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폭행, 신상 공개까지···“악성 민원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폭언, 폭행, 신상 공개까지···“악성 민원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18 17:51
  • 수정 2024.03.1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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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열어
“실질적인 변화 위해선 현장 공무원 목소리 반영할 것”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양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양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최근 김포시청의 한 공무원이 악의적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공무원노동조합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실효성 있는 악성 민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해준, 이하 전국공무원노조)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노조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는 행정기관 민원 담당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규정돼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현행법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며 정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두 노조가 요구한 내용은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악성 민원 발생 시 고소·고발 의무화 및 기관장 책임 강화 △악성 민원 예방을 위한 인력 확대와 예산지원 △행정안전부의 악성 민원 대응 태스크포스(TF)에 공무원노동조합 참여 등이다.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도로 보수 업무를 담당하던 9급 공무원이 항의성 민원,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신상 공개, 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공무원노동조합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8일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국민권익위원회·경찰청 등 주요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TF를 만들고 악성 민원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발 빠르게 나서서 TF 구성 등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형식적인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TF에 공무원 노동자들의 대표자 없이 정부 부처와 지자체만이 참여하고, 발표 또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석현정 위원장은 “진정성 있게 변화를 바란다면 현장 공무원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대표자를 TF에 포함시키라”고 촉구했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악성 민원 피해를 당해도 ‘공무원이니 참아야 한다’며 그냥 넘어가는 공직사회의 분위기와 정부의 늦장 대처가 악성 민원을 사회적 문제로 키웠다”며 “현장에서 악성 민원을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이기에,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선 악성 민원 대응 TF에 반드시 공무원노동조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양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떠난 공무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다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양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떠난 공무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현장 발언에 나선 방준영 공노총 시군구연맹 청년위원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공론화되는 와중에도 “어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악성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해당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악성 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운 전국공무원노조 청년위원장은 현재 악성 민원 대응·처벌 규정이 미흡한 탓에 “피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급자들은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고 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인 민원인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김영운 청년위원장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악성 민원 피해를 근절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통받다 숨진 공무원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다이-인 퍼포먼스란 여러 사람이 바닥에 마치 죽은 것처럼 누워 항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민원인들의 폭언·폭행 등으로 인해 고통 속에 쓰러지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