에 의문을 던졌다. 해당 내용을 주제로 금융경제동향 뉴스레터를 작성한 이강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중심지가 지역발전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금융중심지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참여정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정부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고, 금융허브 구축을 추진했다. 이어 2007년에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해당 법에서는 금융중심지를 “다수의 금융기관들이 자금 조달, 거래, 운용 및 그 밖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곳”로 정의한다. 한국의 서울 여의도, 미국의 뉴욕 월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서울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후, 서울은 이미 금융 중심으로서 자생적인 발전을 이뤘던 반면, 부산은 정부 정책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의 금융기관이 이전되면서 금융단지를 형성했다.

이에 대해 이강원 연구원은 “비록 정부 주도로 부산에서 금융중심지 조성 정책이 진행되었지만, 실제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부산의 GRDP(지역내총생산) 대비 지역 금융보험업 부가가치 △전국 금융보험업 부가가치 대비 지역 금융보험업 부가가치 △전국 금융보험업 취업자 대비 지역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 등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금융산업이 지난 10여 년간 정체되거나 일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기반이 형성돼 있어야,
금융중심지 형성·발전할 수 있어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왜 부산은 여전히 금융중심지가 되지 못하고 있을까? 이강원 연구원은 이를 밝히기 위해 국제 금융중심지의 특징을 살펴봤다. 국제 금융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뉴욕, 런던, 도쿄, 프랑크푸르트, 파리, 홍콩, 싱가포르, 취리히, 상하이 등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금융중심지가 형성된 뒤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 △금융활동의 다양성과 상호보완성 △전문서비스(법률, 회계, 경영컨설팅) △인적 자원 △양질의 정보 접근성 등이 동시에 충족돼야 했다.

금융 기반 고려 않는 금융기관 지역 이전,
사회적 비용 발생 등 비효율만 커져

이런 점들로 인해 금융 기반이 없는 도시를 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게 이강원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강원 연구원은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당국 및 부산시에서도 금융중심지 조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제금융중심지 도약은 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단기적으로 해양금융과 핀테크 육성, 정책금융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단기 정책으로는 금융사가 집적하는 통상적 의미의 금융중심지 형성은 어려울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오히려 기존 금융중심지 집적효과를 낮춰 국민경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이전 비용 발생, 집단 퇴사로 인한 인력 유출, 지역 갈등 등을 야기하는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