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 둘러싼 삼양사 노사 공방···‘과도해’ vs ‘업무상 필요’
‘개인정보 수집’ 둘러싼 삼양사 노사 공방···‘과도해’ vs ‘업무상 필요’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22 17:32
  • 수정 2024.03.22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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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식품노조, 사측 개인정보 수집 범위·절차에 문제 제기
지난해 11월 이어 두 번째···“충분한 설명과 합의 필요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양사 앞에서 ‘삼양사의 일방적인 개인정보제공 동의 요구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양사 앞에서 ‘삼양사의 일방적인 개인정보제공 동의 요구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삼양그룹의 식품·화학 계열사 삼양사가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면서 용도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단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은 삼양사가 인사·업무상 불이익을 빌미로 포괄적이고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3자 제공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22일 오전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 이하 화섬식품노조)은 서울 종로구 삼양사 본사 앞에서 ‘삼양사 일방적 개인정보 동의 요구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화섬식품노조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노사 합의를 거쳐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를 수정하라”고 삼양사에 촉구했다.

삼양사의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범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3일 화섬식품노조 삼양사사무관리직지회(이하 지회)는 “삼양사는 임직원들이 필수 이수해야 하는 온라인 교육의 마지막 절차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 및 활용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체결해야 교육 이수로 처리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에는 임직원 본인의 성명·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부터 가족 또는 세대원의 이름·관계·생년월일·연락처까지도 수집한다고 기재돼 있다. 또 임직원 개인별 인터넷 접속 기록, 사내 CCTV에 촬영된 영상 정보, 업무 목적으로 사용되는 컴퓨터·스마트폰을 통해 접근한 파일·문서·이메일 등도 회사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에 포함된다. 동의서에는 이 개인정보 일체가 모든 삼양그룹 계열사들에 제공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에 지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또 삼양사와 삼양그룹 계열사 노동자들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철회 요청서를 받아 사측에 제출했다. 이후 사측은 동의 철회 요청서를 제출한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파기했다고 안내했지만, 지난 4일부터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철회한 노동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회사에 ‘스마트폰으로 파일에 접근한 내역이나 가족의 인적 사항 등이 왜 필요한 거냐’고 여러 차례 설명을 구했으나 회사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동의서에 적힌 ‘동의하지 않을 시 고용계약 체결·유지나 사내 전산망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내용도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행정규칙) 제12조에 따르면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으려면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명확히 표현할 방법을 정보주체에게 제공하라’고 돼 있다”며 이 지침에 맞게 동의서 문구와 동의 절차를 수정하라고 삼양사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의할 수 있는 동의서를 달라”, “문구 조정 없는 일방적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인격까지 팔 수 없다” 등의 표어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삼양사 사옥 앞에서 40여 분간 선전전을 벌였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양사 앞에서 ‘삼양사의 일방적인 개인정보제공 동의 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한편 삼양사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삼양그룹을 비롯한 각 계열사들은 저마다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이용·제3자 제공 동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접속 내역이나 CCTV 영상 등은 기업 지적재산권 보호와 보안 유지, 임직원 안전과 시설물 보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해 넣은 것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현장조사에서도 해당 동의서 양식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면서도,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요구했던 사항에 대해 미팅,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