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산업 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해
[기고] 금융산업 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해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2.07 08:14
  • 수정 2024.02.0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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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정희 금융노조 법률원 노무사
심정희 금융노조 법률원 노무사

1.들어가며

금융노동자는 대부분 사무직 노동자로서 사업장 내 안전사고로 인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실적 압박과 고객 폭언 등에 따른 각종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뇌혈관질병과 심장질병이 발생할 확률은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2. 뇌·심혈관계 질병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 및 근로복지공단 지침

이른바 과로성 질병이라고 불리는 뇌·심혈관계 질병이 업무상 부담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명확하다면 업무상 질병, 즉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 및 근로복지공단 지침(이하 지침)에 따르면 ‘업무상 부담’은 발병에 근접한 시기의 사건, 업무 과중성, 장시간에 걸친 피로 누적, 작업조건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특히 업무시간을 주요 지표로 하되 근무 일정, 유해한 작업환경 노출 정도, 육체적 강도, 정신적 긴장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과로 정도는 아래와 같이 나누어 그 기준을 달리한다.

지침은 단기 과로 및 만기 과로 판단 시 계량적 평가 이외에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추가적인 고려사항으로 제시하는데, 판매량‧사납금 등 과도한 영업목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책임이 있는 업무, 회계‧결산‧감사 업무와 관련 책임자로서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과도한 심적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 등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가 이에 해당된다.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3. 뇌·심혈관계 질병 관련 사례

(1) 실적 압박, 만성 과로 인정(급성 심장사)

고인이 재직한 은행은 2011년 9월 7일부터 성과향상지원계획(PIP) 제도를 새로이 시행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해 4, 5등급을 받은 직원을 대상으로 4등급은 매월 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 조기수료 제도를 시행하고, 5등급은 1차 개선 경고장 발송 및 매월 PIP 조기수료 제도를 시행하며, 다음 평가에서 5등급을 받을 경우 징계조치(견책 이상)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인은 2012년 실적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매월 관리자와 면담하고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한 팀장급 은행원으로서 연봉이 높았기 때문에 목표치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는데, 2012년 4/4분기 이후 2013년 1/4분기까지 연속적으로 목표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실적만을 달성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고인이 평소 실적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만성적인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에 앓고 있던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겹쳐져 급성심장사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2) 집단대출업무, 만성 과로 인정(내뇌출혈)

고인은 심장장애 3급으로,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없었으며, 발병 1주일 전 업무시간은 33시간 37분, 발병 4주 전 주당 업무시간은 32시간 39분, 12주간 주당 업무시간은 35시간 38분으로 조사됐다. 고인은 2019년 9월 6일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퇴사 이후 ▲집단대출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게 됐으며 ▲집단 대출업무 수행 후 3개월간 업무량 및 업무강도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는 점 ▲전국 영업점의 집단대출 업무지원을 혼자 수행하는 과도한 목표 업무량이 할당돼 정신적 긴장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비록 업무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업무부담 가중요인 및 증가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기저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됐다.

4. 최근 판결의 변화

산업재해는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하기만 하면 인정되는데, 지침은 뇌·심혈관계 질병에 대해 업무시간이라는 업무의 양적 요소와 업무의 질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실무상 업무시간이라는 양적인 요소를 핵심적인 판단 요소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특히 과거에는 정신질병에 대해 개인적 취약성 및 업무 스트레스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등 산업재해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비난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업무시간이 업무상 과로 여부의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업무상 질병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즉 지침은 내부적 판단 기준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뇌·심혈관계 질병은 공통적으로 개인적인 요인(기초질병)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법원은 개인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업무 부담 가중요인과 비교·형량해 후자가 조금이라도 더 크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지침 또한 이에 발맞추어 정신질병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 사회평균인으로서의 기준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개선되고 있다.

5. 마치며

뇌·심혈관계 질병 발생 시 ‘업무시간’이 지침상의 기준에 미달한다거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가 불승인되더라도 지레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금융노조법률원으로 방문하기 바란다. 규정이나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 행정소송 등 적절한 법률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