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낳는 기후 위기···대응 방안 모색 나선 보건의료 노동자들
‘재난’ 낳는 기후 위기···대응 방안 모색 나선 보건의료 노동자들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15 16:48
  • 수정 2024.03.1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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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기후 위기·기후 재난 대응 위한 토론회 열어
“일터·산업의 규범 만드는 노조 역할 중요”하단 지적 나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후 위기 상황에서 보건의료 분야 노동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의료노조와 장혜영 녹색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급변하는 기후 상황은 폭염·폭우·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이어지며 인명 피해를 낳기에 이에 대비하는 대대적인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은 높은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소각 등으로 탄소 배출량이 높은 시설이기에, 의료기관의 탄소 감축 방안 등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보건의료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토론회가 열리게 됐다는 게 최희선 위원장의 설명이다.

기후 위기가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져
“보건의료계 대응·실천 필요한 시점”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해를 ‘기록 시작 후 가장 따뜻한 해’로 진단했다. 또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2명으로, 이는 2022년(9명)에 비해 3.5배 늘어난 수치다.

발제자로 나선 김창보 덕성여자대학교 초빙교수는 “기후 위기가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며 ‘공중보건의 위기’를 낳고 있다”며 “보건의료계의 구체적인 대응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기후 위기·기후 재난이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사람의 건강과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 △보건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 △의료기관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 등 3개 범주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참석자들은 대응 방안에 있어서도 탄소 배출량 감축으로 기후 위기 자체를 늦추는 ‘완화’와 기후 위기의 영향력·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의 측면을 나눠 봐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창보 교수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완화’에 해당하는 대응책으로는 의료기관 에너지 사용량 절감과 에너지 효율 극대화, 폐기물 최소화, 탈탄소(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들이 있다. 또 ‘적응’에 해당하는 방안으로는 사람들의 건강 영향 최소화,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 강화, 재난으로 의료기관과 의료자원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회복력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응엔 노동자 역할도 중요···
산별 교섭·단협 효력 확장으로 ‘산업의 규범’ 만들어야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데 노동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노사 관계의 주체, 사회 운동의 세력인 동시에 일터·산업의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입법자라는 이유에서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보건의료계 노동조합이 만든 규범들이 산업 전체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산별 교섭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일터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 달성 방안을 노사 간에 합의하거나, 기후 위기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작업 중지권을 요청하는 등의 단체협약 조항을 담는 식이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이처럼 단체교섭과 협약을 통해 기후 위기의 영향에서 노동자를 보호한 사례로 한 산하 지부에서 주차 요원을 위해 혹서기 햇빛 가림막을 설치한 사례를 들었다. 최복준 정책실장은 “이 사례를 참고해 중앙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도 병원 야외노동자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면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속한 용역업체에까지 산별 교섭의 효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체협약 효력 확장의 필요에 공감했다.

적정 온도와 위생의 중요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특성으로 발생하는 어려움도 함께 지적됐다. 온도 유지를 위해 드는 에너지나 위생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선 결국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데, 중소병원에선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이 같은 대책을 세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최복준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최복준 정책실장은 결국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노조와 의료기관 간 협의, 단체교섭, 국제 협력 강화, 정부에 대한 압력 등 종합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들의 실천 사례를 모아 지속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