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범위 법제화, 정치활동 보장’ 교사노조연맹·전교조, 총선 요구안 발표
‘직무 범위 법제화, 정치활동 보장’ 교사노조연맹·전교조, 총선 요구안 발표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3.21 18:01
  • 수정 2024.03.22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노조연맹·전교조 “교사가 교육 연구, 수업 준비 등에 집중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자 무고죄 적용, 돌봄 관련 국가 예산 수립 등 요구도 나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가 각각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은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공통적으로 교사의 직무 범위 및 적정 수업시수 법제화, 교사의 정당 가입·활동 허용 등 교사의 정치 참여 보장 등이 담겼다.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용서, 이하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19일 교사노조연맹 회의실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은 같은 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총선 출마를 앞둔 후보들에 전달할 요구안을 각각 발표했다.

그간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는 교사들이 늘봄학교를 포함한 각종 교육부 및 교육청 사업 등으로 수업 외 행정업무 등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사가 본래 업무인 교육 연구, 수업 준비, 학생 상담 등에 집중하기 힘들며 교육공무직 등 다른 학교 구성원 간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 요구안에서 교사노조연맹은 교사의 수업 상담 등 본래 업무와 그 밖의 각종 업무를 구분하는 내용을 법제화해 교사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법적 기준에 따라 교사에 업무를 배분하고 학교 구성원 간 업무 관련 갈등도 줄인다는 취지다. 전교조도 교사의 직무 범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본연의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교사의 적정 주당 수업시수 법제화 요구도 나왔다. 지난해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정원을 감축했다. 이에 따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영어·과학·체육 등 특정 과목을 수업하는 전담교사가 줄면서 담임교사의 주당 수업시수가 늘었다고 교사노조연맹은 밝혔다.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전체적으로 교사 TO(정원)가 줄다 보니 담임교사가 일주일에 25시간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며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생활지도 등을 하는 시간이 있어 25시간은 과하다고 느끼고 있다. 20~21시간만 돼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학교는 거의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수업시수가 늘어난 교사의 경우 수업을 위한 준비·연구, 학생 생활지도 등의 시간이 부족하고 수업의 질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사노조연맹은 교사의 적정 주당 수업시수 기준 마련을 요구했고, 해당 기준에 맞춰 부족한 전담교사 등을 충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도 수업 준비·연구 등에 필요한 적정 시간을 연구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제한된 교사의 정당 가입·활동, 선거운동, 정치자금 후원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교사나 공무원은 직무 수행에 있어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정치활동을 제한받고 있다. 

이에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는 근무시간 외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사의 정당 가입 등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교사노조연맹은 “보육, 복지, 사교육 종사자들을 위한 각종 교육 관련 입법이 추진되는 상황”이라며 “교사에게만 정치자금 후원조차 금지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에 입각한 교육 관련 입법 등의 발목을 묶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교사노조연맹 회의실에서 총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교사노동조합연맹
지난 19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교사노조연맹 회의실에서 총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교사노동조합연맹

아동학대 신고 처리 과정 개선,
범정부 차원의 돌봄 체계 구축 등 요구

공통 요구사항에는 아동학대 신고 처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 소송 비용 등이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교사노조연맹은 설명했다. 

전교조도 “아동학대 신고 후 조사 및 수사를 거쳐 결론이 나기까지 모든 것을 교사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동학대 신고 처리 과정 전반의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의 경우 교육 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신고 당사자에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범정부 차원의 통합 돌봄 체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는 올해부터 늘봄학교가 2,700여 곳 확대 시행되면서 학교 내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인력, 공간 등이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고 밝혀왔다. 

전교조는 안정적 돌봄 제공을 위해 학교로 집중된 초등돌봄 수요 대응 책임을 지역사회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범정부 차원의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해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지역 내 돌봄 시설과 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돌봄의 통합 운영 주체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예산이 별도로 수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회 정문 앞에서 총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회 정문 앞에서 총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조연맹 “특수학교 확충, 통합교육 지원”
전교조 “학교 주 4일제 도입 논의” 등 요구도

한편 교사노조연맹은 국공립 특수학교 확충과 통합교육 지원 체계 마련 등도 요구했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이 많아 특수학교 재학을 희망하는 장애 아동 학부모의 거주지 이전 등 부담이 발생하고 있어 특수학교 확충이 필요하다고 교사노조연맹은 주장했다.

또 일반 학교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들을 함께 교육하는 통합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요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통합교육 관련) 제도가 미비해 특수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면서 통합학급마다 교육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특수교사 배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교조는 학교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 주 4일제 도입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다. 아울러 수업시수 감축을 통해 학생 건강권을 보장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하게 됐다고 전교조는 설명햇다.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총선 후보들에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