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우리도 노동자”···근로기준법 위반 공동진정 제기
프리랜서, “우리도 노동자”···근로기준법 위반 공동진정 제기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04 19:01
  • 수정 2024.03.0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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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게 종속돼 일해도 ‘근로자성’ 따로 입증해야···
입사 확정됐지만 근로계약 전인 ‘교육생’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하은성 노무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1차 집단 공동진정 및 교육기간 임금착취 콜센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하은성 노무사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1차 집단 공동진정 및 교육기간 임금착취 콜센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프리랜서들이 고용노동부에 공동으로 진정했다.

4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1차 집단 공동 진정 및 교육 기간 임금착취 콜센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이하 엔딩크레딧),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이하 노노모 노동자성연구분과),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이하 희망연대본부), 청년유니온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장을 증언한 프리랜서들은 각자 사업장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발생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공동으로 진정했다.

또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채용시험에 합격한 콜센터 교육생이 근로계약이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교육비’에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해 받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교육 기간 중 중도 포기하거나 입사 후 일정 기간을 일하지 않으면 이 교육비마저도 지급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니지만
사용자에 종속돼 일하는 “실질적 노동자”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진정 후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는 계약 형태가 아니라 노무 제공의 실질적인 내용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는 사업체에 종속돼 일하는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구독자 수가 140만여 명에 달하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의 매니저·기획자로 일한 임동석 씨는 지난해 12월 스키 타는 콘텐츠를 녹화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흉추가 골절됐다. 임동석 씨는 “고용주인 해당 방송인은 프리랜서 계약을 빌미로 산재보험 처리를 거부하고 병원비와 ‘위로금’ 명목의 돈을 일방적으로 입금했다. 내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도움을 구한 데 대해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는 15년차 헬스트레이너 A씨는 근로계약서 대신 ‘위탁사업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A씨는 “사측이 ‘개인 사정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지 못했지만 개인사업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확인서 작성을 강요했다. 이 때문에 같은 피트니스센터의 다른 트레이너가 퇴직금을 받고자 진정을 제기했을 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개인 트레이닝 일정 유무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며 월 1회 주말 당직을 서는 등 업무 시간을 통제받았다고 했다. 매출과 수업 일정 등을 매주·매월 보고하며 사측이 지시한 센터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무의 시간과 내용을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지 여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주된 기준이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1차 집단 공동진정 및 교육기간 임금착취 콜센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유명 인터넷 방송인에게 고용돼 매니저·기획자로 일하다 부상을 입은 임동석 씨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1차 집단 공동진정 및 교육기간 임금착취 콜센터 특별근로감독청원 기자회견’에서 증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입사 확정돼 직무교육 받는 ‘콜센터 교육생’
수습처럼 교육받지만 근로기준법 적용 못 받아

이날 현장 증언에 나선 노동자들 가운데는 콜센터노동자도 있었다. 콜센터 교육생은 엄밀히 말해 노무제공계약이나 업무 위탁 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프리랜서가 아니지만, 사실상 수습사원처럼 교육을 받으면서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콜센터노동자 허은선 씨는 “콜센터 교육생들은 업계 관행으로 인해 합격 후 일정 기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비를 받는다”며 “이 교육비에서도 3.3%(프리랜서에게 적용되는 사업소득세·지방소득세율)를 공제하기도 한다”고 했다.

허은선 씨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통과해 최종 합격한 뒤 입사 전까지 식대를 포함해 일 3만 원의 교육비만을 받으며 하루 8시간 교육을 받았다. 허은선 씨는 “교육 중 중도 포기하면 교육비를 주지 않고, 어떤 업체는 교육 이수 후 길게는 1개월 일해야 교육비를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허은선 씨가 일한 회사의 채용공고에는 “교육 기간은 10일이며 교육비 일 3만 원은 입사 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은성 노노모 노동자성연구분과 분과장은 이 직무교육이 “채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받는 교육이고 교육비 지급을 빌미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근로 금지), 제17조(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의 명시),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날 증언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임금 체불 등 이들이 일하는 각 사업장 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진정과 콜센터 위탁업체들의 교육비 지급 실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 신희철 희망연대본부 공동본부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 등이 연대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하은성 분과장은 “우리는 ‘무늬만 프리랜서’인 노동자들이 겪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정을 제기하며 업종·사업장에 따라 다른 노동단체들과도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