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의 상품교환권 노동자 지급···계열사 부당 지원?
HL만도의 상품교환권 노동자 지급···계열사 부당 지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4.02.19 20:37
  • 수정 2024.02.19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HL만도, HL디앤아이한라 발행 상품교환권으로 성과급 등 지급해
총 3차례 53억 원 규모···HL그룹 계열사 간 부당 지원 의혹도
HL그룹 “합법한 절차로 진행”

HL그룹 모빌리티 부문 계열사인 HL만도 노동자들이 올해 1분기 노사협의회를 앞두고 성과급·특별 격려금의 일부로 대체된 ‘현대아울렛 가산점 상품교환권’ 지급이 중단돼야 한단 입장을 밝혔다. 

사측의 이런 상품교환권 지급은 HL그룹의 건설 부문 계열사인 HL디앤아이한라(옛 한라건설)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행위’일 수 있단 의혹도 제기된다. 상품교환권의 발행 주체인 HL디앤아이한라가 현대아울렛 가산점에 대한 신탁수익권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노동조합(위원장 김희준, 이하 만도노조)은 지난달 24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현대아울렛 상품교환권은 향후 지급이 중단돼야 한다”며 “HL디앤아이한라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상품교환권을 임금 대신 지급하라고 HL그룹 차원의 경영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HL만도 노동자들이 받은 상품교환권. HL디앤아이한라(HL D&I Halla)가 발행했으며, 현대아울렛 가산점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HL만도, 2022년부터 53억 원 규모
HL디앤아이한라 발행 상품교환권 지급

HL만도는 2022년부터 총 세 차례 노동자들에게 현대아울렛 가산점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교환권을 지급했다. △2022년 임금협약 ‘창립 60주년 기념 관련’ 120만 원 중 상품교환권 60만 원 △2023년 임금협약 ‘미래 성장 동반 관련’ 상품교환권 50만 원 △2023년 연말 성과급 200만 원 중 상품교환권 30만 원이다. HL만도의 직원수는 약 3,800명으로, 세 번 지급된 상품교환권의 총금액은 약 53억 2,000만 원이다. 

만도노조는 “근로기준법은 임금은 통화(돈)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물론 노사 간 합의한다면 통화 이외의 것으로도 대신할 수 있다. 노사 간 합의했기에 실정법 위반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법률 자문 결과 (회사와) 합의해서 (상품교환권을) 받으면 불리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HL만도가 상품교환권으로 지급한 연말 성과급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급 근거, 지급 주기 등을 법적으로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도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상품교환권 대신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면 회사는 상품교환권을 ‘받으려면 받고 안 받으려면 말아라’ 식으로 나오니 노조는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론 노사 간 합의가 됐지만 회사가 노조에 상품교환권을 받길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HL그룹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인가? 

무엇보다 HL만도의 약 53억 원 규모 상품교환권 지급은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일 수 있단 의혹이 제기된다. 해당 상품교환권의 발행 주체는 HL디앤아이한라인데, 상품교환권은 HL디앤아이한라가 신탁수익권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는 현대아울렛 가산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HL디앤아이한라는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편입된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라는 사모펀드를 2022년 1분기 자회사(종속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이 사모펀드에 대한 HL디앤아이한라의 지분은 99.6%다. HL만도는 2022년부터 노동자들에게 상품교환권을 지급했다. 

부당 지원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부당하게 계열사 등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되도록 자금이나 자산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를 뜻한다. 만약 HL그룹의 계열사 간 지원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HL그룹은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치고 관련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한 행위를 한 것이 된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이 사안은) 불법행위의 구속 요건인 부당 지원 행위 유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위법성을 따지려면 특수관계인의 지분, 거래 규모,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L그룹 측은 “(상품교환권 지급은) 합법한 절차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HL만도 노사는 오는 22일 1분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한다. 노사협의회 안건에는 △합리적 성과 배분 방안 마련 건 △임금 지불 방법, 체계, 구조 등 개선 건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