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갑질 혐의’ 서초구 공무원 징계 없이 승진” 의혹 제기돼
“‘횡령·배임·갑질 혐의’ 서초구 공무원 징계 없이 승진” 의혹 제기돼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2.20 15:52
  • 수정 2024.02.2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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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서초구청, 내부감사 했지만 결과 공개 않아”
해당 비위 혐의 공무원 승진 취소·징계 절차 회부 촉구
19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청 앞에서 ‘비위 공무원 승진 단행 전성수 서초구청장을 규탄한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서초구가 적법한 징계 절차 없이 비위 공무원을 승진시켰다는 노동조합의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본부장 권한대행 박복환)는 19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청 앞에서 ‘비위 공무원 승진 단행 전성수 서초구청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지역본부는 서초구가 5급 공무원 A씨의 비위 사실을 밝혀내고도 별도의 징계 없이 지난 7일 A씨를 4급으로 승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사 결정권을 가진 전성수 서초구청장을 규탄하며 “위법한 승진 결정을 취소하고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서울지역본부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15일 A씨를 승진내정자로 발표했다. 이때 A씨가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관련 회계 내역을 허위 작성할 것을 다른 공무원들에게 요구하는 등 비위를 저질렀다는 내부고발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서초구청에선 A씨의 비위 혐의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는 게 서울지역본부의 설명이다.

서울지역본부 서초구지부(지부장 이종덕)는 “A씨의 비위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감사에 입회해 감사실과 함께 비위 혐의가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그런데도 서초구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감사 결과에 따랐다’면서 A씨에게 ‘주의’ 조치만 내린 뒤 지난 7일 A씨에 대한 승진 임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지방공무원법 제70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으로 ‘주의’는 공식적인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위반·업무추진비 횡령 혐의 제기돼
업무방해와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단 증언도

<참여와혁신>의 취재 결과 A씨는 업무추진비와 부서 포상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노조에 알린 제보자는 “A씨의 소속 부서에서 총 6장의 법인카드가 사용됐는데, 이 가운데 2장이 당시 과장이었던 A씨의 전용 카드로 사용됐다”며, A씨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2장의 법인카드로 약 2,900만 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가 ‘과장 전용 카드’라고 말한 2장의 카드 사용 내역에는 술집에서 결제된 내역이 7건 있다. 제보자는 “해당 카드 내역에 해당하는 업무추진비 공문에는 예산 사용 목적이 ‘종교단체 간담회’, ‘OO문화행사 기획회의’ 등으로 기재돼 있어 예산의 목적 외 사용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2022년 A씨의 부서가 서초구청으로부터 받은 240만 원의 포상금 내역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포상금의 처리 내역을 보면 부서 직원에게 격려금으로 배부된 금액은 1인당 4만 원씩 총 96만 원이며, 나머지 144만 원의 사용 내역은 ‘OO레스토랑 상품권’, ‘(현금)신권’, ‘카페’ 등으로만 기재돼 있다. 서초구지부는 A씨가 포상금 일부를 임의로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현금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승진 임용 이후인 지난 16일 서초구지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징계요구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A씨는 같은 부서의 팀장 4명과 함께 당시 서초구 부구청장이었던 B씨를 접대했다. 서초구지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법승은 식사 참석자들이 허용된 점심시간을 2시간 이상 초과했으며, 6명 식사비 56만 2,000원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에서 허용되는 범위(인당 3만 원)를 초과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 징계요구서에는 A씨가 특정 팀장을 팀장 전체 회의에서 임의로 배제해 정당한 공무 수행을 방해했고, 부하직원에게 사적인 용무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폭언·험담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의 소지가 있었다는 증언도 포함돼 있다.

서울지역본부 서초구지부는 “횡령, 복무 태만,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 등 공무원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다는 증언이 있었는데도 A씨는 (정식 징계가 아닌) ‘주의’·‘훈계’ 조치를 받고 승진 임용됐다”며 이같이 조치한 서초구청과 전성수 서초구청장을 규탄했다.

서초구지부, “서초구 조치는 징계 절차 위반”
서초구, “절차상 문제 없다”

서울지역본부와 서초구지부는 A씨에 대한 처분을 서초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제1조에 따르면 5급 이상의 지방공무원에 대해 징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징계의 경중과 관계 없이 광역시·도 인사위원회가 이를 관할하게 돼 있다. 서초구청 소속의 5급 공무원 A씨에 대한 징계 여부는 서울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지역본부는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서울시 인사위원회에 A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대신 A씨를 승진시킨 것이 “절차 위반이며 인사권의 일탈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A씨의 승진 임용을 취소하고 A씨를 적법한 징계 절차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지역본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서초구청 측은 “관련 직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약 2개월간 충분하고 공정한 감사와 인사자문 절차를 거쳐 임용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노조의 지속적인 인사 반대 행위는 공무원 노조 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참여와혁신>이 서초구청에 A씨의 징계 여부 판단을 서울시 인사위원회로 이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서초구청 측은 “서초구 행정감사 규칙 제18조에 ‘감사에 따른 주의 조치는 감사기구의 장이 직접 내릴 수 있다’고 돼 있어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